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강수지 기자] 공매도가 지난 3월 16일부로 금지된 지 6개월이 지났다. 당초 예정대로라면 6개월이 되는 지난 15일까지 공매도가 금지되고, 16일부턴 재개돼야 한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추가적으로 공매도 금지 기간을 6개월 늘렸고, 이에 따라 공매도 금지는 내년 3월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지난 3월의 코로나19 충격에 이어 최근 발생한 재확산 등에 따라 금융시장의 큰 변동성이 여전하자 금융당국은 이 같은 조치를 내렸다.

투자자들은 공매도 금지 기간이 늘어났지만 당초에 예정했던 6개월의 기간이 만료됨에 따라 그간 금융시장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특히 공매도 금지 조치가 공매도의 주요 표적이 됐던 종목들은 물론 파생 시장 입장에서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관심을 쏟고 있다.

셀트리온, 공매도 금지 후 거래대금 99.98% 줄어

한국거래소의 지난 11일 기준 공매도 잔고현황을 살펴보면 셀트리온(068270)이 2조4617억4054만4500원으로 공매도 잔고금액 1위를 기록하고 있다. 2위는 삼성전자(005930)로 잔고금액이 4134억3217만5000원 상당이다. 다음 세 번째로 잔고금액이 많은 종목은 아모레퍼시픽(090430)으로 그 금액은 2285억6162만2500원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공매도의 주요 표적이 됐던 세 종목의 지난 6개월 간 공매도 거래대금을 들여다보면 공매도 금지 전과 후에 분명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공매도가 금지되자마자 바로 거래대금이 크게 줄어든 것은 아니며, 서서히 줄어드는 양상을 나타냈다. 또 공매도가 금지되기 전과 비교하면 거래대금이 크게 줄었으나 여전히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 출처=한국거래소

공매도 잔고금액이 가장 많은 셀트리온의 경우는 공매도가 금지되기 전인 지난 3월 13일 공매도 거래대금이 무려 577억9369만8000원이었던 것으로 집계됐다. 다음 영업일이자 공매도가 처음으로 금지된 16일에는 거래대금이 196억960만8500원으로 기존 대비 크게 줄었다. 그러나 여전히 적지 않은 규모를 차지했다.

이틀 뒤인 18일에는 거래대금이 59억6336만7500원으로 또 다시 크게 줄어드는 모습을 보였다. 그렇게 서서히 줄어드는 모습을 보였으나, 같은 달 말일 거래대금은 다시 121억2753만8000원으로 늘어났다.

셀트리온의 거래대금은 기존 대비 규모가 계속 줄고 있으나 그 안에서 늘었다 줄었다를 반복하고 있는 중이다. 지난 4월 2일에는 거래대금이 51억4016만원이었으나 최근인 9월 9일에는 0원이 되기도 했다. 이후 지난 14일에는 2억1671만7000원까지 늘었다가 다음날인 15일 977만4000원으로 줄기도 했다. 공매도 금지 전 마지막 날인 3월 13일과 금지 후 최근인 15일을 비교하면 거래대금이 무려 99.98%나 줄었다.

삼성전자‧아모레퍼시픽, 규모 줄었으나 여전한 공매도

공매도 잔고금액이 높은 삼성전자 역시 마찬가지다. 공매도가 금지되기 전 3월 13일 거래대금은 무려 1840억6106만5250원에 달했다. 이후 공매도 금지 첫 날 1530억1350만1600원으로 소폭 줄어들었다. 다음날인 17일에는 34억6018만9000원으로 대폭 줄긴 했으나 바로 다음날 18일 다시 79억1839만7550원으로 거래대금이 늘어났다. 같은 달 26일에는 90억5612만5000원으로 또 다시 늘었다.

삼성전자의 공매도 거래대금 역시 공매도가 금지된 이후 이전 대비 줄었다. 그러나 줄어든 규모 안에서 여전히 늘었다 줄었다를 반복하고 있다. 그러던 중 지난 3일 공매도 거래대금은 0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후 지난 14일에는 2억3463만7100원으로 늘었으며, 다음날인 15일 다시 5억2696만7000원까지 늘어났다. 이 같은 공매도 거래대금을 공매도 금지 전과 비교해보면 99.71% 정도 줄었다.

아모레퍼시픽의 경우도 셀트리온, 삼성전자의 공매도 거래대금 변화와 비슷한 양상을 나타냈다. 공매도 금지 전인 지난 3월 13일 232억1475만500원이었던 거래대금은 공매도 금지 첫 날 32억848만7500원으로 줄어들었다. 이후 6월 10일에는 349만원까지 대폭 줄어들더니, 같은 달 30일에는 무려 46억5431만3000원까지 늘기도 했다. 이후 9월 2일에는 0원을 기록하기도 했으며, 같은 달 14일 3526만3500원으로, 다음 날인 15일 5963만9000원으로 늘어나는 모습을 나타냈다. 아모레퍼시픽의 공매도 거래대금은 금지 전 대비 최근 99.74% 줄어들었다.

