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편은지 기자]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지난 14일부터 2단계로 완화됐지만 수능을 앞둔 재수생들과 학부모 사이에서 역차별 논란이 일고 있다. 여전히 300명 이상의 대형학원은 예외 대상이 된 가운데 300명이 되지 않는 기숙학원도 퇴원조치를 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같은 날 수능을 앞둔 기숙형 고교 3학년 학생들은 정상등교를 하고 있어 논란이 커지는 모양새다.

▲ 17일 경기도교육청 주민참여 학부모 게시판에 기숙학원 집합명령 해제를 요구하는 글이 쏟아지고 있다. 출처=경기도교육청 홈페이지 캡쳐

재수생 학부모 "기숙학원 폐쇄 반대" 한 목소리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경기도 교육청 홈페이지 주민참여 학부모 게시판에는 대형 기숙학원의 폐쇄를 반대하는 학부모들 글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16일부터 17일까지 하루새 올라온 기숙학원 폐쇄 반대 글만 36개에 달한다.

학부모들은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조치에 따른 기숙학원 폐쇄조치를 반대한다는 의견에 입을 모았다. 이는 지난 16일 교육부가 9월 모의고사 당일에 한해 기숙학원과 재수학원 등에서 시험을 볼 수 있도록 한 가운데 시험이 끝나자마자 학생들을 퇴원 조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문제가 커졌다. 

특히 기숙학원 특성상 외출이 불가하고 학원 내 생활을 하도록 해 학생들을 집으로 돌려보낼 시 이동 과정 등에서 코로나 감염 위험이 높다는 게 주된 우려다. 

전라도 광주에서 경기도 기숙학원에 재원하는 자녀를 둔 학부모 A씨는 16일 “2주전 기숙학원 퇴소명령으로 대이동 후 15일 경기도에 수능원서 접수에, 16일 모의고사 보고 또 (광주로) 내려온다는 통지를 받았다”며 “13일 경기도 교육청에서 지역 교육청에 공문을 발송해 14일 각 지역 교육청에서 학생들을 17일 다시 퇴소시키라는 통보를 받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학부모 B씨도 “어제(15일) 다시 올려 보냈는데 모의고사를 치루자마자 다시 귀가시키라는 이야기가 말이 안된다. 집에 있는게 코로나 위험에 더 노출된다는 것을 알텐데, 왜 자꾸만 돌려보내려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기숙학원 자체가 외부와 단절됐기 때문에 더 안전하다. 그런데 학생들을 밖으로 내몰려고만 하는지 용납되지 않는다”고 반발했다.

기숙형 고교는 정상등교... 재수생 학부모 "수험생 특수성 고려해달라" 

문제는 또 있다. 재수생이 주를 이루는 기숙학원은 학원이 폐쇄되면서 학생들이 입시 상담 등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지만, 기숙형 고교는 정상 등교를 하고 있어서다. 기숙형 고교로 알려진 상산고, 하나고, 포항제철고 등은 현재 정상 수업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재수생 자녀를 둔 학부모는 속이 타들어간다. 학부모 C씨는 “기숙학원과 비슷한 기숙사형 고등학교의 경우 전부 허용을 해줘서 아무 문제없이 운영되는 상황”이라며 “오히려 입시 준비하는 입장에서 고3과 재수생들을 역차별하는 부분도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300명이 넘지 않는 기숙학원도 정부가 제시한 거리두기 2단계 기준에서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대형학원으로 분류돼 학생들을 일괄적으로 퇴원조치하고 있어서다. 

학부모 D씨는 “양평소재 200명이 조금 넘는 학원이지만 대형학원과 같은 취급을 받아 모의시험이 끝나고 집으로 돌려보냈다”며 “양평교육청 담당 주무관이 중·소형 학원으로 변경이 가능하겠다며 교육부에 요청을 했는데 아직 답변도 없다고 한다. 왜 요청을 안들어주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학부모들은 수능이 3달 남은 재수생들의 상황을 고려해 기숙학원이나 재수학원 조치를 완화해달라는 입장이다. 학부모 E씨는 “현재 정부 방침상에서는 기숙학원, 일반학원 구분 없이 인원수 기준으로 대형학원, 중소형 학원으로 분류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고위험군이라는 부분이 유동적으로 변할 수 있는 상황에서 학원도 다 같은 학원으로 묶지 말고 기숙학원이라는 특수성에 대해 고려해달라”고 호소했다.

다른 학부모 F씨도 “정부의 방역지침을 철저히 준수토록 하고 위반시 제재하는 방법을 통해 수험생들의 학습권을 보장해주실 것을 간곡히 요청드린다”며 “수능이 두달여밖에 남지 않은 이 상황에서 재수생들의 학습권을 대안도 없이 빼앗아 버린다면 그로 인한 학생들의 피해는 누가 책임져줄 것이냐”고 힘줘 말했다.

구체적 대책 없어… 기숙학원도 '난감' 

학부모와 재수생들의 불만이 솟구치고 있지만, 아직 재수학원이나 기숙학원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은 없는 상황이다. 기숙학원도 정부의 행정명령이라 어쩔 수 없이 퇴원조치를 했지만, 학생들을 외부로 풀어버림으로써 오히려 불안을 가중시킨다고 입을 모은다.

경기도 소재 기숙학원에서 근무하는 직원 정은아 씨(가명)는 “300인 미만 학원이지만, 학원이라는 이유로 집합 금지 명령을 적용시켰다”며 “학생들이 숙식을 같이 해결하는 곳이고 외부인과도 차단돼 오히려 더 안전하다고 자부했는데 재수생들이 학원이며 독서실이며 갈 곳이 마땅치 않게 돼버린 이 상황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에 “애초에 학생들을 집으로 보내지 않았으면 학부모들이며 학생들, 전직원들이 불안해하지 않고 열심히 공부시킬 수 있었을 것”이라며 “학생들을 빨리 복귀시킬 수 있는, 남은 시간동안 수험생들이 공부에만 집중하도록 빠른 방법을 찾아달라”고 덧붙였다.

한편, 교육부는 지난달 31일 수도권에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적용을 안내하며 기존 300인 이상 대형학원뿐 아니라 300인 미만의 중소규모 학원에도 휴원 명령을 내린다고 발표했다. 이어 2.5단계 조치가 해제된 이후에도 300인 이상 대형학원은 고위험 시설로 분류돼 오는 27일까지 집합 금지명령이 지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