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우주성 기자] 지난달 4일,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회의장에서는 야당 의원 대다수가 불참한 가운데 법안 하나가 통과됐다. 전·월세신고제를 도입한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그것이다. 7월 말 주택임대차보호법(주임법)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한 데 이어 ‘임대차 3법’의 모든 입법이 완료되면서, 임대차 시장에 메가톤급 충격이 불가피해졌다. 법안 통과로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는 이미 지난달부터 시행 중이다. 전·월세신고제는 내년 6월부터 시행된다.

이번에 통과된 임대차 3법의 입법 목적은 임차인의 주거 안정이다. 반면 임대인의 재산권 제한과 본격적인 전세 시장 소멸을 야기할 것이라는 우려도 확산되는 중이다.

통상 ‘임대차 3법’은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 상한제, 전·월세 신고제를 의미한다. 계약갱신청구권은 임차인이 원할 경우 기본 최대 2년간을 더 거주할 수 있는 권리를 임대인에게 적극적으로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기존 주임법에서 묵시적 갱신을 통한 2년 연장을 규정했다면, 이번 개정안에서는 적극적인 청구를 통해 최소 4년의 임대 기간 연장이 가능해진 셈이다. 특별한 예외사항을 제외하면 임대인은 갱신 청구를 거절할 수 없다.

전·월세상한제 역시 이전 보증금에서 최대 5% 이내로만 임대차 금액을 올릴 수 있도록 강제하는 제도다. 전·월세신고제는 임대인과 임차인이 전월세 계약을 맺을 때, 계약 당사자와 보증금, 임대료, 임대기간, 계약금 등의 계약 관련 사항을 30일 내에 시·군·구청에 신고하도록 하는 제도다.

이번 임대차 3법 개정이 전세 시장 축소와 월세 시장 가속화 계기로 작용할 것이라는 평가가 일각에서 나타나고 있다. 현 주택 시장 상황에서 임대차 3법이 도입될 경우, 전세 시장 축소의 촉매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하 건산연)은 현재 주택시장 규제와 상황을 고려 시 임대차 3법으로 인한 전세 시장 축소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건산연은 구체적으로 “전·월세 상한제 도입으로 인한 임대 수익 저하, 규제로 인한 다주택자 진입 불가, 저금리로 인한 임대인의 목돈 보유 기피 현상 등”이 이런 변화를 가속화 시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임대차 3법 이후 전세… 가격 급등, 거래는 실종

전세 감소와 가격 상승이라는 부분에서 임대차 3법 도입 시 제기됐던 일부 우려는 점차 현실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의 경우 3기 신도시 등을 중심으로 전세 가격이 고공행진하고 있다. 직방에 따르면 하남시의 올해 전세가격은 지난해 11월과 비교해 13%가 상승했다. 한국감정원 통계 역시 마찬가지다. 주간 전세 상승폭에서 하남시는 9월 첫 주 기준 상승률이 전주보다 0.3% 상승해 같은 기간 전국평균 상승률인 0.15%를 배나 상회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7일 기준 주간 수도권 아파트 전세가격은 0.16% 상승했고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 역시 0.06%의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직방이 임대차 3법 도입 이후 지난 1개월간의 전국 임대차 시장을 분석한 바에 따르면, 강남3구(강남구·서초구·송파구)와 마포구, 용산구, 성동구 일대 주요단지는 물론 중저가 아파트 지역인 노원구, 도봉구, 강북구의 아파트 전세 가격도 상승일로를 걷고 있다. 전세 가격 상승은 준공연한이나 가격대와 상관없이 나타나고 있다고 직방은 지적했다.

주거용 오피스텔과 다세대·연립주택의 전세 가격도 급등하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오피스텔 전세 가격 상승률은 0.11%나 상승해 통계 이후 최대 상승폭을 경신했다. 서울 오피스텔 전셋값 역시 같은 기간 0.14%가 상승했고, 서울 빌라 전세가격 역시 같은 달 0.18%나 상승했다.

반면 전세 거래량은 눈에 띄게 감소했다. 지난 16일 기준 서울부동산정보광장 통계자료를 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세 계약 건수는 6339건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달의 1만481건 대비 39.5%나 감소한 수치다. 같은 기간 경기도 전세 물량 역시 감소해 지난 해 8월 1만9103건을 기록한 전월세 거래량은 지난달에는 1만2325건을 기록해 35.4% 가까이 줄었다.

불안정한 시장에 임대차 3법 ‘직격’… 월세 전환 가속화

월세 전환 추세도 보다 뚜렷해지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파트실거래가(아실)’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강남구의 아파트 월세 매물은 2401개로 2059개의 전세매물을 역전했다. 지난 7월 초 강남구의 전세매물은 7333개로 월세 매물 4927개보다 많았다. 서울 전체의 전세 매물은 1만3169개로 총 월세 매물건인 1만2521개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임대차 3법 도입이 이미 각종 규제로 불안정해진 전세시장에 월세 전환을 가속화 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김진유 경기대학교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임대차 3법과 보유세 강화로 전세의 월세화가 가속화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한다. 김 교수에 따르면 기존 전세에서 반전세 내지 준전세(보증금이 월세의 240배를 넘는 경우)로 전환하는 비율이 빠르게 늘고 있다. 그는 “전세를 재계약하거나 새로운 세입자를 찾는 과정에서, 기존에는 그냥 전체 전세로 놓았던 물량을 일부 월세로 돌려 보유세 증가분을 월세로 커버하려는 추세가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저금리 기조와 서울의 아파트 입주량 감소, 7·10 대책의 임대사업자 혜택 감소 영향으로 전세 시장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임대차3법 도입으로 향후 아파트 전세 가격은 상대적으로 계속해서 상승세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