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신진영 기자] # 내년 말 결혼을 준비하는 33세 남성 A씨는 걱정이 생겼다. 결혼자금은 어떻게든 모아도, 살 집이 문제다. 3기 신도시 청약을 기다리려고 해도 A씨의 청약 가점은 턱없이 부족하다. 29점. 매매를 하려고 해도 서울 집값은 여전히 비싸다. 

# 45세 남성 B씨는 서울에서 나고 자란 서울 토박이다. 얼마전 동창회를 가니 지방에 거주하는 친구들이 대부분 서울에 집을 샀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B씨만 집이 없다는 사실에 잠시 절망했지만, '말도 안되게 오른' 서울 집값에 내 집 마련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렇게 무주택자들은 매매, 청약 등 어느 것 하나 쉽지 않다.

▲ 사진 =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집값 진정됐나?

국토연구원이 15일 발표한 ‘8월 부동산시장 소비자 심리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주택시장 소비심리지수’는 122.8로 전월 123.8 대비 1.0포인트 하락했다. 서울의 ‘주택 매매시장 소비심리지수’는 전달 155.5에서 137.5로 18.0포인트나 떨어졌다.

국토연구원이 지난 8월 21일부터 31일까지 서울 25개 자치구에 거주하는 일반가구 1240가구와 부동산 중개업소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다. 지수가 100을 넘으면 전월에 비해 가격 상승 및 거래 증가 응답자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감정원 관계자는 “7.10 대책과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경기 위축 우려로 매수세가 줄어들고 관망세가 이어지고 있다”면서도 “일부 저평가된 단지와 개발호재 있는 지역은 상승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선 중개업소에서도 서울 집값이 하락세에 접어들지는 않았다고 본다. 반포동 C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시장은 학습효과 때문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며 "규제로 압박하니 '똘똘한 한 채'로 수요가 몰린다"고 했다. 이어 "수요가 없는 곳에는 하락이 오겠지만 서울은 여전히 수요가 넘친다"고 설명했다. 

현재 매수자들은 관망세에 들어갔다. C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매수하려는 분들은 하락이 될 것 같다고 하면 지켜보자는 주의다"면서 "이러면 집주인들이 가격을 내려야 하는데 호가는 계속 올라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어찌됐든 물건은 계속 오를 것이라는 생각이 기본으로 깔려 있다"고 덧붙였다.

주춤했다 신고가 경신, 서울 집값

지난 6.17, 7.10, 8.4 대책으로 서울과 경기·인천 지역의 매매가격은 안정세에 돌입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 25개구 매매가 변동률은 0.00%(보합)에서 0.02% 사이를 오가는 미미하게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매가 상승 움직임은 거의 없지만 완전히 '없다'고도 볼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서울·수도권 선호 현상은 심화되고 있다. 16일 하나금융연구소가 법원 등기정보광장의 부동산 등기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생애 첫 주택 구매로 서울과 경기도를 선택한 비중이 2010년 37%에서 올해 상반기 49%로 상승했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신고가를 경신하는 중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25개구에서 가장 많이 거래된 자치구와 거래 건수는 ▲강서구 365건 ▲노원구 350건 ▲강동구 281건 순이다. 강서구 마곡엠밸리 11단지 전용 59.79㎡는 지난 9일 9억4500만원(6층)에 거래됐다. 바로 직전 거래인 8월 27일 8억1000만원에서 2주 만에 1억원 이상이 올랐다. 

노원구 상계동 상계주공6단지 23평형(전용 59.2㎡)은 7억7000만원에 매물이 나와 있다. 인근 D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바로 직전 거래된 건 6억5000만~6억7000만원 선이다"며 "아직 7억원 선으로 거래된 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반포동과 마찬가지로 거래된 건 없지만 호가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강동구 상일동도 호가는 높아지고 매수자들은 관망하고 있다. 상일동 '고덕 아르테온' 전용 84.97㎡은 지난 7일 14억7000만원(16층)에 거래됐다. 현재 17억3000만~17억5000만원이다. E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세 안고 있는 것이 제일 저렴한 물건이 16억원이다"며 "14억7000만원에 거래된 건 주인이 등기를 바꿔놔서 넘겨야 할 것이라 예전에 계약된 것이다"고 설명했다. 

청약보다 매매?

"청약 점수가 높지 않아서 청약보다는 기존 분양권 매입을 하려고 합니다" 

부동산 커뮤니티 '부동산 스터디'에 올라온 게시물이다. 글쓴이는 30대 초반 신혼부부다. 위에 있는 A씨의 사례나 글쓴이처럼 30대가 청약 가점이 높기란 쉽지 않다. 현행 청약 만점 산정은 ▲무주택기간 32점 만점, ▲부양가족 수 35점 만점, ▲청약통장 가입 기간 17점 만점으로 총 84점으로 구성된다.  

서울 집값은 현실적으로 감당하기 힘들다. 수요자들은 차선을 택한다. A씨는 "며칠전 미팅을 갔는데 얘기하다가 수원 영통쪽에 집을 알아보라고 추천을 해주더라"고 전했다. 서울 외 지역에서는 청약 가점이 높지 않은 수요자들이 기존 전매 6개월짜리 분양권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 2월 16만명의 청약 신청자가 몰린 '매교역 푸르지오 SK뷰'는 마지막 전매 6개월짜리 분양 단지였다. 인근 E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전용 84㎡이 최근 9억원 중반 선에서 거래됐다"며 "프리미엄(웃돈·P)이 저렴한 건 2억5000만원이고, 피는 보통 2억8000만~3억원 선에 형성됐다"고 전했다. 

그는 "요즘 물건은 간간히 나오고 피가 조금 내려갔다"면서 "매도하는 분들은 피가 내려가니 갖고 계신 분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타지역 일반 분양권 당첨돼서 갖고 가실 수 없는 분들은 내놓는다"며 "분양권도 주택 수에 포함돼 1가구 2주택은 중도금 대출이 안되기 때문이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