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공장 삼성전자 평택 2라인. 출처= 삼성전자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반도체로 '정점'을 찍겠다는 이재용 부회장의 목표가 점점 가시화 되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이하 삼성)가 보여주고 있는 반도체 사업 확장은 흡사 9회말 2아웃 풀타운트 상황 마무리투수의 ‘전력투구(全力投球)’와 같다. 이는 약 30조원이 투입된 세계 최대규모 반도체 공장인 평택2라인 공장의 가동으로도 잘 드러난다.

이후 삼성은 시스템 반도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역량을 강화할 계획이다. 현재 미국·대만 업체들과 더불어 국가적 지원을 받는 중국 업체들의 맹렬한 추격을 받고 있는 삼성은 반도체의 격차를 넘어선 초(超)격차 입지를 다지기 위해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약속을 지키다 

삼성 이재용 부회장은 “2018년부터 3년 동안 연구개발(R&D)에 약 180조원을 투자하고 관련 인력 4만명을 고용할 것”이라면서 “무슨 일이 있어도 투자에 대한 약속은 꼭 지키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2018년, 2019년 2년 동안 삼성은 총 110억원을 연구개발에 투자했다.  올해 삼성의 투자액은 아직까지 정산되지 않았지만, 지난 2년 간 진행된 투자와 올해의 투자를 감안하면 3년 목표치인 180조원 달성 혹은 목표치를 넘어서는 투자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사업부문은 삼성전자의 DS(반도체) 부문이다. 

반도체에 대한 삼성의 투자는 이미 목표한 수준을 넘어선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러한 삼성의 의지는 지난해 4월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글로벌 1위’로 올라서겠다는 ‘반도체 비전 2030’으로도 드러났다. 반도체 비전 2030은 메모리 반도체 관련 연구개발(R&D)과 생산시설 확충에 총 133조원(R&D 73조원, 시설 60조원)을 투자하는 동시에 전문 인력 약 1만5000명을 채용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계획에 따라서 삼성은 지난해부터 올 연말까지 시스템 반도체에 약 26조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투자의 성과들은 조금씩 가시적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삼성전자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시스템LSI(고밀도집적회로)·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부문에서 총 8조12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삼성 반도체 역사상 처음으로 해당 부문에서 반기 기준 매출이 8조원을 넘어선 기록이며 동시에 지난해 같은 기간의 매출 6조7900억원보다 20% 성장한 수치다. 

평택 2라인 가동의 의미 

지난 30일 삼성은 ‘평택 2라인’의 가동을 시작했다. 이곳에서는 D램·낸드플래시·파운드리와 더불어 EUV(Extreme Ultraviolet, 극자외선) 공정이 적용된 3세대 10나노급(1z) LPDDR5 모바일 D램까지 생산된다. 평택 2라인의 면적은 약 12만8900㎡로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반도체 공장이다.   

▲ 평택 2라인에서 생산될 1z 나노 기반 16GB LPDDR5 모바일D램. 출처= 삼성전자

삼성은 올해 5월 EUV 기반 제품 수요에 대비하기 위한 파운드리 생산라인을 착공했다. 이후 6월에는 V낸드플래시 수요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관련 생산라인도 착공했다. 각 라인은 2021년 하반기부터 정상 가동될 예정이다. 평택 2라인의 가동은 “180조원 투자, 4만명 고용” 계획의 일환이다. 

평택 2라인에서의 생산은 D램의 양산으로 시작된다. 이후 차세대 V낸드, 초미세 파운드리 제품까지 생산하는 첨단 복합 생산라인이 갖춰진다. 일련의 시설들이 계획한대로 가동되면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입지도 달라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우선 삼성이 세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D램의 입지는 더욱 굳어진다. 아울러 해외 업체들이 시장의 우위를 점하고 있는 시스템 반도체 분야의 경쟁력이 강화돼 상위 업체들과의 격차도 점점 줄일 수 있다. 여기에 '4차 산업혁명'으로 명명되는 첨단산업의 핵심이 될 AI(인공지능) 반도체까지 확장을 염두해 둔 파운드리 분야의 역량도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평택2라인은 삼성의 반도체 초격차 목표 달성을 위한 핵심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톱을 노려라! 

이러한 투자는 우리나라 경제에 긍정적으로 이바지하는 것을 넘어 ‘반도체 세계 1등’의 자리에 오르기 위한 삼성의 노력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삼성의 입지는 여전히 강력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확실하게 ‘세계 1등’이라고 말하기에는 아직 충분치 않은 부분이 있다. 최근 각 조사업체를 통해 발표되는 업계의 통계들은 이를 잘 보여준다.    

특히 메모리가 아닌 파운드리에서 삼성은 아직 갈 길이 멀다.

트렌드포스의 조사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삼성은 파운드리 분야에서 대만 TSMC에 이어 점유율 2위에 이름을 올렸다. 한 계단 차이이기는 하지만 두 업체의 파운드리 점유율 차이는 무려 32.7%(TSMC 51.5%, 삼성 18.8%)나 된다. 

▲ 지난해 4월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에서 열린 '시스템 반도체 비전 선포식'에서 시스템 반도체 관련 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출처= 삼성전자

반도체 시장 전체 매출과 점유율 부문에서도 삼성은 미국 인텔(Intel)에 이은 2위다. 글로벌 IT시장 조사기관인 옴디아(Omdia)의 조사에 따르면 올해 2분기 파운드리 전문기업을 제외한 주요 반도체 업체별 매출과 점유율 순위에서 1위는 매출 194억4300만달러, 점유율 17.45%의 인텔이 차지했다. 삼성은 139억1000만달러, 12.48% 점유율로 2위에 올랐다. 

물론 여기에는 미-중 무역 분쟁, 주거래 업체의 차이 등 외부 요인 등이 반영돼있다. 그러나 삼성의 목표는 이러한 요인들의 반영 여부와 관계없이 반도체에서 ‘의심할 여지없는’ 세계 1등의 자리에 오르는 것믈 목표로 하고 있다. 삼성의 행보에 시선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