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랏 공업단지의 직조 공장이 정부의 폐쇄령으로 6개월째 멈춰서 있다.     출처= Indian Express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코로나바이러스로 인도의 꿈이 타격을 받았다는 것은 인도 최대의 공업단지 수랏(Surat)의 한적한 거리에서 가장 먼저 나타났다.

이곳은 여러 세대 동안에 걸쳐 오늘날의 공업지대가 되었지만 지금은 평소의 10분의 1정도만 가동되고 있다.

공장에서 일하던 사람들은 일자리를 잃고 가족들은 야채와 우유를 줄이고 있다. 소비자들의 호주머니 사정이 악화되면서 거리의 이발소와 휴대전화 매장은 텅 비어 있다.

인도 서해안의 이 상업 중심지에 있는 인도섬유협회 아시시 구자라티 회장은 한 굴뚝을 가리키며 힘없이 말했다.

”전에는 저 굴뚝에서 연기가 나왔었지요.”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인도의 미래는 완전히 달라 보였다. 인도는 수 천 년의 빈곤에서 벗어나 현대적인 거대 시장을 건설하며 펄펄 끓는 경제를 자랑했다. 인도는 국민들에게 중산층의 생활방식을 제공하고, 낡은 군대를 현대화하고, 언젠가는 중국과 맞설 수 있는 아시아 지역의 정치 경제적 강국이 되는 것을 목표로 했다.

그러나 수랏을 포함한 이 나라 전역의 경제 황폐화는 인도의 많은 열망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최근 보도했다.

인도 경제는 다른 주요 국가의 경제보다 빠르게 위축되었다. 심지어 2억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다시 빈곤으로 다시 빠져들 수 있다는 보고도 있다. 평소에 활기가 넘치던 거리들은 코로나 확산에 대한 두려움으로 텅 비어 있다.

인도는 현재 매일 8만 명 이상의 새로운 감염이 보고되는 등 코로나바이러스 가장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나라다.

국가에 대한 불신도 커지고 있다. 인도의 경제 성장은 코로나 이전에 이미 둔화되고 있었다. 인도의 경제성장률은 2016년 8%에서 코로나 대유행 직전에 이미 4%대로 떨어지고 있었다. 게다가 사회 분열도 확대되고 있다. 일부 악의적인 소셜미디어에서 이슬람 교도들이 바이러스를 퍼뜨리고 있다는 거짓 소문이 퍼지면서 반무슬림 감정이 최고조에 올라있다. 게다가 중국과의 긴장도 고조되고 있다.

오늘날 학자들이 인도를 얘기할 때 사용하는 단어들은 대개 비슷하다. ‘길을 잃다’, ‘무기력하다’. ‘치명상을 입었다’, ‘뱡향타가 없다’, ‘불공정하다’ 등.

인도의 저명한 작가 중 한 명인 아룬드하티 로이는 이렇게 표현했다.

"엔진이 부서졌습니다. 생존 능력이 완전히 박살나서 그 조각들은 모두 공중에 떠 있습니다. 그것들이 어디로 어떻게 떨어질지 아무도 모릅니다.”

인도는 여전히 강점이 있다. 인도는 거대한 젊은 노동력과 많은 기술 천재들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과 세계의 많은 다른 나라들이 중국을 경계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의 대안으로서 가장 가능성이 높은 나라다.

하지만 세계에서 인도의 위상은 추락하고 있다. 지난 2분기에 인도 경제는 24% 위축된 반면 중국의 경제는 다시 성장했다. 경제학자들은 인도가 미국, 중국, 일본, 독일에 이어 세계 5위의 경제 대국으로서의 지위마저 잃을 위험이 있다고 경고한다.

뉴델리 자와할랄 네루 대학교(Jawaharlal Nehru University)의 개발 경제학자 자야티 고쉬 교수는 "지금은 아마도 인도가 독립 이후 최악의 상황"이라며 "돈이 씨가 말랐다. 시장이 없으면 투자자들도 투자하지 않는다. 또 대부분의 공장에서 비용도 크게 올랐다."고 말했다.

▲ 경제 전문가들은 모디 총리의 정책을 ‘완전한 실패’로 규정했지만 힌두민족주의를 내세우고 있는 모디 총리의 인기는 5년만에 최고치를 구가하고 있다.    출처= Times of India

2014년 모디 총리가 힌두 민족주의 바람을 타고 권력을 잡았을 때, 많은 인도인들은 그들의 국가가 마침내 그들의 열망에 걸맞은 강력한 지도자를 찾았다고 느꼈다.

그러나 모디 총리는 이슬람교도들을 노골적으로 차별하는 새로운 시민법 등 분열적인 이념적 프로젝트에 힘을 쏟거나 대부분 이슬람교도인 카슈미르 지역에 대한 정부 장악력을 강화했다.

4년 전 그는 부패를 억제하고 디지털 결제를 장려한다는 명목으로 인도 지폐의 거의 90%를 갑자기 없애 버렸다. 경제학자들은 두 가지 명분에 대해서는 지지했지만, 모디 총리의 개혁 방식이 경제에 장기적 피해를 입혔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코로나바이러스가 인도를 강타했고, 인도 정부는 3월 24일 오후 8시를 기해 모든 인도인들의 이동을 금지시켰고, 불과 4시간 남긴 사전 통지로 사무실, 공장, 도로, 기차, 주 경계 등 모든 경제를 폐쇄했다.

수천만 명의 인도인들이 즉시 일자리를 잃었다. 그들은 대부분 인도 시골에서 온 이주자들이었다.

세계은행 이코노미스트를 지낸 코넬대학교 카우식 바수 교수는 "2020년 2분기 인도 최악의 경기침체는 거의 전적으로 ‘무자비한’ 폐쇄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로 인해 코로나를 진압했다면 그럴 만한 가치가 있었을지도 모르겠지만 결국 그러지도 못했으니까요.”

그는 모디 총리의 정책이 ‘완전한 실패’였다고 말했다.

모디 정부는 약 2600억 달러(300조원)에 달하는 긴급 구호자금을 풀었지만 전문가들은 정작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극히 적은 돈만 흘러갔다고 말했다. 세수는 급감했고, 일부 주에서는 의료 종사자들에게 급여를 지급하지 못하고 있으며, 정부 부채는 40년 만에 최고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

그래도 모디 총리의 인기는 계속 높아지고 있다. 최근 인도의 유력 뉴스매거진 인디아 투데이(India Today)가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그의 지지율은 78%로 5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이 같이 인기가 높은 이유의 일부는 소위 경쟁의 붕괴로 설명될 수 있다. 최대 야당인 인도국민회의(Indian National Congress)는 누가 당을 이끌어야 할지를 놓고 탈당, 중상모략 등 끝없는 실존적 위기에 부딪혀 있다. 또 다른 이유는 모디 총리의 힌두 민족주의 포용 정책이다. 힌두교인은 인도 인구의 약 5분의 4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바이러스와 경제는 서로 얽혀 있다. 인도의 바이러스 그래프는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현재 인도의 감염자 당 사망률은 세계 3위다.

수랏 섬유지대의 습한 공기 속에는 불안감이 감돌고 있다.

호주머니에 달랑 동전 몇 개를 절그렁거리며 젊은 이발사 악샤이 센이 한탄한다.

"눈을 씻고 봐도 면도하러 오는 사람도 없습니다."

그의 말이 다른 문 닫은 가게들을 메아리쳤다. 그 모든 것 뒤에는 지평선 위의 경고 표지판처럼, 아직 연기가 피어나지 않은 커다란 굴뚝이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