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자연 기자] 리셀(resell)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느낀 기업들이 ‘리셀 플랫폼’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국내 IT 대기업 ‘네이버’부터 대형 패션 플랫폼 ‘무신사’, 최근에는 유통공룡 ‘롯데’까지 시장에 뛰어들면서 규모가 본격적으로 커지고 있다. 다만 시장이 커지는 만큼 사각지대에 놓인 ‘탈세’ 문제, 소비자 피해 구제 방안 마련 등도 함께 풀어야 할 숙제라는 지적이다.

‘리셀 플랫폼’ 몰려드는 유통업계

리셀 시장이 커지면서 거래 플랫폼의 ‘신뢰도’도 중요한 경쟁력이 되고 있다. 기존의 거래형태는 온라인 카페나 커뮤니티에서 성사된 개인 간 거래가 대부분이었다. 정식 검증 절차가 없는 상황이 많아 제품의 정품 여부에 대해 신뢰하기 어렵고, 사기도 빈번하게 발생했다. 최근 거래 플랫폼 ‘번개장터’에서 스니커즈 리셀 거래가 크게 늘어난 점도 같은 이유다. 구매자가 미리 결제한 금액을 보관하고 있다가 상품 전달이 완료되면 판매자에게 지급하는 안전결제 서비스인 ‘번개페이’와 같은 안전장치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기업들은 이러한 점을 공략한 스니커즈 ‘리셀 플랫폼’을 내놓고 있다. 네이버 자회사 스노우는 지난 3월 한정판 스니커즈 거래 플랫폼인 ‘크림(KREAM)’을 출시해 리셀 시장에 뛰어들었다. 크림은 거래 전 사이즈 별 입찰가 등 시세정보를 한눈에 정확히 파악할 수 있고, 실시간 변동 데이터 기반 판매자와 구매자 간 희망가가 일치할 때만 거래가 이뤄진다. 제품 품질 검수를 위한 전문 검수센터를 두고 합격 상품만 거래가 가능하다.

▲ 네이버 스노우가 운영하는 스니커즈 리셀 플랫폼 '크림'. 출처=스노우

국내 최대 온라인 패션 플랫폼 무신사 또한 스니커즈 리셀 플랫폼 ‘솔드아웃(soldout)’을 오픈했다. ‘솔드아웃’은 안심 구매를 보장하는 100% 정품 보장 검수 솔루션을 내세웠다. 판매자와 구매자는 실시간 가격 변동 데이터를 바탕으로 거래 현황을 확인할 수 있고, 입찰 시스템을 통해 거래 가격을 결정할 수 있다. 거래가 체결되면 판매자는 솔드아웃 검수 센터로 상품을 발송하고 검수팀의 인증을 받은 상품만 구매자에게 배송된다.

유통 대기업 롯데백화점도 국내 최초 스니커즈 리셀 플랫폼 ‘아웃오브스탁’과 손잡았다. 롯데백화점은 아웃오브스탁과 협업해 한정판 운동화를 판매하는 오프라인 매장을 열 계획이다. 매장 개수 등 세부사항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최근 해외 브랜드 사업팀 안에 스니커즈 전담팀을 꾸리고 올해 하반기에만 약 20억원을 투자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롯데는 강점인 오프라인 유통망을 활용해 스니커즈 리셀 시장에 진출한 뒤, 장기적으로는 다양한 콘텐츠와 협업을 통해 온라인 강화에도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국내 유통업계 최강자인 롯데까지 스니커즈 리셀 시장에 뛰어들면서 새로운 경쟁구도와 함께 시장이 재편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스니커즈 리셀 시장은 얼마나 마니아층을 고객으로 확보하는지에 따라 사업의 성패가 갈리는 시장”이라면서 “거래 이상의 콘텐츠를 제공하는 플랫폼이 결국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무신사 스니커즈 리셀 중개 플랫폼 '솔드아웃'. 출처=무신사
‘탈세’ 부추기는 리셀 시장… 법적제도 마련 필요

리셀 시장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리셀 문화가 탈세를 부추긴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부가가치세법상 리셀을 통해 6개월 내 공급하는 가액이 1200만원을 넘을 경우에는 부가가치세를 납부를 해야 한다. 단순하게 일회성이 아니라 반복적으로 리셀을 통해 소득을 얻는 경우, 소득 신고를 하지 않으면 불법으로 간주된다. 그러나 리셀러들은 적게는 몇 만원에서 많게는 수백만 원의 수익을 올리고 있지만, 사각지대에 놓인 시장의 특성을 이용해 의도적으로 소득 신고를 하지 않고 있다.

아직 국내 리셀 시장은 공신력 있는 사업자나 플랫폼을 통해서가 아니라, 개인 간 거래로 암암리에 이뤄지는 경우가 더 많은 상황이다. 또한 개인 간 거래에서는 판매자가 구매자에게 상품에 대한 정보를 자세히 제공해야 한다는 규정 또한 없어 소비자에게 더욱 불리하다. 만약 제품이 불량이거나 가품일 경우 소비자원 등 제도권의 도움을 받기 어렵다.

터무니없는 가격 또한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문제점이다. 인기 제품이나 희소성 높은 제품은 수요가 커 리셀 가격이 높을 수밖에 없지만, 그 가격이 투기와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개인 리셀러들을 중심으로 발생하는 ‘해외직구 리셀’도 주의해야 한다. 해외직구 상품을 국내에서 되파는 것은 엄연한 위법행위로, 해외직구 물품을 판매하려면 정식 통관절차를 밝고 그에 따른 관세를 납부해야 한다. 2018년 기준 관세청에 접수된 해외직구 리셀 신고는 1185건으로, 실제 적발 사례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결국 정부와 기업이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는 결론에 무게가 실린다. 시장의 규모가 커지고 있는 만큼 정부는 탈세가 의심되는 일부에 대해 계좌 추적 등 철저한 감시와 함께 소비자 입장에 서서 피해 시 구제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대기업들도 리셀 플랫폼 시장에 뛰어든 만큼 상품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공유하고, 빠르게 시장에 안착한다면 발생하는 부작용을 일정 부분 해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국내 리셀 시장은 소비자가 철저히 불리한 위치에 놓여있다”면서 “리셀러들의 양심적인 소득 신고는 물론 시장이 더욱 성장하기 위해선 몸집에 걸맞은 제도와 법이 갖춰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