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지웅 기자] 국내 기술력으로 개발된 폐암 신약들이 지난 19일부터 21일까지(현지시간) 열린 '유럽종양학회 2020 온라인 회의'(ESMO Virtual Congress 2020)에서 유의미한 임상연구 결과를 내놓으며 경쟁력을 입증했다.

유한양행의 '레이저티닙', 한미약품의 '포지오티닙'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후보물질은  폐암 중 가장 흔한 형태인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유효성과 안전성을 검증하고 있다. 이미 글로벌 제약사와 기술이전 계약을 진행하며 가능성을 인정받았지만 세계적인 종양학 학술단체인 'ESMO 2020'에서 기술수출을 넘어 블록버스터급 항암 신약으로 성장할 것이란 기대감마저 싹트고 있다.

▲EGFR 돌연변이 위치 및 TKI에 대한 민감도. 출처=하나금융투자

유한양행 '레이저티닙', 1차 치료제 희망 엿보다

유한양행(000100)이 다국적제약사 얀센에 기술수출한 폐암 신약 '레이저티닙'이 이중항암항체 '아미반타맙'과 병용 임상에서 뛰어난 효능을 보였다.

얀센은 이번 '유럽종양학회 2020 온라인 회의'에서 표피성장인자수용체(EGFR) 돌연변이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아미반타맙과 3세대 티로신키나아제 억제제(TKI) 레이저티닙을 병용 투여한 임상 1b상의 중간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얀센이 지난 2018년 유한양행으로부터 '레이저티닙'을 도입한 이후 가장 먼저 착수한 병용임상 결과인 셈이다.

이번 병용임상은 EGFR 엑손19 결손 또는 'L858R' 변이를 동반한 비소세포폐암 환자 91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엑손은 유전자 염기 배열 중 단백질 합성 정보를 가진 부분을 칭한다.

발표에 따르면 기존에 항암제를 투여받은 경험이 없는 20명의 환자에게 약물을 병용 투여한 결과 7개월(중앙값) 시점에서 종양 크기가 축소됐다. 객관적 반응률(ORR)은 100%로 1차 치료제로서의 가능성을 타진했다. 흔히 1차 치료제로 인정받으면 신약의 가치는 2배 이상 커진다. 애초 2차 치료제로 개발됐던 아스트라제네카의 폐암 신약  '타그리소'도 1차 치료제로 처방된 이후 매출이 급증했다.

레이저티닙과 아미반타맙 병용 투여는 타그리소에 내성을 가진 환자에게도 효과를 보였다. 타그리소 투여 이후 암이 재발한 환자 45명 가운데 16명의 종양 크기가 줄었다. 약 35%의 ORR이다. 종양이 완전히 사라졌음을 의미하는 완전관해(CR)는 1명, 부분관해는 15명으로 각각 나타났다. 종양성장이 억제된 환자까지 고려하면 임상효용율(CBR)은 60%에 달한다.

약물에 대한 안전성 문제는 앞으로 피험자의 수를 늘리며 좀 더 검증할 필요가 있지만 이번 병용 임상시험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확인했다. 91명 중 대다수의 환자가 경미한 수준의 부작용 증상을 호소하는데 그쳤다. 심각한 부작용을 보인 환자 비율은 약 10%(11명)에 불과했다. 부작용으로 투여를 중단한 환자 비율은 5%(6명)이었다.

선민정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번 ESMO에서 발표된 레이저티닙의 병용투여 임상은 초기 데이터임에도 불구하고 그 유효성을 입증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기존 항암제 투여 경험이 없는 환자에게 100%의 반응률을 보인 점은 레이저티닙의 병용투여가 1차 치료제로 성공 가능한 매우 의미 있는 결과"라고 평가했다.

▲선행 치료 경험없는 환자에 대한 아미반타맙과 레이저티닙 병용투여 결과. 출처=ESMO

한미약품 '포지오티닙', 2상 결과로 시판허가 속도

한미약품(128940)이 미국 스펙트럼에 기술수출한 폐암 신약 '포지오티닙'은 2상 임상시험의 두 번째 환자군(코호트2) 연구에서 명예회복에 성공했다. 지난해 말 1차 평가지표를 달성하지 못했던 코호트1의 부진을 털어내고 코호트2에서 치료효과를 입증한 것이다.

코호트는 유효성을 비교할 대상이 없는 신약 후보물질 개발에 주로 사용되는 연구 방식 중 하나다. 포지오티닙 임상은 총 7개 코호트로 구성돼 있다. 코호트 1~4는 각각 다른 통계학적 가설로 사전 명시된 ORR를 1차 평가변수로 두고 있다. 코호트 5~7은 연구 목적의 시험이다.

올해 ESMO에서 구연으로 발표된 코호트2 연구는 치료 전력이 있는 EGFR/HER2 엑손20 삽입 변이 비소세포폐암 환자 90명을 대상으로 하루 1회 포지오티닙 16mg 경구 투여 방식으로 진행됐다.

그 결과 유효성 평가지수인 ORR은 27.8%였다. 치료 전력이 있는 환자들의 ORR 최소값 예상치는 17%였으나 실제 ORR 최소값은 18.9%로 유의미한 결과가 확인됐다.

종양이 사라지거나 진행되지 않는 수치인 DCR(질병조절율)은 70%였으며, 전체 환자의 74%인 67명에서 종양 감소가 확인됐다. 종양 감소 중앙값은 22%였다. 평가 가능한 환자 74명에서 ORR은 35.1%, DCR은 82.4%로 확인됐다.

mDOR(반응지속기간 중앙값)은 5.1개월, 추적관찰기간은 8.3개월, mPFS(무진행 생존기간 중앙값)은 5.5개월로 각각 나타났다.

전체 환자의 14%(13명)에서 치료제 관련 중증 부작용이 보고됐으며, 12%(11명)는 부작용으로 치료를 중단했다.

미국 파트너사인 스펙트럼은 이번 코호트2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신약시판허가(NDA)를 위한 미팅을 신청하는 등 포지오티닙의 시판허가를 받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이번 학회에서 스펙트럼은 말기 전이성 EGFR/HER2 엑손 20 삽입 변이 비소세포폐암 환자 대상 EAP 임상 연구 결과도 발표했다. EAP(Expanded Access Program)는 치료 목적 사용 승인 프로그램으로, 마땅한 치료 대안이 없는 말기 환자에게 임상 단계 약물을 투여할 수 있게 하는 제도를 말한다.

해당 임상은 환자 29명을 대상으로 포지오티닙 16mg을 하루 1회 투여 또는 독성 발현 정도에 따라 투여 용량을 감경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스펙트럼은 독성 발현에 따른 치료 중단 및 투여 용량 감경이 PFS와 ORR, DCR에 영향을 주는 결과를 확인했다. 또한 해당 결과를 반영해 현재 진행 중인 제니스20 임상 연구에서 포지오티닙 저용량 투여 및 투여 스케줄 조정을 계획하고 있다.

프랑수아 레벨 스펙트럼 CMO는 “이번 ESMO 발표는 포지오티닙의 글로벌 2상 코호트2 연구 결과를 전 세계 의료 전문가들에게 처음 공개한 자리”라며 “현재까지 HER2 엑손20 삽입 변이 비소세포폐암 치료를 위해 승인된 치료제가 없는 만큼 이번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허가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FDA와 논의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