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소현 기자] 경제학자 72명 중 77%는 수도권 주택 가격이 폭등한 주요 원인으로 현 정부의 부동산 대책을 지목하고, 선호지역에 주택공급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에 동의한 것으로 조사됐다.

▲ 수도권 주택가격 폭등 원인 설문조사 결과. 출처=한국경제학회

한국경제학회는 31일 경제학자 72명을 상대로 진행한 '부동산 대책에 대한 설문조사'(18일~24일)에서이같은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에서 학회는 "현재 수도권의 주택가격 폭등 현상의 주요 원인이 재건축 억제로 주거 선호 지역의 공급 확대가 불충분한 상태에서 양도소득세 중과, 임대사업용 장기보유 등으로 매물이 감소한 데 있는지"를 물었다.

응답자의 28%는 '강하게 동의한다'고 답했고, 49%는 '어느정도 동의한다'고 답했다. 설문에 참여한 경제학자 중 77%가 수도권 주택가격이 폭등한 주범이 부동산 대책이라는 것에 동의한 것이다.

'강하게 동의한다'고 응답한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수도권 내에 선호되는 지역에 주택 추가공급을 사실상 제한하는 정책이 시행되거나 시행될 것으로 예정되면서, 실제 선호 지역에 대한 공급은 감소하는 가운데 수요가 폭증하면서 가격이 급등했다"면서 "다주택자에 대한 징벌적 조처가 강화되면서 핵심자산을 중심으로 하는 포트폴리오 재편을 유도해, 실제로는 수요가 높은 지역의 부동산을 제외하고 그렇지 않은 지역에 대한 주택은 매각하고 오히려 선호되는 지역에 대한 수요를 증가"했다고 답변했다. 

'다소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힌 김현철 미국 코넬대 교수는 "재건축 억제가 공급 확대를 저해하고 있다고 진단하는것은 말이 안 된다. 재건축은 대부분의 물량이 조합원에게 돌아가고 일반분양의 비율은 매우 낮으므로, 재건축이 신규 주택 공급에 미치는 영향은 작은편이다. 실제 공급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은 새로운 지구를 구축하여 대규모 신규 주거단지를 조성하는 것이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명박 정부의 보금자리주택 70만호 공급계획은 재임기간동안 20만호 가량을 공급하였으나, 박근혜 정부들어 주택가격 하락을 막기 위해 50만호 분량을 취소하였다 (2013년 4.1대책). 문재인 정부 들어 부동산 가격이 안정되었을 때 적절한 공급계획을 미리 세우지 않은 것은 패착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저금리와 불확실성 등으로 인해 부동산 가격이 오른다는 지적도 나왔다. '확실한 입장이 없다'고 응답한 윤경수 가천대 교수는 "위의 요인(질문지)들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지만, 기본적으로는 저금리와 생산활동의 불확실성으로 인한 부동산 투자 확대가 더 큰 요인이라 판단"한다고 밝혔다. '다소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한 김우찬 고려대 교수는 "그 동안 수 없이 많이 발표된 수요억제 정책과 공급확대 정책 발표에도 불구하고 아파트 가격이 계속 오르는 근본적인 원인은 장기간 지속된 초저금리와 늘어난 부동자금에 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 수도권 주택가격 폭등 원인 설문조사 결과. 출처=한국경제학회

주택가격 안정을 위한 가장 유효한 정책을 묻는 질문에는 "주거 선호지역 공급확대’(79%)"라고 답한 비율이 가장 많았다. 허정 서강대 교수는 "두가지 정책을 동시에 취해야 한다"면서 "첫째는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지역에 대한 주택 공급을 늘려야 한다. 둘째는 주택시장의 거래를 활성화 할 수 있도록 조세제도를 체계적으로 조정해야 한다"고 답했다. 

윤미경 가톨릭대 교수는 주택공급 확대에 동의하면서도 "주택가격 결정에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므로 정책대안 역시 어느 한 요소에만 중점을 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정확한 통계에 의거하며 상충되지 않는 정책 패키지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최근 취득세, 보유세, 양도소득세를 모두 강화하는 방안이 입법된 가운데, 동의하는 법안을 묻는 질문에는 '보유세는 강화하되 취득세와 양도세는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56%를 차지했다. 양희승 연세대 교수는 "양도소득세 인상은 다주택자의 주택 처분 유인을 감소시키고 세금부담을 매수자에게 전가함으로써 가격을 인상시킬 가능성이 있다"면서 "취득세 인상은 다주택자나 부유한 사람보다는 주택실수요자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친다. 2주택 이상 보유자에게 보유세를 대폭 인상하는 것이 주택가격 안정에 가장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 질문에는 '기타'라고 응답한 비중도 28%로 높게 나타났다. 김현철 교수는 "다주택자에 취득세와 보유세를 강화하되 양도소득세는 현행유지해야 한다. 가령 다주택자의 취득세가 10%라면 부동산 가격이 10%이상 오를 것을 기대하지 않고는 매수하기 어려우므로 수요 조절 기능이 있다"면서 "그러나 지금 양도소득세를 강화하면 다주택자들의 주택 처분 퇴로를 닫게 됨과 동시에, 다음 정권에서 부동산 정책이 바뀌어서 양도소득세가 낮아질 때까지 기다리려는 현상이 발생 가능성도 있다"고 답했다. 

임대차 3법(전월세 신고제, 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 시행으로 "임차인의 권리가 강화되고 보호될 것인지, 전세계약 자체를 회피하면서 전세매물 부족과 전세의 월세화가 발생해 임차인의 임대 부담이 상승할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는 71%가 임차인의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는 데 동의했다. 법률상 권리는 보장되지만, 임차인의 실질적 부담은 증가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다.

임차인의 권리 강화에 '어느 정도 동의한다'고 답한 김우찬 교수는 "임대인이 임대차3법에 따른 비용을 100% 임차인에게 전가할 수 있는 임대인 시장을 가정한다면 ‘신규’ 임차 계약자들은 아무런 이득을 얻지 못할 것이다"면서 "결국 현재의 ‘기존’ 임차 계약자들이 모두 사라지는 2-4년 후에는 의미 없는 제도로 전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임대인이 임대차3법의 비용을 100% 임차인에게 전가하지 못할 경우에는 ‘신규’ 임차 계약자도 부분적으로 이익을 볼 수 있다"면서도 "만약 이로 인해 전월세 공급물량이 줄어 임대료가 상승하면 임차인들은 결국 아무런 이득을 얻지 못하게 된다"면서 공공임대주택 공급의 필요성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