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속한 스키 인구 감소의 원인

1990년대 이후, 한국에서 스키는 대중화 바람을 탔다. 수도권과 강원권은 물론, 충청 전라권의 덕유산 리조트, 경상권의 벨리 리조트 등 전국 각지에 스키장이 생겨났을 정도였다. 여름철 물놀이시설인 워터 파크와 연동된 리조트까지 등장할 정도였다.

그러나 2010년부터 상황은 급변했다. 2015년, 스키장경영협회는 스키장 이용객들이 매년 10%씩 감소한다는 내용을 공개했다. 그리고 2016년 이후부터는 아예 스키장 이용객과 관련된 별도의 통계조차 따로 내놓지 않고 있다. 통계가 의미 없는 까닭이다.

고성 알프스 리조트와 수안보 이글밸리 리조트는 문을 닫았고, 평창올림픽에 활용된 가리왕산 스키 코스는 복구와 철거의 갈림길에서 철거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스키 바람이 끝난 마당에 시설 유지를 하는 것이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판단 때문이다.

스키 인구의 감소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스키장 이동에 필요한 과도한 시간 허비, 과격한 운동이라 선입견, 부당을 당하면 중상 이상이라는 우려, 고가의 장비와 고액의 스키장 이용료 등에 더해서, 지구 온난화 현상도 빼놓을 수 없는 이유이다.

그러나 한국 스키 인구가 급격하게 감소한 것은 다른 데 이유가 있다. 바로 대형 아웃렛의 등장이다. 1995년 이랜드의 2001 아웃렛을 시작으로 출범한 한국의 아웃렛 문화가 스키 인구 감소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쳤다. 한국의 겨울 문화를 바꾼 것이다.

 

대형 아웃렛이 바꾼 겨울 문화

서양 아웃렛은 1960년대부터 시작했다. FOS(Factory Outlet Store: 제조업체 아울렛 스토어)에서 출발한 것인데, 이것은 공장이나, 창고 근처에서 과잉 생산된 상품을 종업원 가족에게 파격적 가격으로 판매하는 데서 시작되었다. 아웃렛의 모태이다.

하자가 있는 잉여 생산품이라는 느낌에,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입지의 시설에서, 낮은 서비스 수준에서 판매됐던 것이 당시 아웃렛의 제품. 불량 제품에 대한 애프터서비스는 기대할 수 없었지만, 오로지 가격이 많이 싸다는 것이 장점 하나는 있었다.

그러다 1980년대부터 발전된 형태의 아웃렛이 등장했다. 제조업체들이 적극적으로 과잉생산품을 처분하기 위해 아웃렛의 환경을 개선하면서, 시설 확장에 나선 것이다. 심지어 제조업체들이 연합해서, 특정 지역에 점포를 개설해서 집적 효과를 낸 것이다.

소비자는 지명도 있는 유명상표의 제품을 일반 소매 가격의 25-75%의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다는 매력 때문에 아울렛을 애용하기 시작했고, 아웃렛이 급격하게 증가했다. 초기에 등장했던 FOS와는 전혀 다른 형태로 아웃렛이 발전해 나간 것이었다.

한국에서는 롯데, 신세계, 롯데 등 백화점 업체들이 아웃렛 시장에 진출하면서, 백화점에서 펼쳤던 유통 경쟁 구도를 재현하기 시작했다. 한국 아웃렛은 서양의 아웃렛에서 한 발 더 나갔다. 최고 수준의 식, 음료 시설, 놀이시설, 볼거리 등을 마련했다. 한국의 스키장의 쇠퇴와 대형 아웃렛의 발전은 궤를 같이한다. 한마디로, 대도시 주변에 아웃렛이 있는데, 굳이 시간을 들여서 스키장을 찾을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스키장이라는 운동 공간이 대형 아웃렛이라는 소비 공간과 경쟁에서 패배한 것이다.

 

코로나19가 바꾼 소비문화

본격적인 코로나19 팬데믹이 닥쳐오기 전인 지난 5월 1일, 롯데 프리미엄아울렛 기흥점에 위치한 ‘나이키 택토리 스토어’에서는 1억 8,000만 원 어치 물건이 팔렸다. 지난해 동기 대비 84% 신장한 수치. 나들이 온 가족 고객들의 운동화, 레깅스 등 구매.

같은 날, 현대백화점 대구점은 ‘타미힐피거그룹 대전’에서 봄, 여름 이월상품을 특가에 판매했다. 외출이 잦아지면서 늦게 봄옷을 구매하려는 고객들이 모이면서 사흘간 이 행사에서만 현대백화점은 8,000만 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 목표 150% 초과.

코로나19 사태 후 첫 황금연휴 기간, 백화점 3사와 교외형 아웃렛, 편의점 등 주요 유통업체 매출은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한 지난 1월 말 이후 전 년 동기 대비 처음 반등했다. 목돈을 절약한 소비자들이 유통업계 할인 행사에 적극적으로 동조한 결과.

그러나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2차 팬데믹이 닥쳐온 최근 상황은 크게 달라졌다. 수도권에서 코로나19를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가 시행됨에 따라 백화점, 대형마트, 편의점 등의 식음료 시설 영업이 일부 제한되고 있기 때문이다.

백화점, 아웃렛의 식당가와 푸드코트는 오후 9시까지만 영업하고 이후에는 포장 판매만 한다. 또 백화점 각 층에 입점한 카페나 베이커리, 고객 라운지에서는 오후 9시 이전에도 매장 내 음식과 음료 섭취가 금지되고 포장만 허용된다. 전혀 다른 상황.

더 충격적인 상황은 편의점도 수도권에 한해서 점포 내 취식 공간을 오후 9시까지만 운영한다는 사실이다. CU와 세븐일레븐 등은 이날 점주에게 공문을 보내 치킨, 델리 등의 즉석 음식 취식을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5시까지 금지할 것을 권고했다.

 

배달문화의 발전과 프로슈머 시대의 개막

코로나19 사태 이후, 유통업계 최고 승자는 배달앱. 음식에서 음료까지, 요사이는 배달되지 않는 내용물이 없다. 호객을 걱정하던 요식업체는 배달 플랫폼과 결합하면서, 다양한 상품과 전략을 창출해냈다. 국내 배달시장은 연 20조 원으로 추정된다.

굳이 배달앱을 선택하지 않아도 마찬가지이다. 비대면 트렌드에 발맞춘 매장들은 포장, 배달 서비스를 중심으로 하고, 키오스크 판매와 로봇 도입 등을 통해서 비대면 주문 시스템을 강화하고 있다. 심지어 온라인 전용 브랜드까지 생겨나고 있는 상황.

코로나19 사태가 얼마나 장기화될 지 짐작할 수 없다. 백신이 생산되어도, 전 세계에서 코로나19가 종식될 때까지는 적어도 1, 2년 시간이 더 소요될 수도 있다. 절대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되지만, 그사이 2, 3차례 정도 팬데믹이 더 찾아올 수도 있다.

스키장의 인구를 유입한 아웃렛, 코로나19라는 복병 앞에 무릎을 꿇을지 모른다. 2, 3년이면, 소비자들은 대형공간 기대에서 개인공간 적응으로 습관을 완전히 바꿀 수 있다. 소비자들은 벌써 인터넷을 통한 비대면 접촉, 개인 생활 시대로 진입해간다.

여기에서 예상할 수 있는 유통문화의 새로운 변화가 있다. 배달문화에 익숙한 소비자들이 자기 기호에 맞는 제품 생산자로 나설 수 있다는 사실이다. 프로듀서와 컨슈머를 결합한 프로슈머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선도할 유통 선도주자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