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뉴욕 맨하튼의 빈 아파트가 8월에 1만 5025채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출처= News Break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코로나 사태 이후 글로벌 부동산 시장에 새로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뉴욕, 홍콩, 런던 등 주요 도시의 대형 상업용 건물에 이어 주거용 부동산도 거래 절벽 현상이 나타나면서 가격이 하락하는 등 공동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으로 인한 여파가 계속되면서 전세계 대도시 부동산 시장이 가격 하락, 거래 절벽, 공실률 증가 등 공황 상태로 빠져들고 있다.  

뉴욕 맨하튼 공실률 사상 최고

미국 뉴욕 맨하튼의 빈 아파트가 8월에 1만 5025채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고 CNN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도시를 떠나고 있는 사람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부동산회사 더글러스 엘리먼(Douglas Elliman)과 감정평가회사 밀러 새뮤얼(Miller Samuel)의 보고서에 따르면 통상 1.5%에서 2.5% 사이를 유지하던 맨하튼의 공실률은 지난 4개월 동안 꾸준히 상승하며 사상 처음으로 5%를 넘어섰다. 14년만에 최고치다.

밀러 새뮤얼의 조너선 밀러 대표는 "코로나 때문에 많은 임차인들이 같은 비용으로 더 넓은 공간을 임대할 수 있는 시 외곽으로 옮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맨하튼의 8월 임대차 계약 건수는 지난 해 같은 기간에 비해 24% 감소했고, 매물은 166%나 증가했다. 아파트의 임대료 중간값도 월 3363달러로 지난 해보다 4% 하락했다.

밀러 대표는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임차인들은 굳이 생활비가 많이 드는 맨해튼에 살아야 할 가치가 있는지 의심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맨하튼의 거주자로서 도시 생활의 특징, 즉 각종 모든 편의시설, 즉 식당, 소매점, 술집 등 각종 편의시설과 문화행사들을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는 기능이 사라지면서 이 도시의 가치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게 된 것이지요.”

공실이 늘어나고 임대료가 떨어지자, 중개수수료나 1~2개월의 임대료를 면제해주는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아파트도 생겨났다.

임차인을 유치하기 위한 건물주의 임대료 면제 혜택 기간은 보통 1.2개월 수준에서 8월에 1.9개월로 약 60% 증가했다.

아이러니한 것은 비싼 아파트보다 중저가 아파트의 하락폭이 더 크다는 것이다. 가격 기준으로 상위 10% 고급 아파트의 임대료 중간값은 8월에 7995달러로 지난해보다 0.1% 하락하는 데 그쳤지만, 임대료 중간값이 2250달러로 가장 낮은 아파트의 임대료는 지난해보다 6.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밀러는 "높은 실업률과 생활계획의 변화로 인해 중산층 진입 단계의 많은 임대 가구들이 해체되고 있다"고 말했다.

부모의 집에 다시 들어가는 청년층이 많아지면서 대학생 임차인들도 줄어들었고, 코로나로 실업자들이 많아지면서 이들이 시장 하위층에서도 이탈하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 기간 동안, 우리는 실업의 그림자가 임금 노동자 쪽으로 심하게 치우치는 것을 보고 있습니다. 이제 부동산 시장은 예전처럼 팽팽하지 않습니다.”

맨하튼에 살던 사람들이 브루클린에 기웃거리면서 브루클린의 사정은 맨하튼보다는 좀 낫다. 브루클린의 8월 매물은 지난 해보다 두 배 많아졌지만 임대료 중간값 2995 달러는 거의 변동이 없다.

그러나 맨하튼이든 브루클린이든 여전히 사람들의 인기를 끄는 것이 있다. 바로 침실 두 개짜리 아파트다. 브루클린에서 침대 두 개짜리 아파트의 임대료 중간값은 34476달러로 지난 해에 비해 4.5% 올랐고, 맨하튼에서 침대 두 개짜리 아파트의 임대료 중간값은 4379달러로 7.4%나 올랐다.

런던 대탈출

영국 최대 부동산 웹사이트 라이트무브(Righitmove)에 따르면 지난 7월 영국 부동산 거래 규모가 370억파운드(56조원)로 2008년 3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최근 보도했다.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전인 작년 같은 기간의 250억파운드(38조원)보다도 크게 증가한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지역에서 주택 가격이 상승했다. 그러나 단 한 곳이 예외였다. 바로 수도 런던이다.

런던은 7월 한 달 동안 자산 가격이 2% 하락했다. 부동산 컨설팅회사 나이트프랭크(Knight Frank)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런던 주요 지역의 주택 가격이 2015년 중반 이후 17% 가량 하락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코로나19로 인한 원격 근무의 확산, 전염병에 대한 두려움 등으로 런던에서 데번 (Devon)과 콘월(Cornwall) 같은 교외 지역으로 이주하는 이들이 늘면서 런던 탈출 러시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는 내년에 영국 기업의 3분의 2 정도가 원격 근무를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 같은 현상이 더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계 최고 홍콩 임대료 3분의 1 수준으로

한때 세계에서 가장 비싼 쇼핑 지구였던 홍콩 코즈웨이베이(Causeway Bay)의 러셀 스트리트(Russell Street) 건물 임대료가 코로나19로 3분의 1수준으로 떨어졌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최근 보도했다.

홍콩 부동산회사 브리지웨이 프라임 숍 펀드 매니지먼트에 따르면 러셀 스트리트의 상가 임대료는 2013년 평방피트 당 3000홍콩달러(46만원)에서 지난 8월 현재 1000홍콩달러(15만원)로 떨어졌다. 브리지웨이의 에드윈 리 CEO는 경기 회복 조짐이 보이지 않으면 500홍콩달러까지 더 떨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지난 1년간 프라다, 롤렉스, 빅토리아 시크릿 등의 세계적 브랜드가 러셀 스트리트에서 매장을 뺐고, 향후 6개월간 상황이 더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코즈웨이베이의 상가 공실률은 8월 기준 11.6%로 올 1월에 비해 3배 가량 높아졌다. 홍콩 금융 중심가 센트럴의 상가 공실률도 1월 8.1%에서 8월 20.4%까지 치솟았고, 침사추이 지역의 상가 공실률도 같은 기간 10.5%에서 16.5%로 높아졌다.

지난해 시위에 이어 올해 코로나19까지 덮치면서 홍콩 경제는 4분기 연속, 소매 판매는 18개월 연속 악화되고 있다.

고급 매장이 빠져나간 자리는 지역 주민들을 겨냥한 수입식품 매장이나, 슈퍼마켓, 의류점이 들어서고 있지만 임차인을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고급 상가의 업종 전환이 진행되면서 세계적 명성을 자랑하던 홍콩 고급 상점 거리의 가치가 하락하고 있다고 SCMP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