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펌프드> 마이크 아이작 지음, 박세연 옮김, 류현정 감수, 인플루엔셜 펴냄.

2008년 창업한 우버(Uber)는 스타트업의 역사를 새로 썼다. ‘세상 모든 것을 옮기겠다’며 제2의 아마존을 표방한 우버는 ‘슈퍼펌프드(Super Pumped)’라는 초인적 열정을 강조하며 창업 10년 만에 세계 최대 차량공유 플랫폼으로 도약했다. 80개국에 진출했고 총고객수가 1억 명이나 됐다.

마침내 IPO(기업공개)를 앞두고 기업가치 130조원의 데카콘 기업으로서 위세를 한껏 떨치던 무렵, 갑자기 위기가 닥쳤다. 감추고 있던 민낯이 잇따라 드러났는데, 치명적이었다. 2017년은 우버에게 최악의 해였다.

그해 1월, SNS에서 확산된 #deleteUber 운동으로 50만 명의 고객을 잃었다. 2월 우버 직원 수전 파울러가 직장 상사의 성희롱과 우버의 성차별적 기업문화를 폭로해 세상을 놀라게 했고, 구글 무인자동차의 핵심 기술을 유출한 혐의로 우버 엔지니어 앤서니 레반도브스키가 지적재산권 소송에 휘말렸다.

3월에는 당국의 단속을 피하기 위한 불법 프로그램인 ‘그레이볼’의 존재가 〈뉴욕타임스〉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고, CEO 트래비스 캘러닉(Travis Kalanick)이 한국에서 여성 접대부가 있는 가라오케를 방문한 사실이 밝혀져 언론을 떠들썩하게 했다. 우버의 기업 이미지는 추락을 거듭했다. 6월 자신과 회사의 각종 스캔들에 대한 책임을 지고 CEO 캘러닉이 물러났다. 사실상 축출이었다.

이 책은 우버 창업자이자 CEO 캘러닉을 조명하면서 창업부터 유니콘 기업으로의 성장과정, 이후 우버 내부와 캘러닉의 각종 추문들로 인해 CEO 퇴출이 이뤄지기 까지 과정을 다룬다. 이를 통해 왜 우버가 갖게 된 위대한 기회가 최악의 위기로 돌변했는지 살핀다.

저자가 진단한 우버의 위기 원인은 과도한 열정이다. 2015년 우버의 매출 100억달러 돌파를 자축하는 행사장에서 CEO 캘러닉은 우버를 이끌어나갈 14가지 핵심원칙으로 끊임없이 들이대기(Always be Hustle), 능력주의, 소신있는 반대, 대범함, 규모의 경제, 혁신 등을 열거했다. 당시 그가 특별히 강조한 핵심 역량은 ‘슈퍼펌프드’였다. 최고의 열정과 에너지로 가득한 상태를 뜻하는 우버 용어로서 이후 조직 문화의 핵심코드가 됐다.

저자는 “창업자에 대한 숭배가 하나의 전통이 된 실리콘밸리에서 무슨 짓을 해서라도 싸워 이기기를 원하는 캘러닉의 강한 개성이 우버의 기업 문화로 공고하게 자리잡으면서 무절제와 편법, 공감력 결핍 등이 우버 내부에 만연하게 되었다”고 지적한다.

또한 “당시 20대 MBA 출신의 남성 엘리트로 구성된 우버의 관리자들은 실적주의와 능력주의 속에서 자율권과 높은 보상을 보장받으며 ‘하키스틱’ 성장을 견인했지만, 이는 성차별적 문화와 기업윤리의 실종이라는 결과로 돌아왔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인도, 멕시코, 동남아시아, 중국 등 세계 각 지점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마약 및 성추행, 개인정보 유출 문제 들이 터졌다.

우버는 그럼에도 이 같은 갖가지 문제점들을 위대한 성공에 수반되는 ‘부수적 문제’로 여기며 타협과 봉합으로 일관했다. 준법감시 부서와 인사팀의 권한과 역할은 유명무실했다. 결국 우버의 기업 윤리 실종과 성과 중심의 왜곡된 문화는 절정의 순간에 기업의 존망을 위협하는 치명적인 위기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