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수소차 전문 스타트업 니콜라가 현재 양산을 추진하고 있는 수소트럭 TRE1. 출처= 니콜라 공식 홈페이지 캡처

[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한국지엠의 모기업인 지엠(제너럴모터스)이 수소차 전문 스타트업 니콜라에 출자함으로써 수소차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나섰다. 수소차를 직접 생산하지 않는 대신 그간 축적해온 수소차 구성품 개발·공급 역량으로 사업 저변을 넓힌다는 각오다.

메리 바라 지엠 최고경영자(CEO)는 8일(미국 시간) 기자회견을 열고 니콜라 지분 11%를 인수했다고 밝혔다.

니콜라는 2015년 창업주 트레버 밀턴 CEO에 의해 설립된 후 수소트럭, 순수전기트럭 등 상용차 위주 저공해차 라인업을 개발해오고 있다. 오는 2022년 말부터 수소 픽업트럭 배저를 비롯해 사명과 같은 이름의 제품명을 지닌 수소트럭들을 양산해 시장에 보급할 계획이다.

니콜라는 지난 6월 4일 잠재력을 인정받아 미국 증시(나스닥)에 상장하는데 성공했다. 이어 같은 달 사업 시너지 창출을 노리는 한화그룹 계열사 2곳을 비롯해 국내외 산업별 업체들로부터 1억달러(약 1205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받은 점으로도 주목받았다. 지엠이 이번에 니콜라 지분을 인수하는데 20억달러(2조3800억원)을 들임으로써 니콜라의 기업가치는 더욱 높아졌다.

지엠은 이번 출자를 통해 니콜라 임원 1명을 지명할 수 있게 되는 등 경영권을 일부 확보했다. 지엠은 또 향후 니콜라의 수소전기 픽업트럭인 배저(Badger)에 전기 배터리와 수소연료전지를 공급할 계획이다.

지엠이 니콜라 투자를 단행한 이유는 그간 개발해온 수소연료전지 등 수소차 관련 장치를 활발히 공급할 계기를 마련하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엠은 지난 2013년 일본 완성차 업체 혼다와 함께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을 양산하기 위한 목적으로 합작법인 퓨얼셀 시스템스 매뉴팩처링을 설립한 바 있다. 합작회사를 운영하기 위한 비용 8500만달러(약 1000억원)를 혼다와 나눠 투입했다.

지엠은 당시 기자회견을 열고 2020년 수소연료전지를 대량 생산해 시장에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수소차를 직접 양산하지 않고 구성품을 개발·공급하는 사업전략으로 수소차 사업에 뛰어드는 셈이다. 지엠은 현재 전세계 수소차 시장 상황을 살펴볼 때 7년 전 수립한 대량 양산 목표를 달성하긴 어려워졌다. 다만 이번 투자를 통해 목표를 향후 달성할 가능성을 더욱 높였다.

▲ 메리 바라 지엠 CEO가 지난 3월 전기차 관련 행사인 EV위크에 참석해 자체 개발한 차세대 전기차 플랫폼을 소개하는 모습. 출처= 지엠

지엠 “수소차보다 수소차 장치 공급에 우선 집중”

지엠은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에 사업 역량을 집중시키고 있으나, 수소차를 직접 개발해 시장에 출시하는 계획은 현재로선 없다. 수소차가 시장에 보급되더라도 차량 충전 인프라가 아직 미비한 등 요인 때문에 전기차보다 더욱 취약한 수익성을 갖추고 있어서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전세계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윤을 창출하기 어려운 수소차를 직접 제작해 판매하는 일은 더욱 요원해졌다.

지엠은 다만 전세계적으로 친환경차 시장이 부상하는 점을 감안해 전기차들로 친환경차 라인업을 적극 보강하고 있다. 전기를 외부로부터 충전하는 순수전기차인 볼트나, 내연기관차에 전기모터를 장착해 구동력을 보태는 하이브리드차 등을 내세우고 있다.

데인 파커 지엠 지속가능성 부문 책임자(Chief Sustainability officer)는 지난 7월 열린 기업 컨퍼런스 콜에 참석해 “지엠은 우리 자원을 승용 전기차(electric passenger car)에 우선 투입하는 것의 중요성을 직시했다”고 발표했다.

다만 지엠이 수소차를 앞으로 출시할 가능성은 남아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간 수소차를 양산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하지 않은데다, 수소차 사업에 대해서는 분야별 우선순위를 거론한 점에서 이 같은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

자동차 전문 매체 로드쇼 등 현지 언론사 보도에 따르면 지난 7월 지엠 대변인은 “지엠은 수소 소재를 배터리식 전기 동력장치 분야에 대한 보완적 요소(complement)로서 집중 활용할 것”이라며 “수소 분야 파트너사인 혼다와 함께, 각사가 다양한 곳에 응용할 수 있는 (수소) 연료전지기술을 상용화하는데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