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기업의 질문]

“언론홍보와 위기관리에서도 슈가 코팅(sugar coating)이라는 개념을 들어 본 적이 있는데요. 이게 약의 쓴 성질을 커버하기 위해 당의(糖衣)를 입힌다는 뜻으로 해석되는데요. 이게 홍보나 위기 및 이슈관리에 어떻게 적용되는 개념인가요?”

[컨설턴트의 답변]

슈가 코팅이라는 개념은 언론 홍보에서는 아주 재미있는 개념으로 해석됩니다. 실제 보도자료나 기타 기사를 염두에 둔 자료를 만들 때 적용되는 개념입니다. 홍보실에서 언론 보도자료를 만들 때 팩트만 주르륵 나열하다 보면 보고서나 논문 같은 형식이 되고, 그 자료를 받아보는 기자가 별 흥미를 느끼지 못하게 되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홍보실이 자료를 ‘슈가 코팅’ 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그 팩트의 진짜 의미를 회사 시각으로 매력적으로 정리해 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시원(가칭) 맥주의 국내 판매량이 전국적으로 2%P 증가했다는 팩트가 있다면 그 자체로는 별로 기사 매력이 없습니다. 그러나, 그 판매 수치를 더 파고 들어가 각 지역, 성별, 연령 별로 나누다 보면 슈가 코팅 포인트가 나올 수 있습니다 특정 지역, 성별, 연령대에서 매출이 전국평균 보다 훨씬 크게 뛴 결과를 가지고 ‘재미있는’ 기사 앵글을 제공하는 것이지요.

반대로 위기나 부정 이슈가 발생했을 때에도 슈가 코팅 개념은 적용되곤 합니다. 회사 차원에서 이런 슈가 코팅은 매우 위협적인 것입니다. 예를 들어 한 기자가 자사의 부정 이슈에 대해 심도 있는 기사를 준비하며 자사 홍보실에 문의해 왔습니다. 공식입장을 묻자 회사측에서 이렇게 답변한다고 가정해 보시지요. “해당 취재 내용이 뭐가 문제인지 잘 모르겠다. 그건 누구나 하는 업계 관행이고, 일부 불법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우리가 볼 때에는 큰 문제 아니다.”

기자는 이 입장을 듣고 그 취재 기사 제목과 말미에 이렇게 보도 합니다. “OOO(회사명), 업계 관행일 뿐 불법 아니다” 기사 내용 자체가 매우 자극적일 때, 회사의 공식입장이 이런 식으로 나오면 해당 부정기사는 결국 더욱 더 슈가 코팅이 돼 버린 것입니다. 독자들이 볼 때 내용도 자극적일 뿐더러 해당 회사의 반응도 황당하고 재미있다 느끼게 되는 것이죠. 당연히 이후 해당 기사는 더욱 더 사회적 주목을 받게 됩니다.

기본적으로 기자는 부정기사라면 최대한 자극적 내용으로 꾸미려 애쓰게 마련입니다. 해당 회사가 그 주제에 대해 노코멘트 하거나 최대한 로우 프로파일 하면 해당 기사는 독자들에게 그냥 자극적인 내용으로만 단순 인지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황당성이나 재미를 더하는 적절하지 않은 답변으로 그 부정성을 극대화하는 불리한 슈가 코팅은 절대 경계하자는 것입니다.

불리한 슈가 코팅을 최대한 피해 나가기 위해서는 해당 기사 내용에서 최대한 자극성을 희석시킬 수 있거나, 독자의 공감을 불러 일으킬 수 있는 회사의 핵심 메시지가 필요합니다. 그런 적절한 대응 메시지가 없다면 차라리 노코멘트나 로우 프로파일을 통한 대응이 상대적으로 유효할 수 있습니다. 기사나 보도를 회사가 오히려 재미있게 만들면 위기관리는 항상 실패합니다. 평시 홍보와 위기관리의 관점은 그렇게 전혀 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