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노성인 기자] 코로나19 충격 이후 주식시장이 각국 정부 정책에 따른 유동성의 힘으로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 그러나 기업의 펀더멘탈과 주가의 괴리는 역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 중이다.

다만 이달 들어 미국 증시에서 대형 기술주를 중심으로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어, 추가 상승에 필수적인 펀더멘탈 개선 여부와 유동성 공급의 지속성에 대해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블룸버그는 코로나19 이후 미국과 국내 증시는 PER(주가수익비율) 기준으로 데이터 집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에서 집계한 대표적인 펀더멘탈 지표 EPS(주당순이익) 추정치를 바탕으로 최근 PER을 살펴본 결과, 작년까지 미국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 500의 PER 최고치는 닷컴버블 시기의 정점에서 기록한 26.7배였다. 국내 유가증권시장(코스피)은 2010년 당시 17.2배가 최고점이다.

다만 최근 S&P 500과 코스피의 PER은 각각 26.8배, 17.2배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펀더멘탈과 주가의 괴리가 과거 어느 때보다 크다는 의미이다.

전문가들은 현재 주가가 오를만큼 올랐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향후 증시가 추가적인 상승 모멘텀을 가지려면 ▲기업 펀더멘탈 개선 ▲추가 유동성 공급 두 가지 현상 중 하나라도 나타나야 한다고 설명했다.

경제 기대 심리 '반락'…기업이익 개선 불투명

먼저 펀더멘탈이 개선되면 밸류에이션 지표의 안정 속에 주가 상승이 일어난다. EPS의 개선은 PER을 감소시키는 효과를 지니고 있어, 추가 주가 상승을 용인할 수 있게 만들어 준다. 또한 유동성의 힘으로 주가가 오르며 밸류에이션 지표가 추가 상승할 수도 있다. 올 3월 이후 나타난 글로벌 증시의 빠른 회복도 펀더멘탈이 바닥을 친 상황에서 각국 중앙은행발 유동성이 증시로 유입된 영향이 크다.

증시 펀더멘탈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국내 상장사들의 기업 이익은 소프트 지표를 통해 전망해볼 수 있다. 소프트 지표는 소비자나 소기업 경제 관련 심리를 설문 등 통해 조사한 지표를 의미한다. 특히 미국의 ISM 제조업지수와 같은 주요국들의 PMI(구매관리자지수)는 기업 펀더멘탈과 밀접하게 연동되어 왔다.

ISM 제조업지수는 보통 시티그룹에서 발표하는 경기 서프라이즈 지수(CITI Economic Surprise Index)와 동행, 후행하는 모양새를 보여왔다. 경기 서프라이즈 지수는 경제지표의 실제치와 예상치의 차이를 나타내는 지표다. 만약 실제치가 예상치보다 양호할 경우 해당 지표는 플러스(+), 반대의 상황에서는 마이너스(-)를 나타낸다. 쉽게 말해 참여자의 향후 경제에 대한 기대 심리를 측정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DB금융투자 강현기 연구원은 “지난 6월 이후 미국 경제 재개의 효과로 경기 서프라이즈 지수는 250%까지 급등했으나, 8월 이후 둔화되며 향후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을 나타내고 있다”라며 “향후 ISM 제조업지수가 일정한 시차를 두고 상승 모멘텀 소진을 나타낸다면 국내 기업에 대한 실적 전망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추정된다. 즉, 주식시장의 펀더멘탈 개선 여지는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Fed, 양적완화 감소 할 듯…유동성 공급 ↓

향후 유동성의 힘으로 주가가 오르는 현상도 점차 잦아들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 충격 이후 주요국들의 중앙은행들은 통화·재정 정책을 통해 막대한 유동성을 시장에 공급했다. 이에 따라 기대인플레이션의 급등이 나타나고 있다. 미 국채 10년물로 계산한 기대인플레이션은 지난 3월 0.76%에서 8월 1.6% 이상으로 급등했다.

이를 인식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은 물가가 2%를 웃돌더라도 한동안 기준금리를 인상하지 않겠다는 평균물가목표제 도입을 밝혔다. 또한 중앙은행발 유동성 공급이 확대될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연준은 이미 6월 중순부터 양적완화(QE)의 강도를 줄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NH금융투자 강승원 연구원은 “올 18일 열릴 FOMC 회의에서 시장이 기대하는 양적완화 확대 등 공격적인 정책 대응이 나올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며 “단기자금시장 내 풍부한 유동성이 이미 확보됐고, 수정 경제 전망에서 미 경제성장률 전망치 상향 조정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국제유가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상승이 예상돼 유동성을 추가 공급할 명분이 없어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강현기 연구원 또한 “(유동성 공급으로) 물가의 상승 속도가 가팔라지면 명목임금이 오를지라도 실질임금을 감소시켜 구매력 약화를 유발한다. 이에 따른 소비력 저하는 경제 회복을 요원하게 만든다”라며 “미국 연준은 기대인플레이션의 상승 속도를 경계하며 QE 강도를 줄일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활황'증시, 조정은 불가피…"가치주 매력 부각"

미국과 국내 증시가 역대 최고 수준의 활황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향후 주가는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펀더멘탈의 개선이 이뤄지며 밸류에이션 지표가 안정되거나, 유동성의 힘으로 주가가 오르며 밸류에이션 지표가 추가 상승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9월에 들어서면서 미국 증시는 대형 기술주들을 중심으로 조정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11일(현지시간) 기준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이달 들어 764.41포인트(2.69%), S&P 500 지수도 159.34포인트(4.55%),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921.91포인트(7.83%) 하락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 이후 급등했던 애플의 주가는 지난달 말일인 8월 31일 129.04에서 지난 11일 112.00으로 마감하면서 이달 들어서만 13% 하락했다.

다만 최근 국내 증시는 미국 조정 대비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 14일 기준 코스피는 이달 들어 101.74포인트(4.37%) 상승한 2427.91로 마감했고, 코스닥지수는 45.92포인트(5.41%) 상승한 894.17로 마감했다.

키움증권 서상영 투자전략팀장은 "국내 증시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중국과 미국의 핵심 경제지표 등 결과에 따라 변화가 예상되지만, 대선을 앞둔 불확실성으로 변동성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라며 "다만 지난주 흐름처럼 여전히 개인투자자들의 적극적 순매수가 이어진다면 조정폭은 제한될 것으로 예상되나 외국인의 매물 출회 지속 가능성이 커 상승 또한 제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현기 연구원은 “국내 증시도 미국 증시와 마찬가지로 조정이 일어난다면 가치주와 배당주 투자도 염두에 둘만 하다”라며 “최근 6개월간 국내 증시에서 성장주 대비 가치주와 배당주의 상대 성과가 부진했다. 이를 다른 말로 표현하면 해당 종목들의 상대적 저평가 매력이 부각되고 있다는 뜻이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