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민규 기자] 멕시코만에 있는 미국 원유 생산·정제 설비들이 다시 허리케인발 '셧다운'에 돌입하면서 원유 공급 감소 전망이 부각, 국제 유가의 급등을 끌어냈다. 4거래일 만의 상승이다.

15일(현지 시간) 10월 인도분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 대비 배럴당 2.7%(1.02달러) 뛴 38.28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영국 북해 지역의 브렌트유 11월물은 배럴당 2.3%(0.92달러) 오른 40.53달러에 체결됐다.

허리케인 '샐리'가 이날 유가의 주요 상승 재료가 됐다. 허리케인으로 인한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멕시코만 일대의 미국 석유 시설들이 약 27% 폐쇄되면서, 원유 수급이 불안정해질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해졌기 때문이다.

샐리는 이날 늦은 밤이나 다음 날인 16일 새벽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상륙, 이로 인해 기록적인 폭우가 내릴 것으로 예보됐다. 이와 관련, 미국 에너지 컨설팅 업체 리스태드에너지는 멕시코만 내 원유 생산이 앞으로 11일 동안 300만~600만 배럴 가량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다만 샐리는 지난달 말 상륙했던 4단계 허리케인 '로라'보다 위력이 약해 석유 시설 재가동은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는 진단이다.

하지만 원유 수요 회복 둔화를 예상하는 비관적인 전망들은 여전히 지속되는 모습이다. 

전날인 지난 14일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올해 세계 원유 수요에 대한 전망치를 다시 하향 조정한 데 이어, 이날 국제에너지기구(IEA)도 원유 수요 전망치를 낮춰 잡았다.

IEA는 월간 보고서에서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봉쇄 조치와 재택 근무의 증가 및 항공 부문의 약세 등을 근거로 들며, 2020년 원유 수요가 하루 평균 840만 배럴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전월 대비 30만 배럴 확대된 감소 폭이다.

단기적으로는 허리케인발 원유 수급 불안이 유가 상승에 일조하겠으나, 원유 수요 부진 우려가 지속되는 한 유가는 장기적으로 하방 압력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