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전지현 기자] SK매직이 외형·수익성 두마리 토끼를 잡으며 고공행진하고 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에도 상반기 호실적을 거두며 연내 '매출 1조 클럽' 가입을 확실시 하는 분위기다. 관련업계는 SK매직이 올해 성장 본궤도에 올라 연내 IPO(기업공개) 실현을 위한 밑판 다지기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다.

2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SK매직은 올해 상반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5016억원과 455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동기대비 39%, 164.5% 증가했다.

이 추세대로 라면 SK매직은 연내 매출 1조원 달성이 무난하게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 SK매직의 SK네트웍스(종목코드 001740) 인수 직전 매출은 3903억원. 5년만에 외형을 2배 이상 불리며 쾌속 질주하는 셈이다.

4년만에 2배 몸집 불린 SK매직, 2020년, 렌탈사업 포트폴리오 개선 효과 '好好'

SK매직은 지난 1985년 6월 동양시멘트 기계사업부로 출범한 후 1992년 계열분리돼 1999년 동양매직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이후 2011년 동양으로 흡수합병됐고, 4년 뒤인 2016년 11월 6100억원에 매각되며 SK네트웍스를 새 주인으로 맞았다.

그사이 SK매직은 사업 영역을 차분히 넓혀갔다. 지난 1986년 가스오븐레인지 자체 생산을 시작으로 오븐레인지, 가스레인지, 식기세척기 등을 제조·판매하는 주방가전분야(가전사업)에서 정수기, 비데 등 제조 렌탈하는 생활가전분야(렌탈사업)까지 발판을 확장했다.

 

SK(종목코드 034730) 품에 안긴지 4년. 그간 SK매직은 무서운 성장세를 보였지만, 올해 유독 성장세가 빛난다. 렌탈사업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 개선 효과가 본격화됐기 때문이다. 과거 SK매직은 가전사업에서 매출이 발생했으나 SK계열 편입 후 렌탈사업 매출이 빠르게 증가하는 중이다.

사실 SK매직의 렌탈사업 역사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SK매직은 인수 직전해인 2015년에서야 물탱크가 없는 '직수 정수기'를 업계 최초로 출시하며 렌탈사업에 첫 발을 내딛었다. 그러나 그해 1289억원에 그쳤던 렌탈사업 매출은 5년만이 지난해 5665억원으로 치솟았고, 과거 가전이 약 60%를 차지했던 매출 비중도 지난해부터 렌탈사업 비중이 높아지면서 판이 뒤바꼈다.

배경은 SK에 있었다. SK매직은 SK계열 편입 후 SK브로드밴드와의 결합상품 출시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SK텔레콤의 T멤버십 제휴를 통해 렌탈 가격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등 광고 및 판촉활동 강화를 통해 사업 확대를 추진했기 때문이다.

끝없는 렌탈사업 강화 의지, R&D 투자·조직 강화·해외 진출 '삼박자' 승부수

동시에 제품 개발에도 적극 나섰다. SK매직은 2016년 '슈퍼정수기'라는 직수형 정수기를 통해 기존 저수조 타입 정수기 패러다임을 변화시켰고, 2017년 상반기에는 직수형 얼음정수기를 출시해 렌탈시장에서 새로운 트렌드를 이끌었다. 2018년 상반기에는 냉수·정수·온수·조리수까지 직수로 추출하는 All 직수 시스템의 '올인 원(All In One) 직수정수기'와 얼음까지 직수로 추출하는 일체형 'All In One 직수 얼음정수기'도 출시하는 등 시장지위를 개선한다.

아낌없는 투자가 제품 차별화에 밑거름이 됐다. 2016년 73억원에 불과하던 SK매직 연구개발비 투자액은 지난해 126억원을 기록하며 2배 가량 늘었고 올해 상반기에만 68억원이 소요됐된 것이다. 덕분에 SK매직 올해 1분기 렌탈사업 매출은 전년동기보다 50% 이상 증가했고, 코로나19 여파가 한창이었던 2분기 렌탈 계정수도 전분기보다 7만 계정이 늘어난 194만개를 기록했다.

