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소현 기자] 정부가 서울권역을 중심으로 오는 2028년까지 주택 13만2000가구를 공급할 계획이다. 8.4대책을 통해서다. 공급이 예정된 곳은 도심지 접근성이 확보된 지역과 더불어 개발 호재가 자리한 지역도 다수 포함돼 있다. 수요가 많은 '알짜 입지'가 담긴 만큼 정책의 목표대로 3040세대의 패닉바잉(공황구매)을 일부 흡수할 것으로 기대되는 상황이다. 

그러나 대책이 발표된 지 한달이 채 지나지 않은 가운데, 지역별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교통망 개발 기대감에 집값이 오른 지역이 있는 반면, 시장 열기가 식은 곳도 있다. 특히 공공임대주택을 둘러싸고 님비 현상이 발생할 조짐도 보이는 가운데, 실효성 있는 추진을 위한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역 따라 집값 '희비' 갈렸다
▲ 서울 용산구 일대 아파트 단지. 사진=이코노믹 리뷰 이소현 기자

정부가 발표한 ‘서울권역 등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방안(8.4대책)’에는 서울 도심시 접근성이 양호하거나, 개발 호재로 인기가 많은 지역도 상당수 포함됐다. 대규모 신규 택지개발 예정지로는 노원구 태릉골프장(1만가구), 용산 미군 반환부지 중 캠프킴 부지(3100가구), 정부과천청사(4000가구) 등이 꼽힌다. 다만 이번 대책을 두고 지역별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정부과천청사가 자리한 경기 과천은 공급과잉 우려 속에 일부 단지의 집값이 조정됐다. 27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데 따르면 과천래미안슈르의 경우 전용면적 85㎡(20층)가 지난 4일 13억9000만원에 손바뀜했다. 지난달 같은 주택형의 15층 아파트가 15억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된다. 

반면 태릉골프장 인근에 자리한 경기 구리 갈매지구는 교통망 확충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호재가 됐다. 갈매동 갈매역아이파크의 경우 전용면적 85㎡가 지난 12일 8억3000만원에 손바뀜했다. 

최고 9억5000만원의 매물도 나와 있어, 지난달 7억5000만~7억8000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된다. 한 중개업자는 "(구리시가 추진 중인) GTX노선은 아직 확실한 게 없지만, 확실히 주택 공급 대책이 희소식이 됐다"고 전했다.

노원구의 경우에는 주택공급 대책과는 별도로, 서울 중저가를 중심으로 이어지는 3040세대 신혼부부를 중심으로 패닉바잉 혜택을 보고 있다. 중계동 롯데우성 전용면적 115㎡도 이전 최고가보다 약 4000만원 오른 12억4700만원에 지난달말 거래됐다. 최근 매수세도 잦아들고 있지만, 아직 호가가 꺾이진 않고 있다.

개발호재로 2018년 집값이 올랐던 서울 용산구의 경우에는 정책의 영향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일례로 신계동 용산이편한세상 전용면적 85㎡의 경우 2017년 10억원, 2018년 15억원을 기록하고 올해 들어 16~17억원 상당에 거래됐다. 용산구 중개업자는 "3년전 개발이 발표된 이후 많이 올랐다. 지금은 토지거래허가제건 공급대책이건 잠잠하다. 매물이 나오지 않는 단지가 많고 (문의가 있어도) 매매로 잘 이어지진 않는다"고 전했다.

관건은 공공임대, 인식 개선 절실

집값 변동과 무관하게 주택공급대책에는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역 주민들과 지자체를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거세게 일고 있다.

과천시에선 주택공급 계획 철회를 위한 과천시 민·관·정 통합 비상대책위원회가 구성된 상황으로, 이날에도 1차 회의가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용산구의 경우 2주전 지역 주민을 중심으로 반대 시위가 진행됐다. 노원구는 대책이 발표된 직후 구청장이 지차체 차원에서 이를 반대하고 나섰다. 이들은 각각 인구 과밀과 인프라 미비, 당초 개발 계획의 이행 등을 근거로 들었다. 

정부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다음해 1분기 태릉골프장 등 신규택지의 광역교통대책을 확정하겠다고 밝히는 등 후속 대책을 내놓고 있다. 그럼에도 지역 주민과 지자체의 반발이 쉽사리 진정되지 않는 가운데, 일각에선 공공임대를 둘러싸고 '님비현상'이 확산될 가능성도 제기했다. 공공임대는 지역의 슬럼화로 이어진다는 부정적인 인식 때문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한 부동산 관련 연구원은 "지역 주민들은 생활 인프라나 교통망 등 여러 이유를 대고 있지만, 공공임대를 거부하려는 것이 큰 이유라고 본다. 집값이 떨어질까 걱정되는 것이다"면서 "정부가 주민들의 동의 없이 하향식으로 추진하면서 반발을 불렀지만, 대승적으로 볼 때 수도권에는 공급이 필요한 것은 명확하다"고 전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는 "공공임대는 지역 커뮤니티 관점에서의 접근이 필요하다"면서 "주택공급은 사람이 거주할 공간을 말하는데, 공동체를 어떻게 꾸려나갈 것인가 하는 고민이 요구된다. 소셜믹싱도 한가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공공임대는 수익성이 떨어져 LH(한국토지주택공사)도 (지으면) 적자를 봤다. 활성화를 위해 2015년 박근혜 정부때 민간 사업자를 유치하기 위해 규제를 완화하고 기업형 공공임대를 도입했는데, 소수 중견건설사만 참여해 가구수가 크게 늘어나지 않았다"면서 "공공임대 주택이 늘고 인식 개선이 되려면, 정부 정책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