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거리 무기인 ‘활’, 궁(弓)자가 들어간 두 번째 글자 ‘강(强)’이다. 강점으로 목표를 향한다. 그러나, 기술 발전과 환경변화에 대비하지 못하여 강점이 패배의 단초가 되는 경우도 많다. 강점의 지속적 우위를 위한 방법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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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아는 이솝우화의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이다. 토끼는 경기중에 낮잠을 자는 바람에 백배 불리했던 거북이가 승자가 되어 우리에게 몇 가지 교훈을 주고 있다. 토끼가 잠시 피운 게으름이 최악의 성적을 낸 원인이 되었다. 자기경영에 장착한 원거리 무기인 강점이 도리어 참혹한 결과를 낼 수 있다는 위험성과 극단적인 양면성을 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야기를 조금 확장해 보자. 누가 먼저 시합을 하자고 했을까? 달리기라는 종목은 누가 선택을 했을까? 경기가 끝난 후에 그냥 그대로 모든 상황이 끝났을까? 의미 있는 상황설정과 답변도 한 번 추론해 볼만하다. 경기를 끝내고 동네로 돌아간 토끼에 대한 비난은 대단할 것이다. 리턴 매치로 명예회복을 재촉할 것이다. 그러면, 거북이는 이 대결을 수락할 것인가? 내가 거북이라면?

강의시간에 직장인들이나 대학생들에게 질문하면 70%이상이 거절한다고 한다. 뻔한 패배의 두려움과 지금의 승자 기록에 안주하고 싶어서일 것이다. 잠시의 게으름이 주는 위험성을 보면서도 우리는 그런 답을 하기 십상이다.

단순화시킨 가정이지만 우리 삶에는 변치 않는 것이 있다. 내가 가만히 있어도 세상은 변한다는 것이다. 이후에도 다른 토끼들의 도전이나 다른 동물들의 도전이 계속될 것이다. 새로운 강자가 나타나 계속 덤벼들 것이다. 언젠가는 도전을 받아야만 한다. 도전을 받는다면 나에게 유리한 종목으로 경기의 판을 바꾸자. 달리기가 아닌 ‘수영시합’을 하자고하는 것이다.

모든 스포츠 역사, 기업 경영의 역사, 국가 흥망의 역사가 그러했다. 잠시의 성취 이후에 나락으로 떨어진 경우도 많이 보았다. 핸드폰에서 세계적인 강자이던 모토롤라, 노키아 등이 스마트폰 경쟁에 참가하지 않아 몰락하는 경우를 보았다. 우리나라의 LG전자도 조금 늦게 스마트폰 경쟁에 들어오는 바람에 수 년째 약자의 위치를 벗어나지 못하고 헤매고 있지 않은가? 반면에, 지속적으로 강점을 발전시켜 우월적 위치를 놓치지 않는 경우도 보아왔다. 강점을 더 큰 강점으로, 숨어있던 또다른 강점의 발굴하고, 강점으로 다른 기업과 제휴하여 더 큰 가치로 이어가는 것에 대한 생각을 정리한다.

두가지가 필요하다. ‘다양한 강자와 주기적인 교류’와 ‘현장 중심의 새로운 시각’이다.

먼저 다양한 강자와 주기적인 교류가 중요하다. 개인 사업이나 직장의 사업영역에서 눈에 띄는 강자들과 교류하는 것이다. 네트웍 모임을 만들어도 좋고, CEO조찬포럼, 특별 컨퍼런스 같은 행사에 참가하는 것이다. 최고의 권위자와 의도적인 관계설정도 하는 것이 좋다.

필자가 모셨던 고(故) 김우중 회장께서는 세계경영이 활발할 당시에 미국의 키신저, 헤이그 전 국무장관의 교류와 자문을 받았다. 때로는 한국으로 초대해 대우 임직원에게 특강을 통해 글로벌 이슈에 대한 광범위한 지혜를 나눠주곤 했다. 지금 포스코 인터내셔널의 큰 수익원인 미얀마가스전에 관련된 인연도 이 만남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최근 바이오업계의 강자로 떠오른 셀트리온의 서정진 회장은 20여년전 사업을 시작할 때 미국의 샌프란시스코를 찾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바루크 블럼버그 박사와 스탠퍼드대 에이즈 연구소장이던 토마스 메리건 교수 등 생명공학 분야 석학들을 만나 얘기를 나눈 뒤 바이오산업에 대한 확신을 가졌다고 한다. 지나가는 말로 ‘노벨상 수상자면 만나기 힘들 것으로 생각하지만 돈만내면 된다. 의외로 만나는 비용이 크게 들지 않았다. 은퇴시점이기에 찾아오면 흔쾌히 만나준다’고 하는 말을 직접 들었다.

두번째 필요한 것은 ‘나의 강점이 펼쳐지는 사업 현장에서 다른 시선으로 보는 것’이다. 고인이 된 스티브 잡스의 애플(APPLE)사 혁신 슬로건이 무엇인가? ‘다르게 생각하라(Think different)’이다. 1등의 위치에 있어도 쉬지않고 ‘남과 다르게, 예전과 다르게’ 생각하는 것이다. 한 번 오른 강자, 고수의 반열에 오르면 눈에 잘 띄는 것이 많을 것이다.

1990년대말 IMF외환위기 때 한국에서 더 이상 의미없다고 진단했던 가전산업과 조선산업도 잠시 보자. 백색가전산업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당시 세계 최고 수준의 강자 위치였다. 그런데 단순한 논리로 구조조정을 시도했지만 미미한 수준에 그쳤다. 그 이후 종사자들이 글로벌 현장에서 제품개발에서 마케팅까지 치열한 노력을 기울였다. 국가마다 지역마다 현지인의 시각으로 전개했기에 지금도 견고한 위치를 지키고 있다. 당시 기업인들의 노력을 도외시했던 정부 판단의 어리석음을 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조선산업도 노동집약산업이기에 중국의 저임금으로 더 이상은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선진국을 따라잡고 중국의 추격을 떨치며 기술력과 우수한 기술인력, 든든한 후방산업의 발전에 힘입어 강자의 위치를 유지하고 있다. 조선 불황기에 조선의 강점을 채유 시설에 관련된 해양플랜트에 집중한 것이 큰 화근이 되었다. 셰일 가스의 등장과 유가의 하락을 예측하지 못했고 플랜트 인수 거절 등의 사태로 이어진 것이다. 글로벌 네트웍을 중심으로 폭넓은 정보를 수집하고 현장 중심의 경영을 했다면 이런 사태는 없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회사에서 한 분야의 최고 권위자로 자리매김하다가 순식간에 후배들에게 자리를 내어 주는 경우를 많이 본다. 자리를 내어 주는 것이 아름답게 보일지 몰라도 평생을 쌓아온 강점을 묻어버리는 아쉬움이 크다. 오히려 정년 이후에도 의미있는 활약이 가능하지 않을까? 한 번 욕심 내어 보길 권한다. 기존의 지식과 방식으로는 끝일지는 몰라도 새로운 세상에 도전하는 후배들에게 방향을 제시하고 다른 강자와의 결합 가능성과 지혜를 나눠준다면 누가 비키라고 하겠는가?

필자의 소망이자 지금 노력하고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발견을 위한 진정한 탐험은 새 풍경을 찾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으로 보는 것이다(The real voyage of discovery consists not in seeking new landscapes, but in having new eyes).’ 소설가 마르셀 프루스트의 책에서 본 글이다.

한번 고수의 반열에 오른 사람들이 훨씬 더 잘 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