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이노베이션 등 신약개발 유연성 확보

R&D 투자 비용 확보 목적 커

▲ 제약바이오 업계에 스핀오프 열풍이 불고 있다. 대웅제약 연구진이 연구를 하고 있다. 출처=대웅제약

[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다수의 제약바이오 기업이 분사(스핀오프)를 통해 연구개발(R&D)을 전담하는 회사를 설립하고 있다. 오랜 개발 기간이 필요하고 막대한 비용을 투자해야 하는 신약개발을 수월하게 이뤄내기 위해서다. 스핀오프를 통해 R&D 전담 기업을 설립할 시 오픈이노베이션 등 신약개발 부문의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스핀오프 기업이 기업공개(IPO)에 성공할 시 추가적인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R&D 집중, IPO 통해 추가 자금 확보까지

19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SK케미칼, 대웅제약, 유한양행, 일동홀딩스, 마크로젠 등 주요 제약바이오 기업은 스핀오프를 통해 R&D 전담 제약바이오 기업을 구축했다. 새로 설립된 기업은 모기업의 기술이나 신약후보물질 등을 토대로 R&D를 가속화한다. 대개 모기업의 중요 자산(IP)이 스핀오프된 기업으로 이동한다.

스핀오프는 기업이 경쟁력 등을 강화하기 위해 특정 사업을 떼어내 이를 전담하는 기업을 설립하는 것을 뜻한다.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는 이를 통해 모기업의 전체 파이프라인 중 특정 파이프라인 개발에 집중할 수 있다. 신약개발은 후보물질탐색, 전임상, 임상 1상, 2상, 3상 등으로 절차가 나뉘어 있어 기술 권리를 공유하거나 옮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스핀오프된 기업은 우선 비상장 상태로 투자금 유치를 비교적 자유롭게 할 수 있다. 파이프라인 개발 진전에 따라 IPO에 성공할 시 추가적인 자금까지 확보할 수 있다. 막대한 비용이 필요한 신약개발 사업에서 스핀오프는 효율적인 방안 중 하나로 보인다. 독립성이 보장되므로 오픈이노베이션에도 유리하다. 

최근 스핀오프 형태로 설립돼 IPO에 성공한 기업으로는 소마젠이 꼽힌다. 소마젠은 코스닥 상장사인 마크로젠이 지난 2004년 미국 현지에 설립한 유전체 분석기업이다. 이 기업은 외국 기업임에도 기술특례상장제도를 통해 지난 7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됐다.

티움바이오ㆍ이뮨온시아ㆍ아이엔테라퓨틱스ㆍ아이디언스 주목

스핀오프를 통해 설립된 주요 기업은 SK케미칼에서 분사한 티움바이오, 유한양행의 합작법인 이뮨온시아, 대웅제약의 아이엔테라퓨틱스, 일동홀딩스의 아이디언스 등이다.

티움바이오는 SK케미칼로부터 연구과제와 유무형자산 등을 이전 받고 지난 2016년 12월 설립됐다. 이 기업은 신약개발 경험과 저분자 화학합성의약품, 바이오의약품 부문 모두에서 신약을 개발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희귀난치질환에 특화된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설립 3년만에 3개 파이프라인을 기술이전했다. 주요 파이프라인으로는 자궁내막증 치료제 ‘TU2670’, TGF-β 저해제 ‘TU2218’, 혈우병 우회인자 치료제 ‘TU7710’ 등이 있다.

유한양행이 미국 소렌토 테라퓨틱스와 합작해 지난 2016년에 설립한 이뮨온시아는 면역항암제를 전문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이 기업은 지난해 파라투스인베스트먼트로부터 450억원을 투자받았다. 최근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면역항암제 5건에 대해 위탁개발(CDO) 계약을 체결했다. 앞서 체결한 면역항암제 ‘IMC-002’와 관련한 CDO는 2년여만에 미국 식품의약품청(FDA)에 임상 1상 시험계획신청(IND)을 제출했고, 허가를 받았다.

대웅제약은 아이엔테라퓨틱스를 설립해 신약 R&D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기업은 대웅제약의 이온 채널 신약 개발 플랫폼 및 Nav1.7 비마약성 진통제, 난청치료제, 뇌질환 치료제를 분사한 바이오테크다. 아이엔 테라퓨틱스는 10여년간 다양한 중추신경계(CNS) 질환의 유망 타깃인 이온 채널 신약개발을 통해 글로벌 최고 수준의 이온채널 평가 플랫폼 및 개발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 이온 채널 플랫폼 기술은 그동안 이온 채널 개발 시 한계로 알려진 고난도의 평가법을 극복한 기술이다.

일동홀딩스의 아이디언스는 신약 NRDO(No Research Development Only) 기업이다. NRDO 모델은 대학교나 연구기관 타 기업 등에서 개발한 신약후보물질을 도입한 후 임상 개발 등을 통해 신약을 개발하는 모델이다. 아이디언스는 항암제 ‘IDX-1197’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IDX-1197은 ‘PARP(Poly ADP-ribose polymerase)’라는 효소의 작용 기전과 암세포 DNA의 특성을 이용해 암을 치료하는 표적 항암제 후보물질이다.

제약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스핀오프를 할 시 회사 크기가 작아지는 만큼 의사결정의 속도도 빠르고 투자금을 확보하는 것도 상대적으로 수월하다”면서 “신약 파이프라인 개발에 있어서 선택과 집중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