 

SK매직의 렌탈사업 강화 의지는 인력 충원에서도 엿보인다. SK매직은 렌탈사업 핵심 역할을 담당하는 MC(Magic Care)인력을 2015년말 1600여명에서 2019년말 3200여명으로 확대했다. 렌탈사업 핵심채널인 직영 조직(관리방판, 영업방판) 시장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다.

또 2015년 하반기에 구성한 영업방판 조직은 지속적인 조직 확대 및 판매 인력 증대를 통해 시장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고, 2016년 법인전담 조직을 신설해 조달 및 공공·법인시장의 선제적, 전략적 대응을 위한 내부 기반을 마련해 영업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렌탈사업 해외시장 진출 발판도 마련했다. SK매직은 지난해 1월 해외사업 진출을 위해 SK네트웍스로부터 글로벌성장사업부와 해외 법인 투자지분을 100억원에 인수했다. 국내 중심의 렌탈 사업을 동남아 시장을 교두보로 글로벌로 나서겠단 것이다.

악화되는 재무건전성·적자세 자회사, '소방수' 윤요섭에 쏠리는 눈

다만, SK매직의 쾌속 질주에도 풀어야할 숙제는 있다. 바로 렌탈사업 강화에 따른 부채비율 및 차입금 비중 확대다. SK매직의 올해 상반기 기준 부채비율은 244.3%로, 지난 3년간 200% 안팎의 높은 수준을 보이는 중이다. 

총차입금 역시 계속 불어나는 추세다. SK매직 차입금은 2015년 867억원에서 지난해 3355억원으로 늘어난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3999억원으로 확대됐다. 이중 1년 이내에 갚아야할 단기성 차입금은 약 2000억원에 달해 보유현금 850억원에 비해 턱없이 높은 상황이다.

 

렌탈사업 확대에 따른 렌탈자산 투자 등 자금 소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향후에도 렌탈자산 투자 등에 따라 EBITDA를 상회하는 자금 소요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 당분간 채무부담이 낮아질 가능성이 제한적"이라며 "렌탈시장 경쟁심화 등으로 영업수익성 변동성이 높아졌고 사업구조가 렌탈 중심으로 변경되면서 운전자금 및 투자부담 등으로 차입부담 증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자회사들 역시 SK매직의 승승장구 행보에 아쉬움을 남기는 요소다. SK매직은 100% 자회사로 가전 A/S사업을 영위하는 SK매직서비스를 보유하고 있는데, 마지막 감사보고서에서 확인된 2016년 영업손실은 73억원. 2015년 6억원에 비해 약 80억원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4억원이었던 당기순이익 역시 이듬해 99억원 손실로 돌아섰고, 2018년 26억원 이익을 정점으로 올해 상반기 다시 12억원 적자를 봤다. 이 영향에 올해 상반기 자본금은 마이너스 9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에 빠졌다.

SK네트웍스로부터 넘겨받은 해외 자회사도 상황이 녹록치 않은 분위기다. SK매직은 말레이시아와 베트남 지역에 각각 100% 지분을, 일본에는 49% 지분을 보유한 종속기업들이 있다. 이중 재무 상황이 확인 가능한 말레이시아 자회사의 경우, 지난해 당기순손실 20억원을 기록한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만 손실액이 34억원으로 확대됐다. 같은 기간 매출은 지난해 1년 매출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수준인 95억원을 기록했다.

이를 염두한 듯 SK매직은 올해 초 윤요섭 SK네트웍스 재무실장을 SK매직 경영전략본부장(CFO)에 영입했다. 윤 본부장은 미국 미시간주립대에서 금융을 전공한 재무 전문가로, 1994년 SK(전 선경)에 입사한 'SK맨'이다. 

SK네트웍스에서 국제금융팀장, 금융팀장을 거쳐 2016년부터는 재무실장, 재무지원실장 등을 역임하며 SK매직 인수와 패션부문 현대백화점 매각을 주도한 주인공이다. 따라서 윤 본부장은 SK매직 재무구조 개선작업과 동시에 IPO 추진을 위한 밑판 다지기 미션을 부여받아 자리를 옮긴 것이란 업계 시선에 무게가 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