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우주성 기자] ‘지속가능한 개발’이라는 오랜 화두가 다시 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대한민국도 2021년이면 온실가스 감축의무 대상국의 대열에 합류하게 된다. 많은 기업들이 탄소배출권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결코 녹록지 않은 과제다.

수십 년 전부터 이런 미래를 준비해 온 기업과 사람들이 있다. 국내 기업 중 거의 유일하게 대규모 숲을 조경하고 관리해 온 SK임업이 바로 그곳이다. 가난한 고학생들의 장학금을 위해 마련했던 작은 숲은 어느새 온실가스배출권 제공은 물론 경제적 가치만 500억원이 넘는 ‘자산’이 됐다. 조림사업을 통해 ‘오래된 미래’를 가꿔온 SK임업 산림팀의 유희석 산림팀장을 만났다.

“나무 키우듯 사람 키우기”에서 시작된 조림사업

SK임업의 역사는 197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나무를 키우듯 사람을 키우고 인재를 키우듯 숲을 가꾼다'는 SK임업의 모토처럼, SK임업 설립 당시의 조림목표는 국내의 우수 인재 육성을 위한 장학 재원의 조달에 있었다. 故 최종현 선대회장의 뜻에 따라 임지를 확보해 산림을 조성하고 이후 관련 수익 등으로 한국고등교육재단의 재원 조성을 마련한다는 장기적인 프로젝트였다. 여기서 나아가 국내 산림녹화 기여라는 목적이 더해지면서 국내 유일의 산림조경 전문 기업이 탄생했다.

▲ 유희석 SK임업 산림팀장. 사진=이코노믹리뷰 임형택 기자

이후 50여년간 SK임업이 충주, 천안, 영동, 횡성 일대에 조성한 숲은 총 4500헥타르에 달한다. 故 최 회장 역시 SK임업을 통해 조림사업 발전과 산림자원화에 노력한 공로가 인정돼 지난 2010년 국립 수목원 내 ‘숲의 명예전당’에 헌정되기도 했다.

"직접 가치만 수백억… 탄소배출권까지 상당 가치"

SK임업이 수십 년간 가꿔온 숲은 ‘친환경 성장’이라는 시대정신이 도래한 현재 더욱 큰 빛을 발하고 있다. 직접적인 경제성 뿐만 아니라 유무형적 부분까지 감안하면 상당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유 팀장의 설명이다. 유 팀장은 “자작나무, 가래나무 등 특용활엽수를 비롯해 낙엽송, 잣나무, 호두나무 등 약 400만본의 나무가 성장하고 있다. 해당 입목 자산의 가치평가 금액은 2020년 기준 약 505억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온실가스 배출권 역시 조림사업에서 얻을 수 있는 귀중한 부산물이다.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가 강해지면서 자연스레 온실가스 배출을 위한 배출권을 필요로 하는 기업도 많아지는 추세다.

▲ 유희석 SK임업 산림팀장. 사진=이코노믹리뷰 임형택 기자

유 팀장은 “국내에서 최초로 강원도 고성 지역에 A/R CDM(숲 조성을 통해 흡수된 온실가스를 장기간 고정, 측정해 배출권으로 인정) 사업을 추진해 현재 진행 중에 있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기업, 산주, 지방자치단체 등이 탄소 흡수원 증진 활동을 통해 추가로 확보한 산림탄소흡수량을 정부가 인증해 주는 제도인 ‘산림탄소상쇄사업’도 등록한 상태다. 그는 “해당 사업들을 통해 기후변화 대응 방안 및 산림자산을 활용한 사업모델을 구축하고 사회적 가치를 제고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대기·수질 정화, 토사붕괴·유출 방지 등 산림의 사회적 가치 역시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유 팀장은 “국립산림과학원의 연구 결과를 기반으로 분석하면 지난해 기준 SK임업이 경영하는 산림의 공익적 가치는 440억원으로 추산된다”라고 답했다.

오랜 조림 사업을 통해 쌓아온 조경 노하우와 임산물을 통한 수익 역시 기업의 숨겨진 캐쉬카우다. 유 팀장은 “1978년 쉐라톤워커힐 호텔 조경공사를 시작으로 울산대공원 조성공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다수의 조경공사를 진행해 왔다. 또 최근에는 도심지 등 식재가 어려운 곳에 도시 숲을 조성하는 ‘Mobile Planter’사업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외에도 산림에서 얻은 자작나무 수액으로 마스크 팩을 비롯하여 크림, 앰플 등 다양한 화장품을 출시해 해외 수출까지 진행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온실가스 감축은 모두의 문제… 지속적 관심 필요

유희석 팀장이 사내에서 맡고 있는 직책은 산림팀장과 SV(사회가치)추진 TF 팀장. 두 가지 모두 산림 조경과 가치 창출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직책이다. 유 팀장은 “보유 산림의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가 극대화 될 수 있도록 산림경영계획을 수립하고, 지속가능한 산림경영이 이뤄질 수 있도록 팀원들을 조력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면서 “SV추진 TF를 통해 보유한 자산을 사회와 공유하고 공유인프라, 사회적 가치 창출 전문가들과 협력해 그 생태계를 더 크게 키워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 유희석 SK임업 산림팀장. 사진=이코노믹리뷰 임형택 기자

유 팀장은 산림팀장으로 삼림을 경영하면서 크고 작은 고충도 많다고 말한다. 그는 “임업에서 가장 걱정되는 부분은 아무래도 산불이다. 산불 감시요원을 투입해 감시활동을 펼치고 있지만 워낙 넓은 면적이라 한계가 있다. 또 산림을 경영한다는 것은 길게는 100년 이상 미래를 보고 하는 것인 만큼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당사와 같이 아직 벌기령이 미도래해 실질적인 창출이 어려운 임업계를 위한 ‘임업직접지불제’ 등의 입법·제도화도 절실하다”고 언급했다.

산림 경영은 쉽지 않은 일이지만, 고충이 있는 만큼 보람도 상당한 일이다. 유 팀장은 “지속가능한 산림 경영을 위해 호두나무 묘목 등을 매년 일정수량 식재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묘목들이 열매 맺는 모습이나, 자작나무 묘목이 흰색의 수피를 드러내는 모습 등에서 뿌듯함과 희열을 느끼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SV(사회가치) 창출을 위해 지역사회 또는 사회적기업들과 함께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좋은 결과를 얻고 ‘고맙다’는 평을 받으면 이전에 있던 어려움도 눈 녹듯 사라진다”고 이야기했다.

퇴직 후 자연 속에서 여생을 보냈으면 한다는 유 팀장은 “SK임업은 향후 국내 보유산림의 경제적·사회적 가치 극대화와 국내외 조림사업을 통한 그룹의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할 예정이다”라며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문제는 어느 일부가 아닌 전 지구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관련 업계뿐만이 아니라 모두가 주시해야 할 문제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