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백화점면세점 무역센터점 외관. 사진=현대백화점그룹

[이코노믹리뷰=김덕호 기자] 이커머스 확대, 물류 인프라 강화는 전 세계 유통업계가 공유하는 화두다. 아마존, 알리바바로 대표되는 온라인 유통의 강화는 우리나라 유통기업에 영향을 줬고 신세계는 SSG닷컴, 롯데쇼핑은 '롯데온'으로 승부에 나섰다.

그러나 현대백화점(069960)은 이들과는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면세점, 아울렛 등 오프라인 매장 강화에 나서는 상황이다. 통합 물류체계를 구성하는 경쟁사들과 달리 리바트몰, Hmall 등 각 계열사별 온라인 몰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잘하는 것을 더 잘하게…이커머스 '잘더잘' 전략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사들의 이커머스 접근은 롯데쇼핑, 신세계와 차이가 있다. 독자적인 이커머스 플랫폼 보유, 통합 물류 구성에 나선 롯데쇼핑(롯데온), 신세계(SSG닷컴)와 달리 계열사별 온라인 몰 강화에 집중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어서다.

현대백화점과 연계된 온라인 쇼핑몰 Hmall, 더 현대닷컴을 비롯해, 투홈(식품관), 더한섬닷컴(패션), 리바트몰(가구) 등에 집중하는 방법이다. 지난해에는 이커머스 기업 '쿠팡'에 일부 브랜드를 입점하기도 했다. 경쟁기업들이 대규모 투자를 통해 자체 생태계 조성에 나선 것과는 확연하게 구분되는 부분이다.

이에 대해 현대백화점은 "이커머스에 접근하는 전략 차이는 비유통계열사의 경쟁력 그리고 대형마트 유무가 가른 것"이라는 견해를 내놨다. 패션, 가구, 건자재 등 비유통 계열사들의 개성이 확실하기에 각 기업들의 경영 효율성에 집중했다는 것이다. 

전자공시서비스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백화점그룹의 모체가 되는 현대백화점은 2조1989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건자재 브랜드 현대 L&C는 매출 1조939억원, 현대리바트 매출 1조2375억원, 한섬 1조2598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그룹사 실적 전체를 견인했다.

유통 자체에 집중한 롯데쇼핑, 신세계와 달리 패션, 리빙, 건자재 부문 계열사들이 각자 영역에서 성과를 내는 모습이다. 각 브랜드들에 대한 인지도가 높고, 해당 부문 시장 점유율이 상당한 만큼 이커머스 통합몰이 아닌 계열사별 이커머스 육성으로 전략 방향을 잡았다.

대형마트 유무가 가른 '이커머스' 전략

대형마트 사업부문이 없다는 것 역시 경쟁사와 다른 이커머스 전략에 영향을 줬다. 대형마트의 경우 비대면 쇼핑이 확대되고, 온라인몰과의 경합상품이 늘어나면서 경쟁력을 크게 잃은 상태다. 올해 상반기 롯데마트가 362억원, 이마트 149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한 것을 볼 때 이같은 추세는 보다 오래 지속될 수 가능성이 있다.

이에 유통업계는 공산품, 저가제품 위주의 유통매장이 이커머스와 경쟁하면서 경쟁력을 상실해 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마트와 롯데쇼핑이 점포 구조조정, 오프라인 매장 온라인 물류센터 거점 활용으로 성장 방향을 틀게 된 이유다. SSG닷컴의 이마트 제품 배송, 롯데쇼핑 옴니채널 구성 역시 생존을 위한 변화에서 나왔다.

반면 백화점은 매장을 물류센터로 사용하는 것은 한계가 있는 구조다. 물류기지 기능이 약하고, 매장 또한 한정적이다. 반면 이커머스 기업들과의 경합상품이 적고, 값비싼 고부가 제품의 경우 오프라인 매장 구매가 많아 상대적으로 경쟁이 적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를 보유한 기업들은 대부분 미국 월마트의 성공 사례를 따르고 있고, 이에 통합물류, 옴니채널 구축, 온라인 몰 강화에 나서고 있다”며 “다만 백화점 채널에서 성공사례는 많지 않고, 이에 독자적인 변화의 길을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대적인 신규 투자를 하기에는 시점상 늦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두 곳의 업체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국내 이커머스 업체들은 매년 영업적자를 기록하고 있어서다. 장기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쿠팡을 비롯해 이커머스 확장에 나선 신세계(SSG닷컴), 롯데쇼핑(롯데온) 모두 신규 투자 비용 부담으로 부진한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아마존, 알리바바의 예에서 보듯 이커머스 기업이 충분한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보여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며 “고정자산(물류기지)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해 경쟁에 뛰어드는 기업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