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이 만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만 TSMC와 함께 7나노 공정 이상의 기술력을 보유한 톱2 기업 삼성전자의 고민도 깊어지는 중이다. 시장이 만개하며 소화물량도 상당해지고 있으나, TSMC와 비교하면 아직 갈 길이 멀기 때문이다.

현재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을 보면 TSMC는 무려 51.5%의 점유율로 1위를 달리고 있으며, 삼성전자는 18.8%를 기록하며 2위를 달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파운드리 시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인텔이 7나노 공정 이상 반도체 제작을 포기한 상태에서 퀄컴 및 엔비디아 등 글로벌 팹리스 업체들이 고성능 반도체 탑재 비중을 크게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넘치는 물량에 대비하기 위해 삼성전자는 다양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당장 지난해 4월 2030년까지 133조원의 투자를 단행, 시스템 반도체 산업의 최강자를 노린다는 삼성 반도체 비전 2030이 발표된 점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시스템 반도체 영역에는 2030년까지 총 133조원을 투자하며 연구개발에 73조원, 생산 인프라에 60조원을 투입한다.

올해 초 V1 라인을 가동했으며 5월에는 평택캠퍼스에 파운드리 생산 시설을 구축한다고 전격 발표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총 30조원 이상의 자금이 투입되는 평택캠퍼스의 P3 공장에도 파운드리 경쟁력을 일부 탑재할 전망이다. 7나노 EUV 반도체에 3차원 적층 패키지 기술인 X-Cube(eXtended-Cube)를 적용한 테스트칩 생산에도 성공해 파운드리 경쟁력 강화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 평택캠퍼스. 출처=삼성전자

성과는 나오고 있다. 미국 IBM의 차세대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 파운드리 계약을 수주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IBM은 17일(현지시간) 차세대 서버용 CPU '파워(power) 10'을 공개하며 이를 삼성전자가 생산한다고 밝혔으며, 이는 극자외선(EUV) 기반 7나노 공정에 기반한 것으로 확인됐다. 나아가 엔비디아의 신형 GPU 물량도 가져왔고 퀄컴 스냅드래곤4 물량 일부도 확보했다.

그러나 아직은 희망보다 고민이 더 깊다. 파운드리 시장이 확대되고 있으나, 화웨이를 버리고 미국의 손을 잡은 TSMC의 벽이 너무 높기 때문이다. 

TSMC는 화웨이와 거래를 중단한 상태임에도 미국 팹리스들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최근 최대 매출을 기록한 바 있다. 한 발 앞선 2나노 공정 로드맵을 발표하며 앞선 기술력을 자랑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인텔의 7나노 공정 물량을 TSMC가 독식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삼성전자가 종합 반도체 기업이라는 점도 파운드리 시장 확대에 발목을 잡을 전망이다. 파운드리만 전문적으로 하는 TSMC와 달리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를 제작하고 모바일AP를 제작하는 한편 파운드리까지 단행하는 중이다. 팹리스 파트너들 입장에서는 파운드리만 전문적으로 하는 TSMC에 물량을 맡기는 것이 기밀유출 위험을 줄이고 다른 시장의 경쟁자를 키워주지 않는 매력적인 방법일 수 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미국 정부가 중국 파운드리 업체 SMIC 제재가 단행될 경우 삼성전자가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라 말하지만, SMIC는 중저가 파운드리 시장의 플레이어기 때문에 삼성전자 파운드리보다 SK하이닉스, 대만의 미디어텍이 반사이익을 얻을 전망이다. 일각에서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 분할이 필요하다고 보는 이유다.

결국 삼성전자 파운드리 입장에서는 '스스로의 힘'으로 역량을 증명할 수 밖에 없다는 말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