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전지현 기자] '유리 밀폐용기 名家' 삼광글라스(005090)가 '종합에너지기업'으로 재기의 발판을 다지고 있다. 수년간 영업적자를 벗어나지 못했던 삼광글라스는 지난해부터 수익성 확보 반전에 성공한 뒤 사업모델마저 바꾸며 지배구조 개편을 단행하고 있다. 소액주주들의 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삼수' 끝에 금융감독원 최종 승인을 얻어낸 삼광글라스는 변화를 통해 성공적인 부활에 나선다는 각오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광글라스는 오는 29일 예정된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군장에너지, 이테크건설 투자부문 인수 합병안을 최종 승인할 예정이다. 3사 주주들의 동의를 얻으면 내달 31일 합병회사가 탄생한다.

주총이 통과되면 3사는 'SGC그룹'으로 간판을 바꿔달고 52년만에 '삼광' 뗀 진용 갖춘다. 주력 사업모델도 기존 유리 밀폐용기 사업에서 발전에너지사업을 중심한 종합에너지 기업으로 탈바꿈한다.

삼광글라스와 군장에너지, 이테크건설 투자 부문을 ‘SGC에너지’로, 이테크건설은 ‘SGC이테크건설’, 기존 삼광글라스는 ‘SGC솔루션’로 변경될 예정이다. 현재 삼광글라스 주력 브랜드인 '글라스락'을 포함한 유리 밀폐용기와 병유리 사업부문은 물적분할 후 SGC에너지 비상장 자회사로써 유리 제조사업 부문을 전담할 예정이다.

과감했던 캔사업 매각 효과...3년만에 적자 탈출 성공

삼광글라스는 지난 3월부터 합병안을 추진했지만, 소액주주들의 강한 반대에 부딪히면서 6개월간 지연됐다. 그러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삼광글라스의 새로운 회사를 향한 본격적인 시도는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지난해 10월 밀폐용기와 함께 핵심 축을 이루던 B2B 캔 사업을 500억원대에 과감히 매각하며 실적 개선에 주력해 왔기 때문이다. 

▲ 삼광글라스 사옥 전경. 출처=삼광글라스.

1967년 설립된 삼광글라스는 B2B 사업을 중심으로 펼치다가 1993년 코스피에 상장했다. 2005년 내열강화유리로 제작한 밀폐용기 글라스락을 처음 선보이며 몸집을 키웠고, 충남 논산에 아시아 최대 규모 유리 생산공장도 갖추는 위용도 갖췄다.

하지만 업황 악화 화살을 빗겨가진 못했다. 삼광글라스 매출은 3000억원대 수준을 유지한 반면, 수익성이 2016년부터 고꾸라진 것이다. 그해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1/3수준으로 급감했고, 2017년에는 창사이래 첫 적자전환도 한다.

수입 맥주 공세로 국내 맥주 인기가 떨어지면서 병과 캔 판매가 부진했기 때문이다. 이 흐름은 이듬해에도 이어졌다. 2018년 영업손실폭이 두배가량 확대됐기 때문이다. 이 영향에 그해 곳간(당기순이익)에 남아 있는 돈도 마이너스 115억원으로 돌아서면서 재무건전성마저 악화된다.

실적 개선을 우선순위로 절치부심한 삼광글라스는 결국 캔 사업 매각을 결정한다. 지난해 7월 캔 사업부문을 단순·물적분할 방식으로 분할해 삼광캔을 신설 설립하고 한일제관에 넘긴다. 그리고 유리 사업부문에 집중하는 동시에 해외 판로 개척에도 적극 나서면서 신성장 동력 확보에 적극 나선다.

재기 위해 달려온 1년...실적·해외시장 진출·온라인 "다 잡았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지난해 삼광글라스는 매출 규모를 전년대비 7.1% 증가한 2842억 원까지 끌어올렸고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을 동시에 흑자 전환시키는데 성공하면서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올해 상반기에도 영업이익을 전년 동기 2억원에서 43억원까지 상승시켰고,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3배이상 끌어올렸다.

 

해외 시장 진출도 순항중이다. 전세계적인 코로나 영향으로 미주, 캐나다의 대형 마켓 판매가 감소됐지만, 유럽시장에서 프로모션, 홈쇼핑 등을 통해 매출을 증대시켰다. 최근엔 삼광글라스는 프리미엄 글라스 테이블웨어 브랜드 ‘보에나’를 독일 홈쇼핑사 ‘HSE24’에 2만2000개 수주했다.

HSE24는 독일과 스위스, 오스트리아를 비롯해 이탈리아, 러시아까지 유럽 5개국에 홈쇼핑 채널을 운영하는 유럽 내 2위이자 독일 최대 규모의 홈쇼핑 기업이다. 론칭 4개월 만에 첫 수출 계약을 맺으며 본격적인 해외 판로를 개척한 쾌거다. 현재 삼광글라스는 중국 판매법인의 신규 거래선 발굴과 미주 신규시장 진입을 확대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동시에 온라인 유통 시장 매출에 집중하기 위해 온라인팀을 신설, 전년 및 계획대비 지속적인 매출 신장을 달성했다. 대리점, 특판 내수시장 매출 감소분을 온라인, 홈쇼핑 시장으로 메우는데 성공한 것이다. MD사업팀도 신규로 구성, 신규 상품개발 아이템을 발굴하며 사업 확장에 앞장 서는 중이다.

수직적에서 병렬식으로 지배구조로 개편, 쌍방향 재무 지원으로 '윈-윈 효과'

모태인 유리사업에서 안정적 흐름을 확보한 삼광글라스는 이제 3사 합병을 통해 합병법인이 그룹 지주사가 되는 지배구조 개편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합병이 완료되면 삼광글라스에서 이테크건설, 군장에너지로 이어지던 수직적 지배구조가 지주회사 중심으로 계열사들을 병렬식으로 지배하는 구조로 전환하는 셈이다.

우량 모회사 중심의 지배구조를 개편하고, 소액주주 투자 안정성 제고와 모회사의 사업 안정성을 높여 그룹 경영 전략의 다양화를 목적했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계열사간 지분 공동 출자가 해소되면서, 일부 계열사의 재무위험이 다른 계열사로 전이되는 위험도 방지한다는 점도 합병 이유로 꼽았다.

실제 삼광글라스는 수년간 영업적자에 허덕이면서 과도한 차임금으로 재무건전성이 악화된 상태다. 따라서 이번 지배구조 개편으로 삼광글라스가 그룹내 가장 우량한 재무구조를 보유한 군장에너지와 합병이 이뤄지면 이테크건설 모회사 재무구조가 지배구조 개편 전 대비 우량해져 향후에 필요 시 이테크건설도 재무적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무엇보다 주목되는 점은 향후 신규사업 진출, 비핵심 사업 부문 또는 계열사 매각 등 신속한 사업구조 개편이 용이하다는 점이다. 사업모델을 '종합에너지기업'으로 내세운 배경으로 풀이된다.

삼광글라스 측은 "안정적인 사업성을 바탕으로 상장사로서 가능한 자본시장으로부터의 자금조달이 용이해지고 이에 따른 변제자력 향상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며 "이를 바탕으로 M&A 등을 통한 신사업 진출 전략이 가능해져 합병 후 다양한 사업 확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