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셀트리온 서정진 회장이 글로벌 바이오 컨퍼런스 2020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 '위기가 기회다'를 주제로 발표를 하고 있다. 출처=GBC2020.PNG

[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셀트리온(068270)이 코로나19 팬데믹 대응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초기 감염모델에서 효능과 안전성이 확인된 코로나19 치료용 신약 ‘CT-P59’의 임상을 가능한 빨리 진행하면서 자가면역질환 억제제 ‘램시마(성분명 인플릭시맙)’를 코로나19 감염 영향을 치료하는 약으로 재창출한다는 방침이다. 또 타사의 코로나19 치료제를 위탁생산(CMO) 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열어뒀다.

CT-P59, 코로나19 감염 초기 원숭이 모델서 24시간 내 바이러스 소멸 확인

7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셀트리온 서정진 회장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개최한 글로벌바이오컨퍼런스(GBC2020)에서 “(코로나19와 관련해) 초기 치료가 가장 중요하다”면서 “원숭이를 대상으로 진행한 시험에서 (CT-P59) 치료제 투입 시 24시간 안에 바이러스가 소멸하는 결과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전임상에서 코로나19 신약 CT-P59의 효능과 안전성을 확인한 셀트리온은 한국에서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한국에서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이 기업은 해당 임상과 함께 한국과 영국에서 각각 경증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1상을 추가로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식약처에 임상 2상/3상 시험계획서(IND)를 제출했다. 가능한 빨리 임상을 진행해 빠른 허가를 위한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셀트리온이 진행 중인 건강한 사람 대상 임상 1상, 경증 대상 1상, 2상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시 이 기업은 실질적으로 조건부허가에 도전할 수 있는 임상 데이터를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조건부허가는 임상 중인 의약품을 치료제가 없는 질환 등에 처방할 수 있도록 규제당국이 승인하는 제도다. 대개 임상 2상을 마친 후 임상 3상을 진행하는 조건으로 허가를 받는다.

서정진 회장은 “코로나 항체 치료제 임상에 진입했는데 이달 말부터는 2상과 3상을 진행하는 것을 희망한다”면서 “2상에서 탁월한 효능과 안전성이 확인되면 연말에 긴급사용승인을 신청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늦어도 3상을 2021년 5월까지 성공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셀트리온은 CT-P59와 관련해 임상 및 상업용 생산을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임상과 생산 계획 등이 계획대로 순항할 시 빠른 시일 내에 코로나19 치료제를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서정진 회장은 “이달부터 (CT-P59) 대규모 선행 생산 계획을 진행 중”이라면서 “계획대로 추진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CT-P59ㆍ램시마로 예방 및 초기ㆍ중증 환자 치료

업계에 따르면 셀트리온은 CT-P59와 램시마로 코로나19 단기 예방 및 초기ㆍ중증 환자까지 치료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셀트리온은 코로나19 신약 CT-P59와 관련해 단기 예방 백신으로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글로벌 임상 3상도 진행할 방침이다. 서 회장은 앞서 “CP-P59를 건강한 사람에게 투여할 시 1달 정도 백신 역할이 가능한 것을 확인했다”면서 “1달인 이유는 반감기 때문, 장기적으로 예방이 가능한 백신이 나오기 전까지 다리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CP-P59가 코로나19 초기 감염 원숭이 모델에서 24시간 내 바이러스와 사멸한 점과 임상 1상 및 2상 등에서 경증 환자에 집중하고 있는 점을 보면 이 신약은 최소한 코로나19 경증 환자를 대상으로 허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효능과 안전성 만큼 허가를 위한 전략도 중요하다. 경증 대상 시판 허가를 받으면 환자에게 투약을 하면서 추후 중증 및 중등도 임상을 진행, 적응증 확대로 치료 범위를 넓힐 수 있다.

▲ 셀트리온이 자체 개발한 동등생물의약품(바이오시밀러) '램시마(성분명 인플릭시맙)'. 출처=셀트리온

CP-P59 개발 성공 시 중증 환자를 치료하기 위한 방법으로 램시마와의 병용 가능성도 나온다. 셀트리온헬스케어(091990)는 영국에서 옥스퍼드 대학과 함께 셀트리온이 자체 개발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램시마를 코로나19 감염 후 면역반응에 따른 염증반응(사이토카인 폭풍 등)을 치료하기 위한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200명을 대상으로 임상을 진행 중이다.

코로나19 환자의 혈액과 조직에는 염증을 증폭시키는 종양괴사인자(TNF)가 있다. 램시마는 TNF-α억제제다. TNF-α는 염증 반응에 직접 관여하는 물질이다. 이는 대식세포나 호중구 같이 염증을 일으키는 면역세포를 끌어들이는 동시에 활성을 높여 염증 반응을 유발, 증상을 악화시킨다. TNF-α억제제는 TNF-α에 들어가야 할 수용체에 대신 결합하거나, TNF-α억제제에 직접 작용해 염증 신호가 전달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서 회장은 “셀트리온이 옥스퍼드와 같이 사이토카인에 가장 효력이 있는 것을 지속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신 및 치료제 주권 문제 없어…CMO 가능성도

셀트리온은 또 타사가 개발한 코로나19 치료제 등을 CMO 하는 가능성도 열어뒀다. 서 회장에 따르면 한국은 유전자재조합백신 및 단백질재조합 의약품 등을 생산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다. 단백질재조합 의약품과 관련해서는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글로벌에서 15%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이 중 6~7%다.

서 회장은 “자체 개발도 하겠지만 타사가 먼저 효능과 안전성이 있는 약을 개발할 시 생산을 한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한국 기업이 CMO를 할 시 한국에서 필요한 만큼의 백신 및 치료제를 확보할 수 있는 방식의 계약을 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 회장은 또 “항체 치료제와 혈장 치료제 관련해서도 한국이 개발 및 임상 속도 등에서 뒤처지지 않고 있다”면서 “생산 역량에 있어서는 가장 강력한 국가 중 하나, 치료제 및 백신 주권 부문에서 문제가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