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출처=이미지투데이

[이코노믹리뷰=편은지 기자] TV홈쇼핑업계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와중에도 중소기업 제품편성을 확대하고 있다. 통상 책정된 '중소기업 편성 비율'보다 높은 수준으로 방송을 늘리는 분위기다. 중소기업은 판로를 확보해서 좋고, 홈쇼핑 입장에선 타사에 없는 제품 방송으로 채널 차별화를 꾀할 수 있어 서로 '윈윈(Win-Win)'하고 있다는 평가다.

18일 홈쇼핑업계에 따르면 국내 TV홈쇼핑 채널은 중소기업 입점과 상생 프로그램을 늘리는 추세다. 기존에도 정부 승인 시 필요한 중소기업 제품 편성 비율이 정해져 있어 50% 이상 중소기업 제품을 편성했지만, 코로나19로 중소기업이 위기를 겪고 있는 만큼 기존보다 중소기업 제품을 더 늘리는 것이다.

A홈쇼핑 관계자는 “회사마다 정부 승인에 충족하는 중소기업 편성 비율이 다르고 특성에 따라 중소기업 제품을 특히 많이 입점 시키기도 한다”면서도 “올해는 코로나19로 중소기업들이 많이 힘들기 때문에 정부에서도 더욱 신경을 쓰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업계에서도 중소기업 제품이나 프로그램을 늘리는 중”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에 웃음짓는 홈쇼핑업계, 中企 지원 나섰다

홈쇼핑업계는 매년 중소기업 제품 입점에 신경을 써왔다. 그 결과 지난해 TV홈쇼핑내 중소기업 제품 편성비율은 소폭 증가하기도 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 15일 발표한 ‘TV홈쇼핑 7개사 중소기업 지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TV홈쇼핑 7곳의 중소기업 제품 편성비율은 전년대비 1% 증가한 70.8%로 나타났다.

지난해 시청자들의 상품 구매가 많은 프라임 시간대 중소기업제품 편성비율도 67.1%로 2018년(66.5%) 대비 0.6%P 상승했다. 중소기업 제품을 직접 매입해 판매하는 중소기업제품 직매입도 4498억원으로 전년 대비 24.0%(870억 원) 늘었고, 직매입 제품 수도 3.7% 확대했다.

하지만 올해의 경우 단순한 중소기업 지원과 의미가 다르다. 홈쇼핑채널이 최근 코로나19로 비대면·온라인 수요 증가에 새로운 비대면 채널로 떠오른만큼 시름겪는 중소기업 경영난을 덜어주고자 하는 상생전략이 담겼기 때문이다. 실제 올 상반기 CJ오쇼핑은 매출 7521억원, 영업이익 877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각각 6.7%, 12.4% 증가했고, 같은 기간 GS홈쇼핑도 매출와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2.8%, 3.4% 늘었다. 현대홈쇼핑과 롯데홈쇼핑 매출 역시 전년 동기대비 2.2%, 13.1% 신장했다.

홈쇼핑 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코로나19 영향으로 중소기업 제품을 더 확대하는 만큼 내년엔 중소기업 편성비율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홈쇼핑 업계가 팔을 걷어붙이면서 중소기업도 시름을 덜게 될 전망이다. 홈쇼핑업계 한 관계자는 “상생이라는 측면에서 홈쇼핑 채널이 해줄 수 있는 일은 중소기업 제품을 입점시킬 때 상품 품질 검사나 안전 검사를 통해 상품 완성도와 안전성을 검증하고 담보해주는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중소기업 편성 확대는 홈쇼핑사가 중소기업을 돕는 그림이지만, 중소기업도 홈쇼핑사의 니즈를 채워줄 수 있다. 대기업의 경우 유행이나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지 못하고 신제품 제작에 걸리는 시간이 비교적 길지만, 중소기업은 단기간에 구상해 제작할 수 있어 판매 제품을 다양화할 수 있어서다. 채널별 차별화를 부여하기도 한다. 우수한 중소제품을 한 홈쇼핑사에서 단독으로 판매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에선 발 빠르게 대응하지 못하는 트렌드 제품을 중소기업은 기동성있게 움직여준다. 의사결정 라인이 짧은 게 장점”이라며 “중소기업이 쓰러지지 않아야 다음 상품도 나올 수 있고, 대기업 제품보다 중소기업 제품에서 히트상품도 더 많이 나온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대기업의 제품은 제품 수에 한계가 있고 모든 채널에서 다 판매한다”며 “중소기업 제품은 아이디어 제품이 주를 이뤄 상품 수가 다양하고 한 채널에서 단독으로 판매할 수 있어 채널 차별화에도 도움이 된다. 중소기업도 잘되고, 채널 입장에서도 고마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中企 제품 늘리지만… ‘품질·리스크’는 숙제

다만 숙제도 있다. 제품 품질이나 완성도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홈쇼핑 업체에서 어느정도 책임을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TV홈쇼핑 채널에서 중소기업 제품의 편성 비율을 크게 늘리기 힘든 이유다.

대기업 제품은 A/S가 보편화됐고, 제품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제품을 생산한 대기업이 소비자 뭇매를 맞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중소기업 상품은 홈쇼핑사 이름을 걸고 판매한다는 인식이 커 소비자불만이 발생했을 경우 홈쇼핑 측 입장이 난감해진다. 또, 이른바 ‘짝퉁’이라 불리는 위조 상품 유통리스크도 떠안아야한다.

실제 지난해 6월 한 중소기업이 유통기간이 지난 원재료로 만든 견과류 봉지 완제품을 홈쇼핑 채널을 통해 623t가량 판매한 것이 드러나 큰 파장을 일으킨 바 있다. 올 초에도 홈쇼핑에서 명품 브랜드의 모조품이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채 어느 제조업체의 상품을 유통시켜 홈쇼핑사가 비난 받기도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입점 과정에서 제품 품질 검사와 안전성 검사를 거친다 해도 제품 제작 과정에서 생기는 문제까지 모두 제거하기 어렵다”며 “체계적인 검사를 통과한 대기업 제품과 비교해 (중소기업 제품이) 완성도나 제품 품질이 떨어질 수 있어 난감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