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창민 기자] 원·달러 환율이 8개월 만에 1150원대로 떨어졌다. 특히 원·달러 환율은 미국 달러화 유동성 증가로 약(弱)달러일 때도 박스권을 형성했지만, 최근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추후 환율 향방에 대해 전문가들의 전망은 다소 엇갈렸다. 그러나 당분간 원화 강세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는 데는 다수의 전문가들이 동의했다.

▲ 자료=KB증권 참고
원·달러 환율 1158.0 마감…연중 최저치 근접

2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장 중에 1157.2원까지 급락하다가 전 거래일(1160.3원)보다 2.3원 내린 1158.0원에 마감했다. 

이는 종가 기준으로 지난 1월 20일(1158.1원) 이후 8개월 만에 최저치다. 연중 최저점인 1156.0원(1월13일)과도 2.0원 차이로 좁혀졌다.

이달 들어 환율 하락세가 두드러진 데는 달러화 약세보다 위안화 강세 영향이 크다. 

실제로 달러인덱스(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는 지난달 31일 92.13까지 떨어진 이후 92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달러당 위안화는 7위안 초반에서 6.7위안 수준까지 떨어졌다.

통상 달러인덱스는 숫자가 높을수록 달러화 강세를, 낮을수록 약세를 나타낸다. 달러인덱스가 큰 변화가 없음에도 최근 환율이 급락한 흐름을 보인 것이다.

반면 달러당 위안화는 7위안 초반에서 6.7위안 수준으로 떨어졌다. 달러에 대한 위안화 강세가 더욱 거세졌다는 의미다. 

최근 원·달러 환율도 위안·달러 환율과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원화와 위안화간 강한 동조화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위안·달러 환율은 6월 말 7.08위안에서 8월 말 6.93위안, 9월 들어 6.75위안까지 떨어졌다. 원·달러 환율도 이 기간 1203.0원에서 1187.0원을 거쳐 이날 1158.0원에 마감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급격한 원화 강세 흐름은 위안화와 동조화 영향이 크다"라면서 "원화는 달러보다 위안화에 동조화 현상이 강하다. 2017년 이후 원화와 달러 간 상관관계는 0.66인 반면, 원화와 위안화 간 상관관계는 0.86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업계 전망 '분분'…'제한적 하락'부터 '1100원 무너질 수도' 관측까지

국내외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 전망을 잇따라 하향 조정하고 있다. 다만 환율 하단밴드 위치를 놓고는 의견이 분분하다.

하나금융투자과 유지투자증권은 환율 하단을 각각 1140원, 1130원으로 제시했다. 

SK증권은 산술적으로 1120원까지도 가능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SK증권 안영진 연구원은 "다만 달러화와 원화의 본연의 가치가 고정돼야 한다는 전제 아래서만 가능해 실현 가능성은 낮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내년에는 1100원대가 무너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로이터통신 등이 환율 전문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위안·환율이 6.3위안까지 떨어지면 원·달러 환율은 1100원선이 붕괴될 수 있다.

추가적인 하락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DB금융투자 문홍철 연구원은 "현재 원화 강세가 추세적이라고 보긴 어려우며 1150원~1160원선에서 박스권을 형성한 후 장기적으로 완만한 상승세를 다시 만들어갈 것"이라면서 "미국 대선 전까지는 정치적인 이유에서 위안화와 원화의 상대적인 강세 흐름이 제한적으로 진행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문 연구원은 "중국 경제의 (최근) 턴어라운드는 코로나19 위기 이전 레벨과 비교했을 때 이제 정상화 국면을 찾아가고 있는 것"이라면서 "미국의 확진자 수가 줄고 백신 개발이 꾸준히 진행 중임을 고려하면 위안화 강세 지속에는 한계가 있다"고 진단했다.

대신증권 공동락 연구원도 "일정정도 바닥바지기와 반등 과정을 거친 후 단기적으로 1170원대 전후로 반등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공 연구원은 "달러가 위안화, 원화 이외의 다른 주요 통화들에 비해 더 이상 추가로 가치가 하락하지 않고 있다는 점과 코로나19 재확산에 대한 국내 펀더멘탈 위축 요인이 최근 환율에는 반영되지 못했다는 점 등이 그 이유"라면서 "이에 더해 정책 당국의 시장 개입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