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노성인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유연한 평균물가목표제 도입하면서 미국 경제에 대한 낙관론이 확산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연준의 확고한 경기부양책에도 최근 경제 회복세가 주춤하고 있어 향후 실물 경제지표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지난 27일(현지시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잭슨홀 미팅을 통해 "연준의 새로운 전략은 '유연한 형태의 평균물가목표제'(Flexible Form of Average Inflation Targeting)"라고 발표했다. 이번 발표는 연준이 2% 이상의 인플레이션을 공식적으로 용인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즉 ‘2% 평균물가목표제’ 채택은 향후 미국 경제 회복이 전망이 어두워짐에 따라, 일정기간 인플레이션을 감수하더라도 막대한 유동성을 방침하는 것을 넘어, 추가 공급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뜻이다.

이에 금융시장에서는 지난 6월 통화정책회의(FOMC)에서 제시한 2022년 말을 넘어 다음 장기 목표 통화정책 전략이 제시되는 2025년까지 제로금리 정책이 지속되리라는 기대가 형성됐다. 지난 20년여간의 인플레이션 추이를 고려하면 일정 기간 2%를 적당히 웃돌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아울러 장기간의 저금리 기조를 통해 미국 경제 회복 가속화를 점치는 낙관론이 힘을 얻고 있다. 그러나 실제 경제 회복이 발목을 잡고 있다. 연준은 인플레이션 억제보다 경기 부양에 무게를 둔 저금리 기조를 이어갈 계획이지만, 큰 효과를 거두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미국 기업 이익 회복 주춤…소비 회복 필요

미국 경제 회복세는 기업이익과 소비의 회복에 달려있다. 

2 분기 미국 GDP 성장률(잠정치)은 전 분기 대비 31.7%(연율) 역성장을 기록했다. 민간소비(-34.6%→ -34.1%), 건설투자(-38.7%→ -37.9%), 설비투자(-27.0%→ -26.0%), 재고 성장기여도(-4.0%p→ -3.5%p), 순수출 성장기여도(0.7%p→ 0.9%p) 등 모든 지출 부문에서 소폭 상향 조정되었지만, 침체를 벗어나진 못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처음 발표된 2분기 미국 기업이익의 경우, 전 분기 대비 11.1% 감소하며 1분기(-12.0%)에 이어 두 자릿수 감소했다. 또 매출 대리지표인 기업 GDP도 2분기에 전 분기 대비 11.4% 줄었다.

이번 발표에 따르면 올 상반기 미국 기업이익에서 국내와 해외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77.9%와 22.1% 수준이다. 특히 국내 부문의 비금융기업 이익의 비중은 54.4%로 전체의 절반 수준이다. 즉 비금융기업 회복이 고용지표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올 상반기 비금융기업의 이익마진은 10.6%로, 2019년(12.3%)보다 1.7%p 수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비금융기업 이익 회복까지 느려지면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본격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유진투자증권 이상재 연구원은 “미국 내 기업이익은 크게 인건비, 가격 결정력, 세계화 요인, 이자비용, 달러가치 등 5가지에 의해 결정된다. 연준의 제로금리 정책은 이자비용을 축소시키고 있고, 최근 달러지수의 하락 역시 이익 증가 요인으로 해석된다”라면서도 “고용시장의 정상화가 이뤄짐에 따라 향후 기업이익 하방 압력을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기업이익이 개선되기 위해서는 비용을 압도하는 매출 증가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추가 실업수당 종료 영향…소득절벽·소비 위축 

미국 내 기업이익의 절반을 넘게 차지하는 국내 비금융기업 이익 개선은 민간소비 회복에 달려있다. 그러나 미국 소비 회복이 단기간이 이뤄지긴 힘들어 보인다. 

7월 미국 개인소비지출이 5월 이후 꾸준히 증가세를 나타냈다. 7월 개인 소비지출은 전월 대비 1.9% 증가하며 5~6월(평균 5.9%)보다 둔화됐지만 3개월 연속 상승했다. 다만 그간 미국 개인소비지출 증가는 주당 600달러의 추가 실업수당 등 정부 부양책의 힘이 컸다. 

미국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4월부터 7월 사이 미국 내 개인소득은 1조3000억달러 증가했는데, 같은 기간 정부 이전소득은 1조4000억달러 증가했다. 정부 이전소득을 제외한 개인소득은 4개월 동안 1조달러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미 개인소득에서 정부 이전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16% 수준에서 2020년 7월에는 26.7%로 확대됐다. 

다만 지난 7월 말, 정부 이전소득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던 추가 실업수당 지원이 중단됐다. 미국 개인소득은 임금소득 개선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최근 미국 내 임금소득은 3~4월 급감 이후 6~7월에 취업자 증가에 힘입어 증가했지만, 여전히 코로나19 이전인 1~2월 평균보다 4.5% 감소한 수준으로 집계됐다. 

메리츠증권 이승훈 연구원은 “최근 미국 컨퍼런스보드에서 발표한 8월 소비자신뢰지수가 84.8을 기록하며, 시장기대치(93)를 크게 밑돌았다”라며 “소득 의존도가 높은 저소득층과 세대주 연령이 어린 가구의 심리 위축이 다른 계층에 비해 크게 나타났다"라며 “연 소득 5만 달러 이상 개인들의 신뢰지수는 전월 대비 2.7포인트 하락에 그쳤지만, 연 1만5000~2만5000달러수준 소득계층의 경우 32.3포인트가 하락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승훈 연구원은 “소비자들의 경기 전망과 금융 안정에 대한 우려가 증가하면서, 소득 절벽으로 인한 소비 위축이 일어날 가능성이 커졌다"라고 말했다. 

이상재 연구원은 “연준의 발표가 마무리됐고, 미·중 무역갈등과 미국 정부의 추가 부양책은 답보 상태이다. 그 때문에 시장의 관심은 위험자산 선호 랠리를 뒷받침하는 실물경제의 회복세 지속 여부에 쏠릴 것으로 보인다”라며 “이번 주에 발표되는 8월 미국의 ISM 제조업·서비스업 지수와 중국 차이신·국가통계국 PMI 지표에 따라 미국 증시뿐 아니라 한국 증시도 큰 영향을 받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