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들과 거래 및 다자간 비즈니스 관계를 이어가다 보면, 예상하지 못한 여러가지 이슈로 분쟁이 발생하게 된다. 재미있는 것은 글로벌 비즈니스에서 분쟁이 발생했을 때, 이에 대한 접근과 해결방식이 각 문화마다 서로 다르다는 사실이다.

서로 상이한 문화에 속하는 기업들간 거래나 사업상의 문제상황이 발생했을 때, 공(公)과 사(私)를 분명하게 분리하고, 발생한 구체적인 문제를 특정 영역으로 한정지어 처리하는 문화 성향을 ‘한정주의 (Specific) 문화’라 한다. 이 문화에 속하는 비즈니스맨들은 해당 문제를 독립된 이슈로 여기어 소송 및 분쟁을 진행하면서도 동시에 같은 파트너와 기존에 협력해 오던 업무는 계속 유지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반면에 공(公)과 사(公)가 혼재되어 있고, 업무를 처리함에 다양한 영역과 변수들을 두루 연루하여 처리하는 문화 성향을 ‘분산주의 (Diffuse) 문화’라 부른다. 이 문화의 비즈니스맨들은 파트너사와 사업상의 문제 발생시, 해당 문제와 연관 없는 기존의 다른 협력 업무들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분쟁화하며 문제를 확산하는 경향을 띤다.

이렇게 서로 상이한 문화의 문제인식 성향이 부딪히게 되면 어떻게 될까? 문제를 확산하는 성향의 분산주의 비즈니스맨들은 소송과 협력을 분리하여 양면적으로 대응하는 한정주의 문화 상대방에 대해 일관성이 없고, 심지어 자신들의 체면에 손상을 준다고 생각하여 상황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 심지어 그간의 비즈니스 거래나 관계를 종료하고 파기하는 최악의 상황에 도달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대표적인 사례로 “삼성과 애플간 소송 건”을 꼽을 수 있다. 이들 두 기업이 전면적인 기술특허 소송으로 돌입하기 이전의 기사들을 살펴보면, 미국기업 애플은 “삼성과의 소송과 협력은 별개 문제”라는 자세를 일관되게 취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영-미 기업들에게 있어 비즈니스에서 협력과 소송은 각각 별개의 독립된 영역으로 분류하여 인식되기 때문에, 애플의 경우도 삼성과의 주요 부품협력에 있어서는 파트너쉽을 유지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애플의 특허담당 부서 중심으로 삼성의 특허 침해이슈를 제기하며 삼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다. 이는 한정주의 문화에 속하는 비즈니스 문화의 전형적인 특징인, “협력은 협력”, “소송은 소송”이라는 분리된 마인드 셋(mind-set)인 것이다.

다른 사례로 서양과 동양 의학의 기저 인식과 접근을 통해서도 비교가 가능하다. 문제를 해당사안 하나에 한정지어 사고하는 ‘한정주의 문화’에 속하는 서양의학의 경우, 의사가 진단한 특정증상에 집중하여 그 증상에 타겟팅(맞춤화) 된 특정 약을 처방하거나, 해당 부위의 제거술과 같은 국소적 치료를 진행한다. 이와 달리, 문제를 확산하여 사고하는 ‘분산주의 문화’에 속하는 한의학의 경우, 의사가 환자의 병을 치료할 때, 병변 위치뿐 아니라 연관된 신체부위를 광범위하게 확산하여 침 또는 탕약과 같은 확산된 치료방식을 진행한다. 즉, 문제 부위뿐만 아니라 연관된 부위들을 두루 확장하여 연계성을 인식하는 것으로 환자의 전체적인 에너지와 기를 끌어올리려는 방식을 취한다.

어디 이 뿐인가, 오늘날 첨예하게 부딪치고 있는 글로벌 G2국가인 미-중간의 무역분쟁을 보면, 한정적으로 이슈를 다루며 분쟁과 협력을 동시에 취하려는 미국의 방식과 경제, 외교 문제로 확장하며 심지어 공식 논평에서 국격과 관련된 문제로까지 확산하여 인식하는 중국의 상이한 접근방식과 태도를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자! 현재 여러분이 관계를 맺고 있는 파트너 기업들의 성향은 어떠한가? 이들에 대한 문화성향의 올바른 이해를 통해 여러분들이 당면한 문제들을 품격 있게 해결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