[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가 1톤급 상용 전기 트럭으로 독보적인 시장 입지를 구축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1톤급 전기트럭은 자연보호라는 거시적 목표를 달성할 뿐 아니라 국내 현행법상 충족해야 하는 온실가스 관련 마일리지를 확보하는데도 일조하고 있다. 정부의 전기 화물차 관용 보급 정책에 힘입어 업체의 판매실적을 높이는데도 기여해왔다는 평가다. 

현대차·기아차 양사는 여러모로 ‘효자’ 역할을 해내고 있는 1톤 전기화물차를 시장에 더욱 많이 보급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 국내에서 판매되는 1톤급 전기 트럭인 현대자동차 포터2 일렉트릭(위)과 기아자동차 봉고3 EV. 출처= 긱 사

현대차·기아차 양사가 국내 시장에 판매하고 있는 순수전기차 가운데 1톤급 전기 화물차 모델이 차지하는 실적 비중은 작지 않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현대차 포터2 일렉트릭(이하 포터 전기차), 기아차 봉고3 EV(이하 봉고 전기차) 등 두 모델의 판매량은 각각 3452대, 1570대로 각각 집계됐다. 

두 기업이 같은 기간 승용 모델을 포함해 판매한 순수전기차 2만110대 가운데 두 모델의 비중은 25.0%에 달한다.

▲ 국산차 업체별 지난 상반기 순수전기차 판매실적. 출처= 한국자동차산업협회

두 전기 화물차의 국내 시장 포지션은 환경부의 저공해차 보급목표제 세부 사항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환경부는 지난 2016~2018년 3년간 국내에서 자동차를 연평균 4500대 판매한 기업들로부터 올해 저공해차 보급 목표에 관한 서류를 제출받았다. 현대차·기아차를 비롯한 국내 완성차 업체 10곳(한국닛산 제외)은 환경부가 제시한 보급 목표 기준을 반영한 저공해차 보급 계획을 달성해야 한다.

다만 해당 제도에 따라 저공해차 보급 실적에 반영되는 차량 가운데 포터 전기차, 봉고 전기차 등 2종이 포함된 상용차는 포함되지 않는다. 환경부가 15인승 이하 좌석 규모의 승합차와 승용차 가운데 저공해차 인증을 받은 차량의 판매량만 저공해차 보급 실적으로 인정해주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포터 전기차와 봉고 전기차가 출시되기 앞서 저공해차 보급 목표제를 시행해온 데 따른 연장선의 개념으로 올해도 승용차·승합차에 대해서만 실적을 인정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정부가 앞으로도 포터 전기차와 봉고 전기차의 판매실적을 저공해차 보급 목표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을 가능성이 존재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현대차·기아차를 제외한 타사에서 1톤급 전기화물차를 출시하지 않는 점을 고려해, 저공해차 보급 목표제의 대상 업체 간 형평성을 구현하려는 결정이다. 사실상 승용차 외 전기 화물차를 국내에서 판매할 역량을 갖춘 업체가 없기 때문에 현대차·기아차의 전기 화물차 실적을 반영할 경우 업체간 비대칭이 심화할 수 있어서다. 정부의 이 같은 결정은 한편 현대차·기아차의 ‘유이무삼’한 입지를 방증하는 요소다.

환경부 관계자는 “1톤급 전기화물차의 판매 실적을 저공해차 보급 실적에 반영하는 방안에 대해 검토해볼 수 있다”며 “현대차·기아차는 전기 화물차의 판매 실적을 배제하더라도 이미 저공해차 보급 목표를 상회하고 있기 때문에 1톤급 전기 화물차 실적의 반영 여부를 두고 그간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와 기아차가 환경부의 저공해차 보급 실적에 두 전기 화물차의 판매 기록을 반영할 수 없지만, 제도상 허용한 온실가스 배출기준을 충족하는데는 도움받는다. 국내 현행법에 따라 완성차 업체들은 국내 출시 차량별 연간 판매대수와 차량별 온실가스 배출허용 기준을 곱해 산출한 값을 모든 자동차 판매량에 나눔으로써 나오는 수치로 기준 충족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해당 실적에는 포터 전기차와 봉고 전기차의 실적도 반영된다.

완성차 업체는 해당 값이 제도상 허용 기준보다 적을 경우, 남은 값을 일종의 마일리지로서 다음 해로 이월할 수 있다. 올해 기준치와 달성치의 격차에 해당하는 값을 보유하고 있다가 내년에 배출허용 기준치를 초과할 경우 마일리지로 대체 상환할 수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가 각각 포터 전기차와 봉고 전기차를 많이 팔수록 더 많은 마일리지를 확보할 수 있는 셈이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제도와는 별개로 앞서 상품성을 입증한 포터 전기차와 봉고 전기차를 시장에 더욱 많이 공급하는데 주력할 방침이다.

현대차·기아차 관계자는 “포터2 일렉트릭과 봉고3 EV는 모두 도심 운행에 적합한 성능을 구현하고 유지비를 내연기관 대비 절약할 수 있는 등 강점을 갖춘 차”라며 “현대차·기아차는 앞으로 두 차량으로 소형 트럭 시장을 지속 선도해나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