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노성인 기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가 시장 기대치에 부족했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미국 증시가 요동쳤다.

제롬 파원 연준 의장은 “오는 2023년까지 제로금리를 유지한다”라고 발표하는 등 비둘기파적 기조를 이어갔지만, 시장이 기대했던 구체적인 금리정책 판단 기준 제시와 자산매입 프로그램 관련 새로운 가이던스를 통한 매입 규모 확대 가능성 등을 언급하지 않았다.

이에 1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증시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 대비 36.78포인트(0.13%) 오른 2만8032.38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15.71포인트(0.46%) 하락한 3385.49를 기록했다. 기술주 중심인 나스닥 지수는 전날보다 139.85포인트(1.25%) 떨어진 1만1050.47로 마감했다.

17일 오후 1시 29분 기준 국내 유가증권시장(코스피)은 전날보다 30.46포인트(1.25%) 하락한 2405.46을 기록 중이다. 코스닥 또한 전 거래일 대비 9.77포인트(1.09%) 하락한 886.51를 나타내고 있다.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종목은 SK하이닉스(0.25%), 현대차(1.36%) 등을 제외하고 대부분 하락 중이다.

연준, 2023년까지 '제로금리' 유지 할 듯

연준을 9월 FOMC 회의를 통해 기준금리를 현행 0∼0.25%로 유지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연준 이날 성명을 통해 ▲노동시장이 연준의 최대 고용 평가에 부합하는 수준 도달 ▲물가 상승률이 한동안 연 2%를 적당히 넘는 궤도에 오를 때까지 현 금리 수준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이는 지난 8월 ‘유연한 형태의 평균물가목표제'가 도입됨에 따라 장기간 제로금리 정책 지속은 이미 예고된 바가 있어, 증시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또한 9월 FOMC 회의 점도표에서 지난 6월 점도표에서 제기되었던 2022년 금리인상 전망(25bp 및 50bp 2명)은 이번 점도표에서 25bp 인상 1명으로 축소됐지만, 2023년은 4명이 금리인상을 전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준의 중립금리와 관련된 장기 연방기금금리 전망치가 6월 회의와 마찬가지로 2.5%로 유지한 것을 고려하면, 물가목표가 달성될 경우 큰 폭의 금리인상 가능성을 암시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파월 의장 "경제·고용시장, 이전 수준 회복 시간 걸려"

연준은 올여름 경제 회복이 당초 예상을 웃돌았다고 평가했다. 지난 6월에 -6.5%를 전망했던 2020년 GDP 성장률은 이번 회의에서 -3.7%로 2.8%p 상향됐다. 2020년 및 2021년 실업률도 9.3%와 6.5%에서 각각 7.6%와 5.5%로 하향했다. 근원 PCE 역시 1.0%와 1.5% 상승에서 1.5%와 1.7%로 상향했다

다만 파월 의장은 이날 FOMC 성명 발표 후 기자회견을 통해 "경제 회복세는 예상보단 양호하지만, 전반적인 미국의 경제활동은 코로나19(COVID-19) 사태 이전 수준을 훨씬 밑돌고 있다"라며 "올해 초의 탄탄한 경제활동과 고용수준으로 돌아가려면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6월에 5.0%로 제시됐던 내년도 경제성장률이 이번에는 4.0%로 낮아졌고 2022년도 3.5%에서 3.0%로 조정됐다.

파월 의장은 고용시장에 대해서도 빠른 회복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를 나타냈다. 그는 “내년 6.5%로 예상했던 2021년 실업률은 5.5%로, 2022년 5.5%에서 4.6%로 하향했다”라면서도 “한발 물러서서 보면 노동시장이 회복되고는 있지만 최대 고용과는 거리가 멀다. 고용시장이 회복되는 데는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파월 의장은 "경제 전망이 매우 불확실해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의 지속적 지원이 필요할 수 있다"라면서도 “미 국채와 주택담보증권(MBS) 등을 사들이는 양적 완화를 최소한 현재의 속도로 유지하겠다"라고 말했다.

연준은 지난 3월부터 미국 국채를 매달 800억달러, 주택 담보 증권의 경우 400억달러씩 매입하고 있다. 경제 회복을 위해 무엇이든 한다는 비둘기 정책 기조를 유지했지만, 시장이 기대했던 추가 완화에 나설 가능성은 적음을 암시한 것으로 보인다.

달러지수 하방압력 줄어…"금융시장 안전핀 제공 효과"

이에 9월 FOMC에 대한 국내·외 전문가들의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미국 찰스슈왑의 케이시 존슨 분석가는 “연준이 최소 3년 동안 기준금리를 제로금리로 동결한다고 발표했다. 이건 그때까지 경제가 정상화되진 않을 것을 뜻할 수도 있다”라며 “미 의회에서 추가 경기부양책이 타결되지 않는다면. 증시와 같은 위험자산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하고 내다봤다.

유진투자증권 이상재 연구위원 또한 “이번 FOMC에서 시장이 기대했던 자산매입 확대가 제시되지 않아 올가을 글로벌 자금 흐름의 위험자산 선호 동력이 추가 확보되지 못했다”라며 “향후 미 연준과 유로 ECB 자산 증가율 간의 역전이 일어나면 달러지수의 하방압력이 줄어들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약화되면 지난여름 미 달러 가치 하락 시기에도 취약했던 신흥국의 통화가치는 불안해질 가능성이 커졌다”라며 “원화 환율은 위안화 강세로 인해 당분간 상승 압력이 높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준의 중장기적 완화 기조가 증시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삼성증권 허진욱 연구원은 “연준의 현재 자산매입 규모는 월간 1200만 수준으로 적극적 완화 기조가 꺾였다고 보기 힘들다. 백신 개발과 대선의 불확실성이 완화되는 11~12월 FOMC에서 더욱 명확한 금액을 제시할 가능성이 크다”라며 “9월 말 전후로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이 추가 부양안 합의에 성공한다면, 증시 포트폴리오 리밸런싱과 순환매 장세를 촉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신증권 공동락 연구원도 “연준이 저금리 유지와 함께 자산매입 확대 등을 통해 꾸준히 금융시장에 안전판을 제공하겠다는 뜻을 확인한 만큼 추후 기대되는 재정정책과 맞물리면 주식 등 위험자산에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영향이 예상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