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소현 기자] 수산시장과 고시촌으로 대표되는 서울 노량진의 뉴타운 재개발 사업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2003년 뉴타운 지정 이후 경기 침체와 조합원 내홍으로 15년 가까이 사업 추진이 지지부진했지만, 최근 몇년새 8개 구역 모두 조합설립인가가 마무리되면서 속도가 붙었다. 

각 구역의 조합들은 이주부터 시공사 선정, 사업시행인가 추진 등 각기 다른 속도로 뉴타운 사업 추진을 준비 중이다. 입지조건이 뛰어나 재개발이 진행되면 9000여 가구 규모의 서북권 핵심 지구로 떠오를 것으로 평가받는 가운데 이번에는 사업이 결실을 맺으리라는 기대감도 나온다.

▲ 노량진뉴타운 전체조감도, 출처=서울시
15년 동안 지지부진했던 노량진···"이번에야 말로"

23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동작구 노량진4구역 조합은 현대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하기 위한 수의계약 절차를 밟고 있다. 조합 관계자는 "19일 시공사 선정을 위한 총회를 개최했고, 현대건설과 하는 것으로 의결을 받았다"면서 "계약은 진행 중이고 한두달 이상 걸릴 듯하다"고 전했다.

노량진4구역은 아파트 11개동 860가구와 부대복리시설을 총 공사비 1988억원을 들여 조성하는 사업이다. 앞서 진행된 현장설명회에는 현대건설과 더불어 대우건설, GS건설, 롯데건설 를 포함해 건설사 8곳이 관심을 보였지만, 이후 두 차례 유찰되면서 현대건설이 시공권을 확보했다.

노후지대라는 인식 때문에 투자자들의 발길이 뜸했던 노량진뉴타운도 몇년새 분위기가 반전된 것이다. 사업이 추진만 되면 노량진·대방동 일원 73만8000㎡ 규모가 9000여 가구 규모의 주거지로 탈바꿈하지만, 앞서 15년 가까이 사업 계획이 표류했다. 2008년 금융위기에 이어 토지이해관계를 둘러싼 갈등이 깊어지면서다. 

그러다 2017년말 8개 구역 모두 조합 설립이 마무리되면서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시공사 선정과 사업시행인가가 진행돼 현재 총 5곳(2·4·6·7·8구역)이 인가를 받았고, 나머지 1·3·5 구역들도 신청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조합 관계자는 "조합원 내홍 때문에 속도가 더뎠지만, 2018년 사업시행인가가 줄줄이 나오면서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면서 "사업성은 원래 뛰어났던 곳"이라고 설명했다.

일대 사업이 주목을 받는 것은 무엇보다 입지다. 신림뉴타운과 더불어 한강 이남 지역에선 마지막 뉴타운 사업지구로, 한강대교를 중심축으로 용산과 연결되고, 위아래로 여의도와 흑석뉴타운, 반포지구와도 이어져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다. 

교통망도 편리해 지하철 노량진역과 장승배기역을 이용하면 강남과 종로 등 서울 핵심 업무지구로 20분 내 이동이 가능하다. 또한 노량진을 통과해 신촌~여의도~관악구를 연결하는 서부선 경전철이 올해 들어 민자 적격성 검사를 통과하면서 개발호재도 더해졌다. '서울에 마지막 남은 알짜 입지'라는 표현이 아깝지 않은 수준이다.

매물 사라지고 프리미엄 형성···흑석뉴타운 따라갈까

뉴타운 사업이 속도를 내면서 일대 시세가 꾸준히 오르고 있다. 사업 속도가 빠른 6구역은 프리미엄이 형성되면서 매물이 나오지 않고 있다. 인근의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조합원 입주권은 프리미엄이 많이 붙었다"면서 "84㎡(이하 전용면적)는 초기투자 비용이 8억5000만원이고, 조합원 분담금까지 생각하면 15억원은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7호선 장승배기역 인근의 상도동 상도파크자이 84㎡ 또한 지난 7월 14억95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 2017년 최고 8억9700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3년새 6억원 가까이 오른 것이다. 현재 나온 매매 매물은 471가구 가운데 1건에 불과하다. 한 중개업자는 "2년전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가격이 올랐다"면서 "1년에 억씩 오른 셈이다"고 전했다.

강남과 접근성이 확보된 만큼, 인근 흑석 뉴타운의 전례를 따라갈 것이라는 기대도 업계에선 나오고 있다. 흑석동의 '흑석뉴타운롯데캐슬에듀포레' 84㎡(10층)의 경우 지난달 15억5000만원에 매매계약이 체결됐다. 지난 6월 같은 주택형(23층)이 14억7000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부동산 규제에도 1억원 상당 오르며 꾸준한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노량진은 강남과 가깝고, 서울 도심지와 수도권 남부 지역으로 이동이 편리한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면서 "옆동네인 흑석뉴타운이 강남과 가까워 주택 가격이 오르고 있어서 노량진의 향후 가치 평가에도 좋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업이 지연될 리스크는 많지 않다. 내부적으로 이해관계가 얽혀 (사업추진이) 지지부진했지만, 정비사업은 사실 어떤 식으로건 진행만 하면된다"면서 "서울은 분양가를 이미 통제하고 있어서 높게 책정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는데, 다른 지역들도 분양을 하고 실적이 굉장히 잘 나오고 있다. 노량진도 사업을 재추진하면서 이런 점을 보면서 진행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