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가을이라고 주변에서 가을 사진들을 보내옵니다.

하나 같이 열매를 맺고 있는 나무나 붉은 색 단풍이 든 모습입니다.

그런 가을 사진들을 보며 주변 나무들을 보니,

아직은 녹색 천지라 웬지 가을 앞둔 나무들의 마음이 급해 보입니다.

얼마 전 있었던 태풍 때,

인도에 함부로 날리던 푸른 잎들이며, 함부로 잘려나간 나무 가지들,

상처 난 나무들을 보았던 기억이 납니다.

태풍 피해를 보도하는 텔레비전 뉴스에

산 어귀나 호수, 강 하구에 떠내려 온 쓰레기 중에

산에서 쓸려온 나무들이 가장 많은 양을 차지하고 있다는 보도 내용도 있었습니다.

한해의 결실을 준비하는 나무로서는 낭패 아닌가 하는 생각에

안타까운 생각이 스쳤습니다.

집 근처 산의 둘레 길을 걸으니

아직도 산속은 무성한 나뭇잎으로 어두울 정도입니다.

서로 햇빛을 받으려 하늘을 향해 내뻗은 가지들에서 나온 나뭇잎들이

하늘을 가리고 있는 덕분입니다.

이런 모습은 나무로서는 아직도 잎을 통해 더 열심히 일을 해서

열매나 뿌리에 겨울 준비를 위한 양분을 저축해야 한다는 단계이자 의미로 보였습니다.

더구나 올해는 긴 장마로 햇빛도 충분히 받지 못했을 거라는 생각에 이르렀습니다.

주변에서 무심히 보내는 가을의 전형적 모습은 그렇다 치더라도,

선선해지고, 낮이 짧아지는 이 계절을 생각하니

다시 나무들의 걱정으로 돌아옵니다.

그러다 지난 봄날 숲속에서 일어난 전쟁(?)이자 오묘한 질서를 복기해봅니다.

초봄이었던 날에 제비꽃, 애기나리 등 온갖 봄꽃이 피어

겨울에 죽어있었던 무채색 산을 환하게 바꾸었습니다.

이런 꽃들이 그리 서둘러 피었던 것은 그네들보다 키가 큰 나무들이 깨어나기 전에,

햇빛을 확보하기 위해서였겠지요. 봄꽃이 피하려했던 나무들에도 질서가 보입니다.

먼저 진달래, 산수국 등 키 작은 나무들이 먼저 활동하더니

이내 큰 나무들이 깨어나 햇빛 쪽으로 올라가게 됩니다.

이런 질서로 움직이는 나무, 숲의 움직임을 묵상해보면,

인류보다 휠씬 오래 전인 태고 적부터 존재했고, 생존해온

나무들이 내게 걱정의 방향을 바꾸라고 말하는 듯합니다.

이제부터 자연에 펼쳐진 햇빛의 양과 온도를 보며,

겨울 준비를 스스로 해나갈 터이니,

사람으로서 겨울 준비나 잘 하시라고...

역시 나무는

그 자리에 있어 존재 자체로

오늘도 내게 깊은 위로를 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