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철호 울산시장(오른쪽 첫번째)과 백성학 자일대우상용차 대표(왼쪽 두번째)가 지난달 28일 자일대우상용차 울산공장에서 사업장 운영 정상화를 주제로 면담하는 모습. 출처= 울산시

[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버스 전문 생산업체 자일대우상용차(이하 대우버스)가 경영난과 노사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더욱 침체된 자동차 시장에서 좀처럼 경영 현황을 개선할 기미를 보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우버스의 올해 자동차 판매실적은 운송업계 침체, 유행병 사태 등 요인으로 인해 급감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월간 자동차 산업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 1~7월 대우버스의 국내 생산량은 794대로 전년 동기(1110대) 대비 28.5%나 감소했다. 판매실적도 비슷한 수준의 감소폭을 보였다. 같은 기간 내수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1159대) 대비 27.8% 감소한 837대에 머물렀다. 수출실적은 10대로 작년 1~7월 실적(50대)보다 더욱 쪼그라들었다.

▲ 자일대우상용차의 2015~2020년 자동차 판매실적 추이. 출처= 산업통상자원부

대우버스는 올해 뿐 아니라 최근 5년 간 내수 판매실적은 꾸준히 내리막길을 걸었다. 국산차 경쟁사인 현대자동차 뿐 아니라 중국산 버스의 국내 진출 공세 때문에 버스 시장 내 경쟁이 격화한 가운데 성장동력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우버스의 연간 판매량은 2015년 2986대를 기록했지만 이후 줄곧 하락해 작년 1918대를 나타내며 1000대에 접어들었다.

경영실적도 곤두박질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우버스의 매출액은 2015년 4431억원에서 지난해 26.3% 감소한 3265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영업이익과 당기순손익은 13억원, -130억원으로 4년 전 대비 77.6% 감소하거나 적자 전환했다.

▲ 자일대우상용차의 2015~2019년 경영실적 추이. 출처= 금융감독원

대우버스는 중형 버스 레스타를 비롯해 차급별 다양한 버스를 운송업체에 공급하는 동안 고유의 상품성으로 시장에서 인정받아왔다. 울산광역시에 완성차 생산공장을 운영함으로써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을 고객에게 제시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데 기여한 점을 앞세워 시장 입지를 구축해왔다. 그간 시장에서 현대자동차 버스 사업 부문의 유일한 토종 경쟁 업체로 여겨지고 있다.

대우버스는 하지만 최근 이어지고 있는 실적 하락세를 면치 못한 가운데 올해 들어 업계에서 불거진 울산공장 폐쇄설까지 더해져 회사 대내외 분위기가 더욱 경색되고 있다. 대우버스의 최대주주인 백성학 영안모자 대표가 현재 베트남 빈푹성 빙옌시에서 가동하고 있는 완성차 생산 공장에 울산공장 시설과 생산물량을 이전할 것이란 업계 추측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한국 제조업계의 고임금 저효율 구조를 극복하고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려는 취지라는 분석이다.

이에 대우버스 사측은 베트남 공장으로 시설이나 물량을 이전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울산공장의 인력, 시설 등 생산역량의 규모를 줄이는 등 구조조정을 실시함으로써 고정비를 줄이고 공장 가동 효율을 개선할 것이란 복안을 제시했다. 사측은 울산공장에서 근무하던 비정규 계약직 근로자들과의 고용계약을 종료시키고 일부 정규직 인원만 공장에 남겨둔 상태다.

하지만 노조는 비정규직 근로자를 포함한 기존 근로자들을 모두 끌어안고 가겠다는 입장으로 사측과 대립하고 있다. 대우버스 실적이 심각한 수준으로 악화하지 않았고, 인력 감축 결정은 경영실적 개선의 필요조건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다만 사측은 “이달까지 노조와 구조조정에 관해 협의해보고 결렬될 경우 구조조정을 단행할 것”이란 방침을 공표했다.

대우버스 노사가 생존을 위해 각자 고군분투하고 있는 가운데 업계에선 대우버스의 경영 정상화 여부나 향후 전망에 대해 비관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우버스의 제품이 내구성, A/S비용 등 측면에서 타사 대비 낮은 경쟁력을 갖춘데다 최근 버스 수요 급감 추세를 극복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다.

익명을 요구한 운송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특히 관광산업이 위축됨에 따라 중고차 시장에도 매물이 나오지 않을 정도로 버스 수요가 적다”며 “대우버스가 이 같은 업황 속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공장을 재가동하더라도 실적을 개선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