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作品8, 65×35×25㎝ 철 용접, 1961

조각 장르가 겪고 있는 현대적 변혁은 1960년대 이후 회화가 겪은 변혁에 못지 않는 근원적인 것이다. 단순히 소개와 표현 방법의 혁신이아니라 보다 본질적인 문제로서의 내용의 변혁, 즉 기초개념의 변혁을 드러내고 있다.

조각이 지닌 인습으로서의 시각적 대상물에서 벗어나 공간의 새로운 존재 방식과 관계 상황을 추적함으로서 그것의 변혁은 가장 첨예한 양상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회화가 틀 속에 갇힌 하나의 독립된 존재로서 확인되었듯, 조각 역시 오랫동안 대좌 위에 놓임으로서 비로소 그것의 형식이 완성되었다 .

그것은 곧 바라보는 시각물로서의 대상이란 것을 전제로 한 관념이었다. 이러한 관념은 오랜 전통적 소재인 인체를 벗어나 다양한 모티프의 선택과 거기에 따른 소재의 폭넓은 체험이 지속된 1960년대까지도 여전히 잔존되어 왔었다.

철기시대의 도래를 연상시킬 정도로 소재로서의 철이 다양하게 다루어진 1950년대와 1960년대에 걸친 철조들이 한결 같이 대좌 위에 놓여 있음을 발견할 때도 이러한 관념의 잔재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음을 읽게 된다.

그러나 1970년대로 오면서 조각 속에 포용된 소재와 소재의 유연성은 이 바라보는 대상으로서의 관계를 벗어나게 하는 요인을 만들기 시작했고 그것이 종래는 조각이라는 전통적 관념을 무너뜨리는 추세로 진행되었다.

여기서 드러났던 현상은 다름 아닌 조각이 지닌 고유한 관념을 부단히 와해시키는 다른 장르와의 침투현상이었다. 일종의 회화적 조각과 조각적 회화라는 새로운 용어가 등장하면서 모순에 찬 일련의 유개념의 조각이 현대조각의 표층을 형성해간 것이다.

대체로 유개념의 조각은 레디 메이드나 오브제로의 급속한 확산을 통해 어느덧 현대조각의 한 주류를 형성했다고 볼 수 있는데, 이미 그러한 추세는 보치오니의 ‘미래파 조각기술선언’ 이후 지속적인 현상으로 나타난 바 있다.

유개념의 조각, 또는 반조각적 현상이 한국현대미술 속에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로 접어들면서라고 할 수 있다. 1960년대를 통한 새로운 소개의 다양한 체험에서 그러한 변혁의 점진적 기운이 포착되고 있다.

1970년대에 등장했던 많은 조각가들이 의식 또는 무의식적으로 이와 같은 추세에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보이는 것은 극히 당연하다. 이 무렵에 등장했던 조각가들에서 잠재된 변혁의 논리를 발견한다는 것도 따라서 어렵지 않다.

박석원(A South Korea Sculptor PARK SUK WON,조각가 박석원,朴石元,PARK SUK WON,한국현대추상조각 선각자 박석원,박석원 작가)은 1962년 신인예술상(1회)과 국전에 장려상과 특선을 차지함으로서 등단하고 있다. 아직도 미술대학에 적을 두고 있을 때이다.

그리고 1968년, 1969년의 두 차례에 결친 국전 국회의장상과 1967년 파리청년작가비엔날레의 한국출품작가로 지명됨으로써 그의 작가적 위치는 확고한 것이 되고 있다.

△글=오광수 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