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위기의 두산그룹이 정상화를 위한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다만 일부 사업부 매각이 여전히 요원한데다 그룹의 핵심동력이 상실될 수 있다는 불안감은 여전한 것으로 보인다.

▲ 박정원 회장. 출처=두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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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중공업은 4일 1조3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주주배정 후 일반공모 방식으로 진행되며, 실권이 발생할 경우 주관증권사가 총액을 인수하는 방식이다. 두산 관계자는 “앞서 실행한 클럽모우CC, 네오플럭스 매각에 이어 이번 일련의 결정이 동시에 이뤄짐으로써 두산중공업 정상화를 위한 큰 틀을 차질 없이 마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난 4월 발표된 3조원 규모 자구안 로드맵이 속속 가동되는 분위기다. 

박정원 두산 그룹 회장을 포함한 오너 일가가 두산중공업 유상증자에 참여한 것도 확인됐다. 나아가 박 회장 등 ㈜두산 대주주 13명이 보유중인 두산퓨얼셀 지분 23%도 두산중공업에 무상증여된다. 나아가 두산중공업 유상증자와 함께 두산솔루스 지분 18.05%를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에 2382억원에 매각했으며, 오너 일가는 두산솔루스 매각 대금으로 유상증자에 참여한다는 설명이다.

이에 앞서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은 지난 6월 11일 임직원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통해 “두산중공업은 3조원 이상 재무구조 개선을 목표로 연내 1조원 유상증자 및 자본확충을 시행하고 경영정상화 및 사업구조 개편 방향에 맞춰 자산매각을 추진할 것”이라며 “㈜두산 및 ㈜두산의 대주주들은 중공업 유상증자와 자본확충에 참여해 대주주로서의 책임경영을 충실히 이행할 계획”이라 밝힌 바 있다. 그리고 이번 두산중공업 유상증자로 그 약속을 지키게 됐다.

재계에서는 오너 일가가 그룹의 위기를 정면돌파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장면에 집중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3월 두산그룹 오너 일가는 정부로부터 1조원 자금을 수혈받기 위해 보유 주식을 담보로 내놓은 바 있으며 여기에는 두산그룹 오너 5세들도 일부 동원됐다. 

'실탄' 확보를 위한 매각 작업도 빠르게 이어지고 있다.

첫 매각은 지난 7월 단행된 클럽모우CC 골프장 매각이다. 두산중공업은 클롭모우CC 매각을 통한 첫 차입금 상환을 시작으로 재무구조개선 계획을 차근차근 진행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가능한 빠리 경영 정상화를 이뤄낸다는 복안이다. 당시 매각 대금인 1850억원에서 골프장 회원권 보증금 반환 비용분을 제외한 대금으로 차입금의 일부를 상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번째는 네오플럭스 매각이다. 네오플럭스는 창업투자, 벤처기업투자, 경영자문 사업을 담당하는 두산의 자회사며 신한금융지주에 지분을 정상적으로 매각했다. 매각 대상은 두산이 보유한 네오플럭스 지분 96.77%이며 주식 수는 2441만3230주 그리고 매각 대금은 730억원이다.

두산건설과 두산솔루스, 두산타워 매각도 속도를 내고 있다. 당장 두산솔루스 매각이 두산중공업 유상증자와 함께 진행되며 일단락된 가운데, 두산그룹은 마스턴투자운용과 그룹 사옥인 두산타워 매각을 위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두산건설은 올 하반기 인수 대상자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 출처=두산중공업

넘어야 할 산은 있다
두산그룹은 두산중공업 유상증자를 단행하는 한편 오너 일가가 전면에 나서 책임있는 접근을 보여주고, 매각전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큰 파도는 넘을 수 있다는 희망섞인 관측이 나오고 있으나 아직은 넘어야 할 산도 많은 것이 사실이다.

일단 두산중공업 유상증자를 고려해도 3조원 규모 자구안 로드맵 중 절반만 채워졌고, 두산중공업이 1년 이내 갚아야 할 단기차입금 규모가 6조756억원에 달한다는 점이 부담이다. 두산중공업이 그린뉴딜 수혜주라는 점이 부각되고 있으나 코로나19에 따른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다는 점도 지적된다.

매각전에 있어서도 모든 매각이 안정적으로 흘러가는 것은 아니다. 특히 두산모트롤 BG와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이 지지부진하다. 두산모르톨 BG의 경우 PE가 인수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노동조합의 반발이 거세고, 두산인프라코어는 한 때 한화와 현대중공업그룹이 인수 대상자로 거론됐으나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말도 나오지만, 이 역시 확인된 것은 없다.

두산인프라코어의 자회사인 두산인프라코어차이나(DICC)가 조 원 수준의 소송전을 거듭하고 있는데다 두산밥캣이 두산인프라코어에서 빠지며 매력적인 매물이 아니라는 말까지 나오는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자칫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의 타이밍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일각에서는 두산 그룹이 두산중공업 유상증자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예정했던 매각을 모두 마쳐도 '문제가 많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룹의 알짜 자회사들을 모두 매각한 후 간신히 살아남아도, 핵심 경쟁력이 사라진 마당에 두산 그룹의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는 우려 때문이다. 두산 그룹의 위기 극복은 이제 시작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