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일합작 프로젝트 '니지 프로젝트'의 기획 의도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JYP엔터테인먼트 박진영 프로듀서. 출처= JYP엔터테인먼트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최근 일본인들 사이에서 좋은 평판으로 화제가 되고 있는 한국인이 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엔터기업 JYP엔터테인먼트(이하 JYP엔터)의 총괄 프로듀서이자 현역 가수로도 활동 중인 박진영이다. 최근 일본에서 박진영은 ‘세계 최고의 상사’ ‘존경할만한 인물’ 등의 찬사를 받고 있다.   

박진영에 대해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인식은 데뷔 초기 강렬한 인상과 그로테스크한 의상, 그리고 매우 과감했던(1990년대 기준) 퍼포먼스로 인해 ‘재밌는 아저씨’라거나 ‘춤 잘추는 아저씨’ 혹은 ‘떡(을 좋아하는) 고릴라’ 등 상당히 가벼운 이미지로 굳어져 있다. 그러나 그는 본인이 갖고 있는 엔터테이너로서의 역량을 후배들에게 전수하고 그들을 최고의 아티스트로 키워내는 능력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최고의 프로듀서로 손꼽힌다. 그가 발굴해 낸 원더걸스·2PM·2AM·MISS A·TWICE·ITZY 등 아티스트들이 남긴 여러 가지 기록과 활동은 지금까지도 글로벌 K-POP 열풍 확산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다.

박진영은 최근 우리나라 엔터 업계 역사상 그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도전을 통해 엄청난 성과를 거뒀다. 그는 이번 시도를 통해 “글로벌 한류의 새로운 국면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으며 화제가 되고 있다.  

도전, 니지 프로젝트 

지난해 2월 JYP엔터의 프로듀서 박진영은 프레스 컨퍼런스를 열고 기자들과 업계 관계자들에게 ‘니지 프로젝트(Nizi Project)’라는 이름의 새로운 기획을 소개했다. 이 기획의 골자는 일본의 콘텐츠기업 소니뮤직(Sony Music)과의 협업을 통해 100% 현지인 멤버들로 구성된 걸그룹을 만들어 일본을 근간으로 한 글로벌 활동을 전개하는 것이다. 박진영은 “프로젝트 그룹을 만들기 위해 일본의 주요도시에 거점을 두고 오디션을 진행할 것이며 오디션의 모든 과정을 방송 프로그램으로 제작해 일본에서 방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기획에 대한 국내 업계의 반응은 긍정적이지 않았다.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라거나 “K-POP 그룹이라면 소수의 일본인 멤버들로 충분하다” 혹은 “일본에서 주목받지 못할 것”이라는 등 의견들이 있었다. 그런가하면 일각에서는 “긴장 국면이 지속되고 있는 한일 양국의 관계를 고려할 때 과연 적절한 기획인가”라거나 “우리나라의 아티스트 육성 시스템 노하우가 일본으로 유출되는 것이 아닌가”라는 등 외교적 문제까지 고려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일련의 우려에 대해 박진영은 “니지 프로젝트는 해외 현지의 인재들을 육성해 아티스트로 길러내는, JYP가 추구하는 K-POP 미래 비전 중 새로운 단계인 제 3단계 계획의 일환”이라고 답변했다.     

▲ 니지 프로젝트를 통해 탄생한 글로벌 걸그룹 니쥬(NiziU)의 디지털 미니앨범. 출처= JYP엔터테인먼트

그러나 약 1년 동안 방영된 니지 프로젝트는 일본에서 그야말로 대 히트를 쳤다. 이를 통해 K-POP의 높은 수준이 일본에 더 잘 알려지면서 한국 문화에 관심이 없던 일본인들의 생각마저 바꾸는 등의 파급효과를 냈다. 니지 프로젝트를 통해 선발된 최종 9명의 인원으로 구성된 걸그룹 니쥬(NiziU)는 정식 데뷔 전부터 현지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JYP엔터는 6월 30일 니지 프로젝트 경연 중 공개된 음원 4곡이 담긴 니쥬의 프리 데뷔 디지털 미니앨범 ‘Make you happy’를 발매했다. 이 앨범은 7월 일본의 가요 차트인 오리콘 주간 합산 앨범 순위 1위에 올랐다. CD 패키지 음반 판매 실적과 디지털 앨범의 실적이 합산되는 이 차트에서 니쥬는 디지털 앨범만으로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디지털 음원 성적만으로 오리콘 정상에 오른 것은 일본 아티스트들 중 니쥬가 최초다. 아울러 니쥬는 오리콘의 6월 29일~7월 5일 기준 디지털 앨범, 디지털 싱글, 스트리밍 등 3개 부문에서 주간 차트 1위에 올라 3관왕을 차지했다. 일본의 유명 연예인들은 앞을 다퉈 앨범의 타이틀 곡 ‘Make you happy’의 안무를 따라하기도 했다.

K-POP의 한계돌파 

니쥬가 화제가 된 만큼 일본에서는 프로듀서 박진영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을 가졌다. 기획을 위해 일본어를 배운 그의 노력과 더불어 프로젝트에 참가한 연습생들에게 전하는 그의 진심어린 조언들은 많은 일본인들을 감동시켰다. 

아울러 일본에서 박진영이 니쥬를 통해 일궈낸 성공은 JYP엔터에 대한 국내외 투자자들의 관점도 바꿨다. 니쥬의 첫 번째 미니앨범이 발매되기 직전인 6월 26일 JYP엔터의 주가는 1만원대(1만8700원)였다. 니쥬의 앨범이 발매된 이후 JYP엔터의 주가는 지속적으로 상승해 현재(9월 8일 종가 기준) 4만3300원까지 올랐다. 약 두 달 만에 주가가 3배가량 오른 것이다. 

일련의 성과들로 박진영은 그간 국내 시장에 국한됐던 K-POP의 아티스트 육성 시스템을 해외 현지에서도 성공시킴으로 한류를 바라보는 세계인들의 관점을 바꾸는 계기를 만들었다. 

국내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박진영은 니지 프로젝트의 기획의도에 대해 “K-POP 한류가 대단하다라고 하지만, 실상은 국내 엔터 3대(SM·YG·JYP) 회사의 시가총액을 모두 합쳐도 미국 메이저 기획사 시가총액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라면서 “한국인으로만 구성된 K-POP 그룹의 활동은 대자본이 오고가는 글로벌 콘텐츠 시장에서 경쟁해야 할 우리(JYP엔터)의 성장에 한계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고, 니지 프로젝트라는 기회를 통해 이를 과감히 뛰어넘어 보고 싶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