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한미약품

[이코노믹리뷰=최지웅 기자] 한미약품(128940)의 당뇨 신약으로 기대를 모았던 '에페글레나타이드'가 새 출발에 나선다. 이미 경쟁이 치열해진 당뇨병 치료제를 넘어 새로운 적응증으로 신약 가치를 끌어올릴 전망이다.

9일 한미약품에 따르면 다국적 제약사 사노피가 한미약품으로부터 사들인 당뇨 신약 에페글레나타이드에 대한 권리를 최종 반환하기로 했다. 이에 한미약품은 당뇨치료제가 아닌 다른 적응증 탐색 및 병용요법 연구, 새로운 파트너링 체결 등 여러 가능성을 열어놓고 대책 마련에 고심 중이다.

어차피 성공 가능성 낮았다…전화위복 기회로 삼아야

에페글레나타이드는 한미약품이 자체 개발한 '랩스커버리' 플랫폼 기술을 적용해 투여 주기를 주 1회에서 최장 월 1회까지 늘린 GLP-1 계열의 당뇨치료제다.

앞서 한미약품은 지난 2015년 11월 사노피에 에페글레나타이드를 포함한 당뇨 신약 후보물질 3종을 39억 유로에 기술수출한 바 있다. 하지만 사노피는 2016년 주 1회 투여 제형으로 개발 중인 '지속형 인슐린(LAPSInsulin115)'과 '인슐린 콤보(LAPS-Insulin Combo)' 등 2종을 한미약품에 반환했다. 마지막으로 하나 남았던 에페글레나타이드도 기술수출 이후 임상시험이 지연되고, 계약 내용이 수정되는 등 숱한 우여곡절 끝에 권리반환으로 일단락됐다.

애초 사노피는 일찌감치 에페글레나타이드의 개발과 상용화에서 손을 뗄 가능성을 시사해왔다. 사노피는 지난해 9월 최고경영자(CEO)를 폴 허드슨으로 교체하면서 전체 R&D 역량을 암, 희귀질환, 혈액질환, 심혈관질환 등으로 옮기고 있다. 또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각국 의료체계가 흔들려 수천 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을 기한 내 진행할 수 없다는 현실적 어려움도 권리반환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권리반환으로 에페글레나타이드 행보에 적신호가 켜졌다. 반환된 의약품이라는 꼬리표와 함께 사노피의 글로벌 영업마케팅 역량을 활용할 수 없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하지만 한미약품이 크게 손해를 보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미약품이 이미 수령한 계약금 2억유로(약 2643억원)와 사노피가 진행했던 임상 데이터를 통해 새길을 모색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사노피의 에페글레나타이드 임상3상 5건. 출처=미래에셋대우

실제로 한미약품은 사노피가 진행하던 5건의 임상 3상 자료를 모두 넘겨받았다. 이중 오는 10월 완료되는 임상시험 1건은 한미약품이 직접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또 한 번의 기술수출 성과를 올릴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 샘솟는다.

앞서 한미약품은 다국적제약사 얀센이 기술수입한 당뇨 신약물질 ‘LAPSGLP/GCG 듀얼 아고니스트’를 지난해 반환했을 때도 새로운 적응증으로 돌파구를 마련했다. NASH(비알코올성지방간염) 치료제로 개발해 지난달 MSD와 1조원대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게다가 당뇨 치료제로 개발 중인 에페글레나타이드의 성공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릴리의 '트루리시티', 노보노디스크의 '오젬픽' 등 에페글라나타이드의 경쟁 약물이 이미 시장에 자리를 잡았고, 지난해 9월 노보노디스크의 '리벨서스'가 GLP-1 작용제 최초 경구용으로 허가를 받으면서 새로운 포식자로 급부상했다. 설령 주사제인 에페글레나타이드가 개발에 성공해도 시장 경쟁에서 리벨서스를 앞지를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한미약품이 실패 부담감을 안은 채 에페글레나타이드의 당뇨병 치료제 개발을 강행하는 건 무모한 도전"이라면서 "이번 권리반환은 또 다른 적응증을 발굴하고 새로운 파트너사를 모색하는 등 전화위복의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