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LG전자가 14일 LG 윙을 발표한 가운데, 업계에서는 LG전자가 보여주는 스마트폰 하드웨어 폼팩터 고집에 집중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삼성전자 등 경쟁사와는 무조건 다른 길 간다'로 요약할 수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 및 화웨이는 차세대 스마트폰 하드웨어 폼팩터로 폴더블을 낙점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폴드를 출시한 후 플립, 여기에 갤럭시Z플립2까지 출시했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하반기 프리미엄 라인업인 갤럭시노트 시리즈를 포기하고 폴더블 스마트폰 라인업을 끌어 올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화웨이도 메이트X 시리즈를 통해 폴더블 스마트폰 전략을 구사하는 중이다.

반면 LG전자는 최근 스마트폰 하드웨어 폼팩터 변화를 추구하며 폴더블만큼은 피한다는 '고집'이 강하다.

삼성전자가 갤럭시 폴드 시리즈를 출시할 당시에도 듀얼 스크린이라는 방식으로 하드웨어 폼팩터 변화에 준하는 사용자 경험을 창출한 장면이 대표적이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을 접을 때, LG전자는 스마트폰을 '이어' 붙였기 때문이다.

▲ 출처=LG전자

LG 윙은 이러한 고집이 더욱 극단적이다. 사용자들에게 익숙한 바(Bar) 타입 스마트폰의 편의성에, ‘스위블 모드(Swivel Mode)’를 지원하며 두 개의 화면을 연결해 돌리는 방식을 택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을 접을 때, LG전자는 이번에 스마트폰을 '돌려'버렸다.

LG 윙 공개 당시 LG전자가 롤러블 스마트폰을 시사한 대목도 눈길을 끈다. 물론 다른 제조사들도 내부적으로 롤러블 스마트폰을 준비하고 있으나, LG전자가 LG 윙을 공개하며 굳이 롤러블 스마트폰 존재감을 보여준 것은 그 자체로 의미있다는 평가다. 어떻게든 폴더블 스마트폰은 하지 않겠다는 의지다.

LG 전체로 보면 충분히 승산이 있는 게임이다. 당장 LG디스플레이는 CES 2019 기간 롤러블 대화면 TV를 공개하며 기세를 올렸고 CES 2020에서는 양방향 롤러블 대화면 TV로 큰 호평을 받았다. 물론 적용 방식에 있어 LG전자도 스마트폰에 어떻게 롤러블 방식을 적용할 것인지 고민이 많지만, 현 상황에서 LG는 자신들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기술인 '롤러블'을 통한 스마트폰 하드웨어 폼팩터 변화를 타진해 폴더블을 피하는 하드웨어 폼팩터 전략을 구사할 전망이다.

▲ CES 2020 당시 등장한 LG 롤러블 TV. 사진=최진홍 기자

LG전자는 왜 폴더블을 피하고 듀얼 스크린에, LG 윙에, 롤러블까지 타진하는 것일까. 미래 스마트폰에 대한 철학이 가장 큰 이유겠지만 '동일한 방식으로는 경쟁 제조사들을 압도할 수 없다'는 현실적 판단이 깔려있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이 미비한 가운데 경쟁자들과는 다른 방식의 접근을 통해 승부를 본다는 뜻이다.

LG 윙의 강력한 동영상 제작 존재감에도 비슷한 전략이 엿보인다. 짐벌(Gimbal)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최근 유튜브 등 동영상 미디어 플랫폼이 각광을 받으며 각 제조사들은 동영상 촬영 및 제작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최초 셀카나 셀피 기능에 집착하더니, 이제는 프로 수준의 동영상 촬영이 가능한 스마트폰 렌즈까지 지원하고 있다.

반면 LG전자는 전면에 3200만 화소의 팝업 카메라를 지원하고 후면에 각각 6400만(광각), 1300만(초광각), 1200만(초광각) 3개의 카메라를 탑재한 가운데 렌즈는 물론 촬영 전반에 필요한 다양한 주변부도 꼼꼼히 챙기는 분위기다. 짐볼 모션 카메라를 지원해 전문가 수준의 무게중심 카메라 촬영 기능을 지원하고 스위블 모드로 전환해 촬영하면 스마트폰이 ‘ㅜ’자 형태가 되며 한 손으로도 편하고 안정감 있게 촬영할 수 있게 만들었다.

고강도 알루미늄 합금을 사용하고, 초경량 노트북 ‘LG 그램’의 경량화 노하우를 벤치마킹했다는 설명이다. 나아가 기본모드나 스위블 모드에서 모두 무게 중심이 제품의 중앙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인체 공학적 설계가 적용됐다.

동영상 제작에 있어 이런 수준으로 촬영 환경을 강하게 보완한 스마트폰은 아직 없다. LG 윙은, 아니 LG전자는 스마트폰 폼펙터는 물론 최근의 트렌드를 접목하는 과정에서도 무조건 경쟁사의 방식을 따르지 않는 고집을 부리는 셈이다.

현 상황에서, 그 고집은 일발역전을 가능하게 만드는 최소한의 무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왜? 기발함이 실제 필요한 기능과 극적으로 만났기 때문이다. LG 윙은 물론 앞으로 LG전자가 내놓을 파격에 기대감이 큰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