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양식품의 불닭시리즈 제품. 출처=삼양식품

[이코노믹리뷰=박자연 기자] 삼양식품이 ‘K-라면’ 전도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올해로 창립 59주년을 맞은 삼양식품은 내년 60주년을 맞이하기 위한 경쟁력 강화에 한창이다. 국내는 ‘불닭’ 시리즈를 앞세운 공격적인 신제품 출시와 함께 해외 시장은 소스 신사업 등 신시장 개척에 나설 계획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의 인기로 중국과 동남아 시장에서 불닭소스 수요가 폭증하자 올해 자체 제조설비를 구축하고 별도 영업부를 신설했다. 이에 삼양식품은 라인업 확대를 위한 산실의 업그레이드를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물론 소비자 니즈에 발맞춘 신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한다는 각오다.

이 같은 삼양식품의 전략은 정태운 대표의 지난 3월 주주총회 발언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정 대표는 “괄목한 성장을 이룬 해외사업 부문은 브랜드 및 시장 포트폴리오를 재구축해 지역별 특성에 맞춰 매출 실적을 높일 것”이라면서 “국내 또한 브랜드 리빌딩을 통해 제품 라인업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불닭볶음면 수출용 제품. 출처=삼양식품
글로벌 히트 ‘불닭’...삼양식품 수출 일등공신

삼양식품의 해외 매출 중 80% 이상이 '불닭' 브랜드에서 발생할 정도로, 불닭은 삼양식품 수출의 일등공신이다. 불닭볶음면의 수출이 급증하면서 삼양식품은 매년 창립 이래 사상 최대의 실적을 갱신하며 제2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삼양식품의 연매출은 2015년 3000억원을 밑돌았지만 2018년 4693억원, 2019년 5435억원으로 급상승했다. 임직원 수도 1107명에서 2020년 3월 말 기준 1700명에 이른다.

올해 2분기에는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6분기 연속 역대 최고치를 갈아 치웠다. 매출은 1740억원, 영업이익 294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30.2%, 41.3% 증가했다. 해외 수출은 1089억원으로 분기 사상 처음으로 1000억원대를 돌파했다. 상반기 전체로 보면 국내 내 1442억원, 해외 1862억원으로 수출이 내수를 앞질렀을 정도다.

가장 큰 성장세를 보인 지역은 중국과 미국으로, 코로나19로 급증한 수요와 함께 해외 유통망 강화에 따른 적극적인 수출 확대 정책에 힘입어 전년대비 매출이 각각 75%, 145% 늘었다. 수출이 대폭 늘면서 한국라면 수출에서 삼양식품이 차지하는 비중도 올해 상반기 51%로 증가했다. 한국에서 해외로 나가는 라면 중 절반이 삼양식품 제품인 셈이다.

글로버 인기브랜드로 자리매김한 불닭 브랜드의 성공 요인은 크게 두 가지로 분석된다. 우선 불닭볶음면의 ‘중독적이지만 매운맛’이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불닭볶음면은 1년 간 매운 소스 2톤과 닭 1200마리를 투입한 끝에 탄생한 맵지만 중독성이 강한 매운맛으로 입소문을 탔다. 출시 당시만 하더라도 ‘매운볶음면’이라는 제품군은 소비자에게 익숙하지 않았다. 삼양식품도 매운맛을 즐기는 소수의 마니아를 대상으로 한 틈새시장 공략 전략이었다. ‘먹을 수 없을 만큼 지나치게 맵다’는 지적도 있었다.

그러나 속이 쓰리도록 매운맛이 오히려 화제가 되며 SNS에서 소비자의 리얼 후기가 유행처럼 번지면서 인기를 탔다. ‘영국 남자’로 잘 알려진 유튜브 스타 조쉬가 외국인이 불닭볶음면 먹기에 도전하는 영상을 올린 것을 시작으로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파이어 누들 챌린지’가 유행처럼 번지게 됐다.

또 하나는 소비자의 의견을 반영한 ‘제품의 다양화’다.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을 다양하게 즐기고 싶어 하는 소비자들의 니즈를 반영한 확장 제품을 연달아 히트시키며 브랜드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오리지널 불닭볶음면보다 2배나 더 매운 ‘핵불닭볶음면’과 젊은 세대들의 트렌드를 반영한 ‘까르보불닭볶음면’ 등 가장 최근에는 크림치즈 원료를 추가한 ‘크림까르보불닭볶음면’을 선보이면서 소비층을 더욱 확대하고 있다.

▲ 삼양식품의 불닭소스 3종. 출처=삼양식품
해외시장 정조준...‘소스’ 신사업 속도↑

현재 삼양식품의 불닭소스사업 강화는 해외부문 매출을 늘리는데 가장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올해 들어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의 외주 생산에 위탁해오던 불닭소스 생산을 자사 생산으로 바꾸면서 본격적인 성장 기반이 마련됐다고 보기 때문이다.

삼양식품은 강원도 원주 공장 내 불닭소스 전용 제조 설비를 구축하고 3월부터 직접 생산에 돌입했다. 이어 4월에는 조미소재·소스 사업 관련 영업 조직을 별도로 신설해 B2B 채널을 중심으로 영업을 확대하고 있다.

조미·소스 사업부 성장세는 글로벌 스테디셀러로 등극한 ‘불닭볶음면’의 선전에 있다. ‘불닭소스’는 불닭볶음면의 인기가 높아지자 소스만 따로 판매해 달라는 고객들의 요청에서 시작됐다. 이에 삼양식품은 2017년 9월  창립 56주년을 맞아 한정판 불닭볶음면 소스를 출시했고, 출시되자마자 공식 판매처인 삼양식품 온라인몰 ‘삼양맛샵’의 서버가 다운되기도 했다. 준비된 수량이 모두 판매된 후에도 고객들의 정식 출시 요청이 이어지자 정식 제품화가 결정됐다.

이후 불닭볶음면 소스에서 ‘불닭소스’로 이름을 바꿔 정식 제품으로 재출시됐고, 2018년 12월 오리지널 불닭소스, 2019년 4월 까르보불닭소스, 핵불닭소스, 2019년 10월 불닭마요를 출시해 현재 총 4가지 제품을 판매 중으로 출시 이후 올해 상반기까지 약 400만개가 판매됐다.

이에 삼양식품은 불닭소스를 B2C에 이어 B2B사업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B2B 채널에서는 외식프랜차이즈업체와 식품업체를 중심으로 불닭소스를 찾는 곳이 늘었기 때문이다. ‘불닭치킨’을 개발한 멕시카나를 비롯해 파파존스, 한솥도시락, 이삭토스트 등과 협업하면서 B2B 거래선을 늘리고 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하반기 해외사업의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해 주요 수출국에 구축한 온·오프라인 유통망을 안정화하고, 라면 뿐 아니라 소스 사업을 추진해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면서 “불닭소스를 단순한 맛의 확장보다 오리지널 중심의 포장과 제형의 다양화로 불닭소스 아이덴티티 확립 및 적극적 레시피 마케팅을 통해 소스 활용성 홍보를 할 예정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