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지웅 기자] 글로벌 제약바이오 시장에서 ADC(항체-약물 결합체) 신약의 몸값이 높아지고 있다. 빅파마들이 ADC 신약 개발 역량을 획기적으로 높이기 위해 잇따라 '빅딜'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2026년까지 248억달러(약 29조원) 규모로 성장할 ADC 치료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 글로벌 ADC 치료제 시장 규모 추이 및 전망. 출처=Evaluate Pharma, 신한금융투자

길리어드 이어 머크까지 ADC 눈독

13일(현지시간) 미국 제약회사 길리어드사이언스는 바이오기업 이뮤노메딕스를 약 210억 달러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주당 88달러에 이뮤노메딕스의 발행주식 전부를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이뮤노메딕스는 지난 4월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삼중음성유방암 치료제로 승인을 받은 '트로델비'를 보유한 ADC 신약 개발업체다. 트로델비는 2상 임상시험에서 객관적 반응률(ORR) 33.3%을 기록하며 혁신치료제와 우선심사 약물로 지정된 바 있다. 이 같은 우수한 효능 데이터를 기반으로 3상 임상시험을 조기 종료하고 품목허가에 성공했다.

코로나19 치료제 렘데시비르로 유명한 길리어드는 이번 인수를 통해 트로델비를 손에 넣게 됐다. 항바이러스제뿐만 아니라 항암 분야까지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시장조사 기관인 이벨류에이트 파마에 따르면 트로델비의 2026년 예상 매출액은 27억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다음날인 14일(현지시간) 머크도 ADC 신약 개발 업체인 미국 시애틀제네틱스와 삼중음성유방암 치료제를 공동 개발한다고 발표했다. 계약금 6억달러와 단계별 기술료 26억달러, 주식 10억달러 매입 등 총 42억달러에 이르는 대형 계약이다. 양사는 이번 계약으로 임상 2상을 진행 중인 ADC 치료제 후보물질 '라디라투주맙 베도틴'의 개발 및 상용화에 적극 힘을 모을 예정이다.

이에 앞서 지난 7월 아스트라제네카가 다이이찌산쿄의 ADC 후보물질 'DS-162'에 대해 총 60억달러의 공동 개발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동건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ADC 치료제의 본격적인 상업화로 ADC 신약 파이프라인을 보유한 업체들에 대한 가치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 레고켐바이오 ADC 파이프라인 현황. 출처=신한금융투자

ADC 가치 상승으로 '레고켐바이오' 추가 기술이전 기대

ADC는 항체의 정밀한 표적을 이용해 필요한 부위에 바로 치료제를 전달하는 기술로 항암제 분야에서 연구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항체가 암세포에 빠른 속도로 정확하게 도달 가능하고, 부작용이 적으면서도 치료효과가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 ADC 치료제 시장은 적응증 확대 및 신약 출시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글로벌 ADC 치료제 시장 규모는 지난해 27억달러에서 2026년 248억달러로 확대될 전망이다. 연평균 성장률이 37%로 약 7년만에 시장 규모가 9배 이상 커지는 셈이다.

국내에서는 '레고켐바이오(141080)'가 ADC 치료제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2015년 중국 푸싱제약(208억원)을 시작으로 지난해 일본 다케다제약(4548억원), 올해 4월과 5월 영국 익수다테라퓨틱스(7720억원) 등 총 4건의 ADC 관련 기술수출 계약을 진행했다.

레고켐바이오는 고유 ADC 기술인 ‘콘쥬올’을 활용해 지속적으로 성과를 내고 있다. 콘쥬올은 암세포와 마주쳤을 때 특이적으로 효능을 내도록 고안됐다. 이 같은 기술을 활용해 푸싱제약은 유방암 치료제의 임상 1상을 진행 중이고, 다케다제약은 3가지 표적을 대상으로 한 면역항암제를 개발하고 있다.

이 연구원은 "ADC 업체에 대한 가치 상승으로 레고켐바이오의 수혜가 예상된다"며 "상반기 2건의 ADC 플랫폼 및 후보물질 기술이전에 이어 하반기에도 최소 1~2건의 추가 기술이전이 기대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