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민규 기자] OPEC+(석유수출국기구와 주요 10개 산유국)가 감산 합의 미이행 국가들을 압박하고 원유 시장 약화에 대한 조치를 시사하면서, 국제 유가가 2% 이상 상승했다. 3거래일 연속 오름세다.

17일(현지 시간) 10월 인도분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 대비 배럴당 2.0%(0.81달러) 오른 40.97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영국 북해 지역의 브렌트유 11월물은 배럴당 2.6%(1.08달러) 뛴 43.30달러에 체결됐다. 

유가는 멕시코만에 상륙한 허리케인 '샐리'로 '셧다운'에 돌입했던 해당 지역 원유 생산·정제 설비들이 가동 재개에 나서면서 장 초반 하방 압력을 받았다.

코로나19 확산세에 따른 경기 회복 둔화도 여전히 유가를 위협하는 요인이다. 로이터 통신은 이날 전 세계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30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했다.

미국의 고용 부진 또한 유가의 발목을 잡은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실업 수당 청구자 수는 지난주 약 86만명으로 전주 대비 3만3000명 가량 감소했으나, 여전히 80만명대를 기록하며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고용 시장이 의미 있는 회복세를 보이지 않고 지지부진한 국면만 연출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OPEC+가 감산 합의 이행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합의 미이행 국가들을 압박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유가는 큰 폭 반등했다.

OPEC+는 이날 장관급 공동 감시 위원회(JMMC) 회의를 개최해 감산 준수를 강조했다. 기존 감산 정책과 관련된 변동 사항은 없는 대신, JMMC는 이라크·나이지리아·아랍에미리트(UAE) 등 목표 감산량을 채 달성하지 못한 국가들에게 보충 감산을 압박했다.

JMMC는 합의 미이행 산유국들의 보충 감산 이행 기간을 12월까지로 석 달 더 연장했으며, 특히 이번 회의를 주재한 사우디아라비아 에너지 장관은 "뒤늦게 감산 할당량을 채우는 일이 '정상'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필 플린 프라이스퓨처스 수석 연구원은 "산유국들이 UAE를 강하게 압박 중"이라며 "UAE 등 감산 합의 미이행국들의 원유 생산이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감이 유가를 끌어올렸다"고 분석했다고 같은 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OPEC+의 지난달 감산 합의 이행률은 102%를 달성, 양호하게 이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OPEC+는 원유 시장이 더 악화될 경우 다음 달 특별 회의를 열 수도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