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 셀트리온. 출처=각사

[이코노믹리뷰=황대영 기자] 삼성전자(005930)와 셀트리온(068270)이 대형 호재에도 미지근한 주가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는 늘어난 시중 유동성으로 작은 호재에도 급등하는 최근 시장 추세에 편승하지 못한 상태다. 일부 전문가들은 공매도와 해외 선물이 주가 상승에 발목 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 5G 통신장비·파운드리 잇따른 호재

삼성전자는 지난 7일 미국 최대 이동통신사 버라이즌과 66억4000만달러(약 7조9000억원) 규모의 네트워크 장비 장기 공급계약을 맺었다고 공시했다. 이 계약으로 삼성전자는 버라이즌에 5G(5세대이동통신) 장비를 포함한 네트워크 솔루션을 5년간 공급하고 설치, 유지보수를 담당한다.

삼성전자가 맺은 이번 계약은 국내 통신장비 산업 역사상 최대 규모이며, 미국 화웨이 제재로 인한 반사이익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시장조사업체 델오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글로벌 5G 통신장비 시장에서 점유율 13.2%로 4위를 기록 중이다. 1위는 화웨이가 35.7%, 그 뒤를 에릭슨, 노키아가 이어갔다.

미국의 대(對)화웨이 제재 수위가 높아지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버라이즌과 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미국이 세계 최대 이동통신서비스 시장이자 세계 기지국 투자의 20~25% 달하는 만큼, 버라이즌과 계약을 토대로 점유율을 끌어올릴 방침이다.

▲ 출처=삼성전자

또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부문에서도 호재가 터졌다. 삼성전자는 IBM, 엔비디아에 이어 퀄컴까지 추가 수주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퀄컴의 보급형 5G칩 '스냅드래곤 4 시리즈' 생산을 맡았다. 앞서 IBM은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 '파워10'을 삼성전자 파운드리에서 생산한다고 공개했으며, 엔비디아는 지난 1일 그래픽처리장치(GPU) '지포스 RTX30'을 삼성전자에 맡긴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3분기 삼성전자 영업이익 컨센서스(시장 평균 전망치) 전년 동기 대비 약 1조3000억원(16.61%) 늘어난 9조698억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2년 만에 분기 영업이익 10조원 달성 전망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지난 1분기까지만 하더라도 향후 전망에 불투명하다고 밝혔지만,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어닝서프라이즈 실현에 파란불이 켜졌다.

KB증권 김동원, 황고운 연구원은 "삼성전자 3분기 영업이익은 세트사업 판매 호조로 10조원으로 추정돼, 약 2년 만에 분기 영업이익 10조원을 회복할 전망"이라며 "화웨이 반사이익 및 반중정세 확대에 따른 인도 시장 점유율 증가 등으로 스마트폰 출하가 전분기 대비 47% 증가하며, 가전·CE 부문에서도 출하량 증가로 지난 2016년 2분기 이후 4년 만에 최대 실적 달성이 전망된다"라고 분석했다.

셀트리온, 코로나 치료제·사상 최대 실적 겹호재

글로벌 톱10 제약사 진입을 노리는 셀트리온은 주력 바이오시밀러 매출 증대 전망과 사상 최대 실적이 겹쳤다.

8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셀트리온은 올해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가 190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4.58% 늘어났다. 3분기 매출액 역시 전년 동기 대비 약 1700억원 늘어난 4544억원으로 전망됐다. 이에 따른 연간 실적 컨센서스도 매출액 1조7408억원, 영업이익 6898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그간 셀트리온은 주력 바이오시밀러 램시마IV, 램시마SC, 허쥬마, 트룩시마 등 4종으로 글로벌 시장 점유율 확대를 꾀하고 있다. 북미, 유럽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한편, 글로벌 직판체계까지 갖추면서 수익률 극대화를 제고 중이다. 특히 지난 7일 셀트리온은 트룩시마가 미국 대형 보험사 중 하나인 유나이티드헬스케어(UNH)의 선호의약품에 등재되는 쾌거까지 거뒀다.

▲ 셀트리온 바이오시밀러 트룩시마. 출처=셀트리온

실제 램시마는 유럽에서 60%에 가까운 시장 점유율을 보이고 있으며, 트룩시마도 UNH 선호의약품 등재 이전에 19.4% 점유율을 나타냈다. 그러나 트룩시마가 오리지널의약품인 리툭산을 밀어내고 UNH 선호의약품에 등재됨에 따라 처방액 역시 늘어날 전망이다.

또한 코로나19에 따른 호재도 이어지고 있다. 방역당국은 8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9월 중 상업용 항체 치료제를 대량생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여기에서 상업용 항체 치료제는 셀트리온의 코로나19 항체 치료제 'CT-P59'가 유력시 되고 있다. 셀트리온은 CT-P59의 1차 투여를 끝내고 2~3상 임상시험 계획을 식약처에 제출한 바 있다.

하나금융투자 선민정 연구원은 "셀트리온은 천식치료제인 졸레어의 바이오시밀러 임상 3상을 올해 7월, 자가면역질환 치료제인 스텔라라의 바이오시밀러 임상 1상을 올해 6월에 개시했다"라며 "두 품목 모두 제2의 램시마와 트룩시마로 기대되고, 향후 꾸준한 고성장 지속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라고 밝혔다.

호재에도 주가 발목잡는 요인들

이 같은 호재가 겹쳤는데도 불구하고 삼성전자와 셀트리온의 주가는 미지근하다. 각각 단발성 요인으로 소폭 상승했을 뿐, 큰 반향을 가져오지는 못했다. 이 부분에서 해외 선물과 공매도가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실제 삼성전자 시가총액은 지난 8일 장마감 기준 350조4262억원으로, 지난해 말 333조1000억원 대비 소폭 상승하는데 그쳤다. 같은 날 셀트리온은 42조9280억원으로 지난해 말 24조4000억원 대비 큰 폭으로 늘었지만, 코로나19 수혜주로 묶인 바이오주(株)에서 증가폭이 비교적 낮았다.

일부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대형 호재에도 주가 상승률이 완만한 곡선을 그리는 이유로 해외 선물시장을 지목했다. 비교적 공매도가 적은데도 주가 상승이 부진한 부분은 해외 선물시장에서 프로그램 매수·매도가 보정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셀트리온은 UNH 선호의약품 등재와 코로나19 치료제 양산에 따른 상승세가 일정 반영됐다. 그러나 개인투자자들은 호재에 따른 동일업종 상승률보다 폭이 낮고, 그 원인이 공매도에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셀트리온의 PER은 지난해 117.2배인데, 올해 실적 개선세가 두드러지면서 54.6배까지 낮아질 전망이다.

공매도가 금지 조치되기 직전인 지난 3월 13일 기준 셀트리온 주식의 공매도 비중은 9.35%다. 일부 전문가들은 "국내 바이오주에 대한 지나친 버블 우려로 공매도를 다시 풀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라며 "하지만 셀트리온 실적과 PER을 보면 오히려 공매도가 주가 상승을 발목잡는 양상"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