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대한항공 홈페이지 갈무리

[이코노믹리뷰=이가영 기자]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항공업계가 생존을 위한 사투를 벌이고 있다. 각종 부가 서비스 비용을 올리거나 이색 서비스 등을 마련해 수익성 확보에 나서는 식이다. 급격한 여객 수요 감소로 비행기를 제대로 띄우지 못하자 살길 찾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항공업계, 수수료 인상하고 체험 상품 출시하고

4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오는 10월 1일부터 반려동물 운송 요금과 국제선 비동반 소아 및 청소년 서비스 수수료 등을 50% 인상한다. 

현재 무게 32㎏ 이하 반려동물을 미주, 구주, 중동, 아프리카, 대양주까지 비행기로 함께 이동할 때 내야하는 요금은 20만원(2만 마일리지)이지만, 내달부터 30만원(3만 마일리지)로 인상된다. 같은 구간에서 33~45㎏ 이하의 반려동물 운송비는 40만원(4만 마일리지)에서 60만원(6만 마일리지)으로 오른다. 

일본, 중국, 대만, 홍콩, 마카오, 몽골 노선의 경우 32㎏ 이하 반려동물은 기존 10만원(1만 마일리지)에서 15만원(1만5000 마일리지), 33~45㎏ 이하의 반려동물은 20만원(2만 마일리지)에서 30만원(3만 마일리지)으로 인상된다. 이 외 동남아·서남아 등 노선의 반려동물 운송비용도 모두 50% 가량 뛴다. 국내선은 7㎏ 이하 반려동물에 2만원, 8~32㎏ 반려동물에 3만원(3000 마일리지)으로 차등 책정해온 운송요금을 3만원으로 통일하기로 했다. 다만, 33~45㎏ 이하의 반려동물은 종전과 같이 6만원(6000 마일리지)로 유지된다. 

혼자 항공기에 탑승하는 어린이나 청소년 등에 도움을 주는 비동반 소아·청소년 서비스(UM서비스)의 가격도 오른다. 소아(만 5세 이상~11세)의 경우 기존 10만원에서 15만원(1만5000 마일리지)으로, 청소년(만 12세이상~16세)의 경우 기존 15만원에서 20만원(2만 마일리지)로 높아진다.

업계에서는 대한항공의 금번 결정을 수익성 개선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19로 비행기를 띄우기 어려워진 상황에서 부가서비스 비용 인상으로 수익성 창출에 나선 것 아니겠냐는 관측이다. 

풀서비스캐리어(FSC)보다 부가 서비스 매출 비중이 높은 저비용항공사(LCC) 들은 신규 서비스는 물론 각종 이색 서비스로 수익성 확보에 나서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통상 LCC들의 부가서비스 매출은 전체 매출의 10% 안팎이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여객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부가서비스 매출 비중은 점점 늘고 있다. 예컨대 업계 1위인 제주항공의 경우 전체 매출 가운데 부가 매출 비율이 올 1분기 15.1%에서 2분기 19.3%까지 늘어났다. 
 
이 같은 추세에 따라 최근 진에어는 번들 서비스에 라운지 플러스를 신규로 추가하고 사전좌석지정 구역을 개편하는 등 부가 서비스 확대·강화에 나섰다. 라운지 플러스를 통해 인천공항 스카이허브라운지 이용권을 추가했으며, 사전좌석지성 서비스에는 빠른 하기(下機)를 위한 지니패스트 구역을 신설하는 등 기존 5개 구역이던 사전좌석지정 구역을 6개로 세분화했다. 이 밖에 글로벌 해외 여행자 지원 서비스 기업 어시스트카드와 함께 고객의 안전한 항공 여행을 지원하는 지니 트래블 케어, 전문 의료지원 등 프리미엄 서비스를 제공하는 여행보험 토탈케어도 판매한다. 

에어부산 또한 지난달 26일 국내 항공사 중 처음으로 도착지 없이 국내 상공을 비행하다 다시 이륙지로 돌아오는 이색 비행 체험 프로그램을 출시했다. 코로나19로 현장 체험실습의 기회가 사라진 관련 학과 학생들을 위해 산학협력 차원으로 마련했다는 게 에어부산의 설명이다. 해당 항공편은 김해국제공항을 출발해 남해안 상공을 거쳐 제주 인근까지 비행한 후 다시 김해공항으로 돌아온다. 비행시간은 약 2시간 30분이 소요된다. 특히, 에어부산은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되면 국제선 상공 비행 및 일반인 대상 관광 비행 상품도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 에어부산의 비행 체험 프로그램에 도입되는 에어버스 321LR 항공기. 출처=에어부산

해외 항공사들도 신규 비즈니스·서비스 도입… “실질 도움 안돼도 이점 많아”

항공사들의 이 같은 움직임은 국내만의 일이 아니다. 중화항공·에바항공·스타럭스 등 대만 주요 항공사들은 최근 국제공항에서 출발해 대만 근교를 비행 후 대만으로 다시 착륙하는 상품을 출시해 큰 호응을 끌고 있다. 특히, 스타럭스 항공의 경우 호화기내식은 물론 면세점도 이용할 수 있으며, 대표가 직접 기장을 맡아 체험 종료 후 기념촬영 시간도 제공한다. 일본 ANA항공은 올초 일출 비행을 기획해 일출을 보며 후지산 인근을 한바퀴 도는 상품을 내놨는으며, 호주 콴타스항공도 착륙 없이 남극 상공을 비행하는 상품을 100만원가량에 판매하기도 했다.

타이항공은 최근 방콕 시내 본사 2층에 비행기 객실을 닮은 레스토랑을 열었다. 고객들이 비행기를 탄 기분을 느낄 수 있도록 실제 항공기 좌석을 그대로 가져와 설치한 것이 특징이다. 항공기처럼 비즈니스석과 이코노미석을 구분했으며, 실제 항공기 기내식을 만든 셰프가 요리를 만들어 판매한다. 서빙은 승무원들이 맡는다. 타이항공은 앞서 4월에는 기내식 배달 서비스도 진행하기도 했다. 

이 밖에 미국 유나이티드항공과 아메리칸항공, 델타항공은 국내선 변경수수료 폐지라는 획기적인 서비스를 내놓으며 고객 잡기에 나서고 있다. 특히 아메리칸항공의 경우 국제 항공 수요가 회복될 경우 장거리 노선에 대한 수수료도 낮추겠다고 시사함은 물론 좌석 변경이나 환불이 어려운 이코노미석의 경우 업그레이드를 허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국내외 항공업계의 이 같은 움직임은 길어지는 코로나19에 따른 것이다. 전 세계 항공사들이 여객 수요 급감으로 심각한 경영난을 겪으면서 새로운 서비스와 비즈니스 모델로 돌파구 찾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엄밀히 따져보면 체험 서비스 등 부가 매출 규모는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코로나19 이전 매출과 비교하면 경영난 개선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엔 역부족이란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계에서는 지금의 추세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국제선과 국내선 운항이 여의치 않은데다 화물도 없어 추가 매출을 기대하기 어려운 LCC들에게는 한줄기 빛이 될 수 있다. 아울러 변경수수료 폐지와 색다른 서비스 등은 기업 이미지 제고로 이어져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될 경우 고객 유입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포스트 코로나를 위한 일종의 선제 대응인 셈이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여객 수요 회복이 언제 이뤄질지 예측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차별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도태될 수 밖에 없는 환경”이라며 “코로나19로 인해 항공업계에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나 서비스가 대거 등장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