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창민 기자] 정부가 약 14억5000만달러 규모의 외국환평형기금 채권(외평채)을 역대 최저 금리로 발행했다고 10이 밝혔다.

기획재정부는 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10년 만기 미국 달러화 표시 외평채 6억2500만달러와 5년 만기 유로화 표시 외평채 7억유로로 나눠 발행했다고 발표했다.

외평채는 외국환형평기금이 외화 조달을 목적으로 발행하는 채권이다. 발행자금은 기금에 귀속되며 외환보유액으로 운용된다.

정부는 이번 외평채는 발행금리, 가산금리, 투자자 수요 등 모든 측면에서 시장 예상을 웃도는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발행금리를 살펴보면, 10년물 달러채의 경우 10년물 미국국채 금리에 50bp(1bp=0.01포인트)를 더한 1.198%다. 5년물 유로채의 경우 5년물 유로 미드스왑에 35bp를 더한 -0.059%로 결정됐다. 

두 외평채 모두 역대 최저수준이다. 특히 5년물 유로채 발행금리인 -0.059%는 역대 최저인 동시에 비(非)유럽 국가의 유로화 표시 국채 가운데 최초로 마이너스 금리 채권으로 발행됐다.

마이너스 금리 채권은 채권을 액면가액 이상으로 발행 시 마이너스 금리에 해당하는 이자만큼 프리미엄(발행가액-액면가액)을 받아 수취 만기 시 액면가액만 상환하면 된다.

예컨대 액면가액 100원인 채권을 101원(발행가액)에 발행했을 때 채권 발행자는 발행 시점에 투자자로부터 101원을 받고 채권 만기 시점에 투자자에겐 100원만 상환하면 되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액면가액인 7억 유로보다 많은 7억200만 유로를 받게 된다. 200만 유로는 프로미엄인 셈이다. 만기에는 액면가액인 7억 유로만 상환하게 된다.

10년물 달러채 발행금리(1.198%)도 지표금리인 미국 국채금리 하락 등으로 과거 달러화 외평채와 비교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과거 달러화 외평채 발행금리의 경우 2017년 10년 만기 2.871%였으며, 2018년 3.572%, 2019년 2.677% 등이었다.

가산금리인 50bp도 10년물 달러채 기준 역대 최저치다. 가산금리는 지표금리 대비 발행자의 신용도에 따라 지급하는 금리다. 이 금리는 신용등급이 높을수록 낮고 신용등급이 낮을수록 높다. 이번 외평채(2030년 만기) 가산금리 50bp는 2029년 만기 외평채 유통금리(61bp)보다 11bp 낮다.

역대 최저수준을 달성할 수 있었던 데는 해외 투자자들의 높은 수요가 뒷받침된 덕분이라고 정부 측은 설명했다.

10년물 달러채와 5년물 유로채는 각각 최대 50억 달러, 50억 유로 이상의 투자자 주문이 접수됐다. 이는 당초 예정(5억 달러·5억 유로)보다 수요가 몰리자 발행 규모를 올해 외평채 발행한도인 15억달러에 가깝게 확대할 수 잇었다. 

이와 함께 발행금리도 정부가 처음 제시한 조건보다 대폭 하향조정됐다. 10년물 달러채의 경우 당초 10년물 미국 국채금리에 90bp를 더한 수준이었으나 최종 50bp로 낮아졌다. 5년물 유로채도 60bp에서 35bp로 내려갔다.

금리조건 하향 이후에도 최종 유효주문은 최종 발행물량의 5배를 넘어섰다. 달러채는 5.8배, 유로채는 7.8배의 유효주문이 몰렸다.

기획재정부는 "한국계 외화채권의 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외평채가 역대 최저금리 수준으로 발행된 만큼 향후 국내기업·금융기관의 해외채권 발행금리 하락, 해외차입 비용 절감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2014년 이후 처음으로 유로화 외평채가 발행돼 달러화에 집중된 외화 조달 창구가 향후 점진적으로 다변화되는 효과도 기대된다"고 예상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날 페이스북에서 "외평채의 역대 최저금리 발행으로 한국경제에 대한 해외투자자들의 신뢰를 재확인했다"면서 "코로나19 확산세 지속에 따른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 속에서도 우리 경제에 굳건한 신뢰를 보여준 해외투자자들이 많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외평채 발행을 통해 우리 정부와 국민의 코로나19 방역 및 경제 대응 성과는 물론 대외건전성을 비롯한 한국경제 펀더멘털에 대한 나라 밖의 평가를 재확인할 수 있어 뿌듯한 마음과 함께 앞으로의 경제회복 노력에 더욱 진력하겠다는 새로운 각오를 다진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