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듀얼 디스플레이를 전개한 LG WING.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정훈 기자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결론부터 말하면 LG전자(이하 LG)의 야심작 WING은 꽤 잘 뽑아낸 프로토 타입(본격 상품화에 앞서 성능을 검증하기 위해 출시된) 제품이다. 정식 공개 전 다양한 경로를 통해 ‘유출’된 WING 디자인을 본 많은 사람들은 LG(정확하게 말하면, LG전자 스마트폰 사업부)를 걱정했다. LG가 이전 제품들로 소비자들에게 각인시킨 부정적 이미지가 강해서다. 그러나 WING은 LG가 나름 심혈을 기울인 흔적이 매우 두드러지는 제품이다. 이는 제품을 실제로 사용한 이들이 남긴 후기들에서도 잘 나타난다. 즉, 기대 이상으로 만족도가 높은 제품인 것이다. 

WING 제품을 손에 잡고 외관을 살펴보면 우선 ‘평범함’에 살짝 놀라게 된다. 이게 무슨 말이냐고? 사전에 공개된 디자인에서 WING은 전면 디스플레이가 회전해서 가로로 놓이고 하단에는 후면 디스플레이가 십자가 모양으로 겹쳐지는 모습을 보여줬다. 디스플레이 두 개가 앞뒤로 겹쳐지는 것을 감안해도 손에 쥐었을 때 전혀 어색함이 없는 ‘평범한’ 스마트폰의 두께가 
눈에 띈다는 것이다. 어떤 면에서 “오?”라는 감탄사가 나올 정도로 신기해 보이기도 한다. 기존에 기자가 사용 중인 아이폰 SE 2 모델과 두께를 비교했을 때에도 큰 차이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다.                

▲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정훈 기자
▲ 아이폰 SE 2(오른쪽)의 두께와 큰 차이가 없는 LG WING.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정훈 기자

WING의 전면 디스플레이를 가로로 회전시킬 때 느껴지는 감촉을 가장 정확하게 전달하자면 딱 ‘그 느낌’이다. 스마트폰 출시 전 통신기기 업계를 휩쓸었던 상하 슬라이드형 피쳐폰을 열 때의 그 느낌이다. 일정 수준으로 밀어올리면 탄성에 의해 ‘착’하고 올라가 ‘탁’하고 고정됐던 그 느낌은 WING의 가로 디스플레이를 전개할 때에도 느껴진다. 바 타입 고정형 스마트폰의 구조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추억 속의 감촉을 느낄 수 있다. 후면의 ‘판’으로 드러나는 하단 디스플레이는 생각보다 공간이 충분하다. 아무래도 전체적으로 제품이 가로세로로 길쭉한 모양인 것은 이러한 공간을 충분하게 확보하기 위한 것처럼 보인다.  
    

▲ NiziU의 Make You Happy 뮤직비디오를 유튜브로 보면서 나무위키에서 NiziU를 검색했다.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정훈 기자

WING의 듀얼 디스플레이 활용은 확실히 신박하다. 디스플레이가 하나로 고정된 기존 스마트폰에서는 좀처럼 하기 어려운 멀티태스킹이 ‘매우’ 쉽다. 그저 전면 디스플레이를 살짝 돌려버리기만 하면 된다. 세상에, 6.8인치 큰 화면의 유튜브 영상을 감상하는 것과 동시에 카톡을 할 수 있다니. 구글 검색을 할 수 있다니. 영상을 보면서 폰의 측면 버튼을 조작하지 않고도 화면의 볼륨과 밝기를 조절할 수 있는 것 역시 매우 편리하다. 지난 7년간 아이폰을 사용해 온 기자에게 이것은 마치 신세계였다. 다만 한 개 화면에서 여러 개의 앱을 옮겨 다녔던 기존 스마트폰의 사용법에 익숙한 이들에게는 약간의 익숙해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그러나 이러한 낮선 조작에 적응하는 것은 30분이면 충분할 듯 하다. 

▲ 전후면 영상의 동시촬영이 가능한 듀얼레코드 모드.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정훈 기자
▲ 짐벌 모드.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정훈 기자

또 한 가지 WING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 중 하나는 바로 영상 제작에 최적화된 카메라의 구성이다. 특히 영상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의 필수품인 ‘짐벌(영상 기기가 흔들리지 않도록 고정시키는 기구)’ 기능이 탑재된 것은 그야말로 유튜버들의 활동에 최적화된 제품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전후면 카메라의 동시 활성화로 전면과 후면 영상을 동시에 볼 수 있는 것은 라이브 스트리밍을 자주 하는 이들에게 활용도가 매우 높을 듯 하다. 여기에 인물 화면에 대해서 자동으로 살짝 보정이 적용되는 느낌이 있는데 이는 개인적으로 매우 마음에 드는 기능이었다. 
  
