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씨티은행 본점. 출처=씨티은행

[이코노믹리뷰=박창민 기자] 한국씨티은행이 대량의 점포 수를 줄여 생산성을 개선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씨티은행은 지난 2017년 점포 80% 폐쇄 결정으로 논란이 크게 일었으나, 금융위기 이후 점포당 생산성을 가장 많이 개선한 은행으로 이름을 올렸다.

씨티銀, 금융위기 이후 점포당 예수금·대출금 증가율 1위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씨티은행은 리먼사태가 본격화 후 맞은 첫 상반기인 2009년 상반기 대비 올해 상반기 점포당 생산성이 국내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큰 폭으로 개선됐다.

이 기간 씨티은행의 점포당 예수금은 1234억원에서 6293억원으로 5.1배나 늘었다. 두 번째로 상승률이 높았던 신한은행 3.1배(1253억원→3937억원)와 비교해도 월등히 높은 수치다. 또 국내 외국계 은행인 SC제일은행이 기록한 2.3배(1158억원→2606억원)보다도 높다.

같은 기간 씨티은행의 점포당 대출금도 1094억원에서 4863억원으로 4.4배 증가했다. 점포당 대출금에서도 두 번째로 상승률이 높았던 신한은행(2.4배, 1243억원→2995억원)보다 약 1.8배, SC제일은행(1.9배, 997억원→1925억원)보다는 2배 이상 높았다.

이번 조사는 2008년 말 리먼사태 당시 은행업을 영위하던 국내 6개 시중은행(국민·신한·우리·기업·SC제일·씨티 은행)을 대상으로 했다. 외환은행 통합 이슈가 있던 하나은행과 2008년 당시 독립 출범을 하지 않은 농협은행은 분석 대상에서 제외했다.

▲ 자료=각사
점포 수 228개→41개로 80% 감축 생산성 제고 '결정적'

씨티은행의 점포당 생산성 개선에는 점포 축소에 따른 영향이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2009년 상반기 이후 점포 수는 80% 이상 감소한 반면, 총 예수금과 총 대출금은 오히려 감소했기 때문이다.

점포당 예수금와 점포당 대출금은 총 예수금과 총 대출금을 각각 점포 수로 나눈 값이다. 총 예수금과 총 대출금이 증가하거나 점포 수가 감소할수록 점포당 생산성이 높아진다. 총 예수금과 총 대출금 규모는 은행별로 일정기간 평잔을 기준으로 각각 계산한다.

총 예수금과 총 대출금을 살펴보면, 씨티은행의 총 예수금은 2009년 상반기 28조1352억원에서 올 상반기 25조8013억원으로 오히려 8.3% 감소했다. 같은 기간 총 대출금은 무려 20.1%(24조9432억원→19조9383억원) 줄었다. 

금융위기가 본격화 된 이후 총 예수금과 총 대출금 규모가 감소한 은행은 씨티은행뿐이다. 씨티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5개 은행은 평균적으로 총 예수금이 117%, 총 대출금이 66% 증가했다.

총 예수금과 총 대출금 규모가 감소에도 점포당 생산성 개선 1위를 차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점포 폐쇄다.

씨티은행의 점포 수는 2009년 상반기 228개에서 올 상반기 41개로 82.0%(187개) 줄었다. 은행권 최대 감소 폭이다. 같은 기간 SC제일은행은 347개에서 201개로 42.1%(146개) 감축하면서 국내 외국계 은행 2곳 나란히 점포 감소폭 1, 2위를 각각 차지했다. 

씨티은행이 점포 수를 대폭 폐쇄하기로 결정한 시기는 2017년이다. 당시 씨티은행은 온라인 거래 강화의 일환으로 '점포 80% 폐쇄' 계획을 발표했다. 

노조 반발에도 불구하고 2017년 7월 7일부터 본격적으로 점포 감축을 시행했다. 그 결과 2017년 상반기 131개였던 점포 수는 2017년 말 연간 평잔기준 94개로 줄어든 데 이어, 2018년 상반기에 42개로 감소했다.

당시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이를 두고 반발한 바 있다. 당시 박용진·이용득 등 당시 민주당 의원 12명은 금융산업노동조합 등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씨티은행의 점포 폐쇄는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중심 정책에 전면 역행하는 것으로,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최근 금융경제연구소는 2017년 씨티은행 점포 폐쇄와 관련해 "점포에서 일하던 직원이 콜센터 업무를 맡는 등 일의 성격이 달라졌고, 신규 채용 문은 확 좁아졌다"고 분석했다.

이어 금융경제연구소는 "행원급보다 책임자급 비중이 월등히 높은 항아리형 인력구조가 만들어졌다"라면서 "사람을 내보내지 않지만 뽑지도 않는 구조가 고착화된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