공매도와 상관없는 주가 변동성

공매도 거래대금의 규모는 분명히 줄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금융당국이 잡고자 했던 이들 종목의 주가 변동성은 잡을 수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6개월 간 셀트리온과 삼성전자, 아모레퍼시픽의 주가는 공매도와 상관없이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했다.

먼저 셀트리온의 주가 변화를 살펴보면 지난 3월 19일 14만원에서 4월 14일 21만6000원으로 뛰었다. 이후 5월 4일 20만3500원으로 떨어졌다가 6월 24일 31만9000원으로 훌쩍 뛰었다. 7월 13일에는 32만9000원까지 오르기도 했으나 지난 14일 29만6000원으로 다시 20만원대로 내려오고 말았다.

삼성전자의 경우는 주가 등락이 크지 않았으나 수시로 오르고 내렸다. 지난 5월 15일 4만7850원이었던 삼성전자의 주가는 7월 29일 5만9000원으로 올랐다가 다음 달인 8월 31일 5만4000원으로 떨어졌다. 그러다 지난 15일 6만1000원으로 6만원대를 회복했다.

아모레퍼시픽의 주가는 비교적 등락이 컸다. 최근 3개월 가량의 주가를 살펴보면 지난 6월 25일 15만원이었던 주가가 8월 14일 19만6500원으로 올랐다. 그러나 9월 10일 다시 16만6000원으로 떨어졌다.

이에 대해 정인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공매도와 주가 변동성은 큰 영향이 없다”며 “공매도를 금지했다고 해서 주가가 빠질 게 안 빠지거나 하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 출처=유안타증권
공매도 안되면, 주식 선물로 매도 가능

공매도 금지가 주가의 변동성을 완화하는데 큰 영향을 미치지 못 했다는 분석 외에 또 다른 지적이 나온다. 바로 선물 시장을 이용한 공매도가 발생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기관이 차익을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외국인 투자자들이 삼성전자의 주식을 선물 시장에 가서 매도하는 경우다. 이 때 기관이 해당 주식을 산 뒤 헷지하기 위해 이를 팔 수 있다. 즉 외국인 투자자가 개별 주식 선물 시장에서 삼성전자 주식에 대한 매도 계약을 하면, 증권사가 이를 매수한 뒤 공매도하는 방식이다.

▲ 출처=유안타증권

코로나19 충격이 있었던 지난 3월 개별 주식선물에 대한 거래대금이 급증했다. 이후 주가가 반등하는 과정에서도 주식선물 거래는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지난 2018년부터 2019년까지의 주간 평균 거래대금이 6조3000억원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올 3월 초에서 8월 말까지 약 14조원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개별 주식 선물에 대한 외국인의 거래비중을 살펴보면 연 초에서 지난 2월 말까지 42%였다. 그러나 3월 초부터 8월 말까지는 51%로 증가했다. 즉 공매도가 금지됨에 따라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 수요가 개별 주식 선물 시장으로 전이된 것으로 풀이된다.

정인지 연구원은 “시장조성자의 경우 공매도가 허락되는데 하루 평균 120억원 규모의 공매도를 진행하고 있다”며 “결국 외국인 투자자들이 선물 시장을 이용해 증권사를 시켜 공매도를 하는 꼴”이라고 설명했다.

▲ 출처=유안타증권

이 때문에 정 연구원은 공매도 금지가 파생시장의 베이시스를 왜곡하고, 금융투자와 연기금의 차익거래 기회를 확대한다고 분석했다. 또 이로 인해 자연스럽게 헷지 관련 파생상품에 대한 거래도 증가했다고 덧붙였다.

실제 공매도가 금지되면서 파생시장의 베이시스는 약세 현상을 나타냈다. 지난 3월 16일 이후 장 중 평균 베이시스는 대부분 백워데이션 상태에 머물고 있는 중이다. 또 금융투자와 연기금 등은 공매도 금지 이후 수익 기회가 증가한 반면 개인투자자들의 선물 거래 가격은 불리해졌다.

특히 파생시장에서 베이시스가 나빠진 부분과 관련해선 기관입장에서 차익 실현 등으로 유리하지만 개인의 경우 손실을 입게 된다고 정 연구원은 설명했다. 이렇게 되면 개인 투자자들을 위해 금지한 공매도가 사실상 기관을 위한 게 돼버리는 셈이다.

게다가 ETF 상품의 경우 더 치명적이라는 게 정 연구원의 분석이다. 베이시스가 안정적이지 않다 보니 이에 따른 손해가 ETF에 전가돼 결론적으로 ETF의 가격이 나빠지게 된다는 것이다. 문제는 ETF 투자자들 대부분이 개인이라는 데 있다.

정인지 연구원은 “개인투자자들이 공매도로 안 맞는 것을 돌고 돌아 손해 보는 줄도 모르고 ETF를 통해 맞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