지금부터는 LG WING 사용 시에 느껴졌던 약간의 아쉬운 점에 대해 이야기하겠다. 영상 제작에 최적화된 여러 기능들은 다른 측면으로 생각해보면, 유튜버나 스트리머가 아닌 일반 사용자들이 일련의 기능을 얼마나 자주, 잘 활용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아마 구매 초반에는 뭔가 신기해서 이것저것 만져보고 찍어보다가 결국 만사가 귀찮아져 쓰게 되는 것은 기본 사진과 셀카 정도가 아닐지...라는 생각도 든다. 그래도 명색이 프리미엄급 플래그십 스마트폰 라인이라 출고 가격은 최소 100만원 이상일텐데, 그만큼 많은 기능들이 있는 것은 이해하지만 이 가격의 ‘뽕’을 뽑으려면 약간 부저런해야 할 것 같다.  

그 외에 노치로 인해 풀스크린 화면의 시야를 방해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전면카메라를 내부 수납형으로 장착한 것은 나름 설득력이 있다. LG는 전면 카메라 노출 시 기기가 낙하하면 저절로 내부에 수납되는 기능이 있다 했다. 그래서 푹신한 베개 위에 떨어뜨려서 실험을 해봤는데, 생각처럼 카메라가 재빨리 들어가지는 않았다. 스마트폰을 쓸 때는 그저 조심하고 볼 일이다.   

그런데, 어딘가 모르게 스마트폰과는 약간 어울리지 않는 감성인 듯하다. 이건 어디까지나 기자 주관적인 의견이다. 왠지 비슷한 기능이 있었던 옛날 피쳐폰이 생각났다.

▲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정훈 기자

서브 디스플레이에 전용 보호필름이 필요할 것 같은데 아마 이것은 별도 사이즈의 제품라인이 나와야 할 것 같다. 

앱 최적화가 아직은 부족하다. 당연한 것이다. 기존에 없던 형식이 기기에 적용된 것이니까. 아마 WING 판매량에 따라 이 점은 보완되지 않을까 한다.  

누군가는 제품의 AP가 스냅드래곤 8 시리즈가 아닌 ‘765G 5G’가 장착된 것에 대해 약간의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 차이는 일반 사용자들이 확연하게 느낄 수 있을 정도인지는 잘 모르겠다. 쌩쌩하다. (물론 새 제품이라 그런 것도 있겠지만...) 배터리도 의외로 오래 간다.  

WING은 분명 LG의 야심작이다. ‘벨벳’으로 큰 성과를 올리지 못한 LG가 진짜 야심차게 선보인 제품이다. 다른 후기들에서도 ‘생각보다 좋다’는 의견들이 많이 나왔다. 잘만 하면 LG가 스마트폰의 발전 과정에 새로운 길을 제시할 수도 있을 듯하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일관성’이다. 애플에 특별히 덕후(앱등...이라 불리는)들이 많은 것은 변화가 적용되면, 그를 꽤 일관적으로 끌고 가는 것이 하나의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를테면 아이폰 7모델부터 이어폰 잭을 없애버렸다던가. X모델부터는 홈 버튼을 아예 없애버렸다던가 하는 등으로 변화를 추구하면 그를 끝까지 끌고 간다. 서두에서 WING을 ‘프로토 타입’이라고 이야기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후로 같은 스타일의 제품 라인업을 계속 낼 수 있는가를 시험하는 제품인 것이다. 일단 공개된 제품을 보면 나쁘지는 않다. 관건은 결국 초기 판매량이다. 

▲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정훈 기자

LG전자 관계자는 “(우리가) 폴더블 폰을 못 만들어서 안 내놓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 아직까지는 단점이 충분하게 보완되지 않는 과도기의 폴더블 폰보다는 활용도에 집중한 제품으로 눈을 돌렸다는 이야기다. LG의 선택이 이번에는 틀리지 않았기를. 누군가의 언어유희처럼 LG가 WING으로 '윙~ 날아오르기를' 조심스럽게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