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과 유로화. ▲ 출처=pixabay

[이코노믹리뷰=박창민 기자] 저축은행이 퇴직연금 시장 2년 만에 위탁금 9조원 시대를 열며 광폭성장을 이룩했다. 특히 금융당국이 기대한 '퇴직연금계 메기' 역할까지 소화했다는 평가다.

그간 저축은행은 부단히 신용평가사 문을 두드려 왔다. 퇴직연금 진입기준인 신용등급 'BBB-' 이상을 받기 위해서다. 그 결과 현재 국내 저축은행 가운데 3분의 1가량인 28곳이 퇴직연금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위탁금 규모도 9조원을 넘어섰다.

모기업 '든든' 금융지주계 저축銀 A등급…애큐온도 첫 진출   

25일 저축은행업계에 따르면, 국내 저축은행 79곳 가운데 현재 기업신용등급 'BBB-' 이상을 유지하고 있는 저축은행은 28곳이다.

신용등급 BBB-는 저축은행이 퇴직연금 원리금보장상품을 제공하기 위해 받아야하는 최소 신용등급이다. 지난 2018년 9월 금융당국이 퇴직연금 수익률이 저조하다는 비판에 '메기 효과'를 기대하고 저축은행에 퇴직연금 시장 문호를 열면서 내건 조건이다.

▲ 자료=한국기업평가·한국신용평가·나이스신용평가 참고

가장 최근 BBB- 이상을 획득하며 퇴직연금 상품판매를 시작한 곳은 애큐온저축은행이다. 애큐온저축은행은 지난 7월 국내 3대 신용평가사 중 한 곳인 나이스신용평가로부터 'BBB' 등급을 받았다. 

고객이 퇴직연금 상품을 선택하는 데 저축은행의 신용등급은 중요한 요소다. 저축은행별로 원리금 5000만원까지 보장은 되지만 추가적인 안정성을 위해서다.

저축은행 28곳의 신용등급을 살펴보면, 은행권 금융지주를 모기업으로 둔 저축은행들의 높은 신용등급이 두드러진다. 

A등급을 받은 7곳 가운데 6곳이 은행권 금융지주 계열사다. 지난 21일 올 상반기 실적을 바탕으로 신용등급 재평가가 이뤄진 BNK저축은행을 포함해 신한저축은행, KB저축은행, 하나저축은행, NH저축은행, IBK저축은행 등 총 6개 은행권 금융지주계 저축은행 모두 올 들어 A등급 유지 평가를 받았다. 

신용평가사들의 보고서를 분석해보면, 모그룹의 리스크관리 정책과 그룹 연계 여신영업 역량을 바탕으로 양호한 여신구조와 건정성이 높다는 점이 A등급을 받은 공통된 배경이다.

A등급을 받은 나머지 한 곳은 비은행권 금융지주계 저축은행인 한국투자저축은행이다.

A-등급에는 SBI·DB·대신·키움·고려·한화저축은행이 포진해있다. 이외 BBB+인 키움YES·예가람·푸른상호·아주·모아·유진저축, BBB인 OK·OSB·페퍼·더케이·바로·애큐온·유안타 저축은행, 그리고 BBB-인 JT·드림저축은행까지 총 28곳의 저축은행이 BBB- 등급을 받아 현재 모두 퇴직연금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잔액 규모 7배 성장…퇴직연금 수익률 제고에도 기여

2년 만에 퇴직연금은 저축은행의 알짜 상품으로 자리매김 했다. 퇴직연금 상품은 저축은행이 직접 판매하지 않아 다른 상품보다 비용이 적게 들어가는데다 만기가 길어 안정적인 수신을 확보할 수 있어서다.

현재 퇴직연금 상품은 저축은행이 상품 개발만 담당하고 은행, 증권사, 자산운용사에 위탁을 맡겨 이들이 판매·관리 등을 하는 구조다. 저축은행들이 판매하는 원리금보장형 상품의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높아 고객입장에서도 저축은행의 퇴직연금 상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 자료=저축은행중앙회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저축은행들의 퇴직연금 총 잔액은 8조7000억원으로 전년 동기(3조5000억원) 대비 2.5배 커졌다. 퇴직연금 시장 진출이 허용된 2018년 말 1조2000억원 규모였던 것과 비교하면 7배 이상 규모가 성장한 셈이다.

저축은행들은 가파른 성장세와 함께 퇴직연금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데도 성공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6월 발표한 '2019년도 퇴직연금 적립금 운영현황 통계'에 따르면, 진출 첫 해 퇴직연금 원리금보상상품 시장에서 0.9%였던 저축은행 점유율은 지난해 말 기준 3.1%로 높아졌다.

지난해 말 퇴직연금 잔액이 6조8000억원이었고, 올 들어 지난 5월 8조7000억원을 기록한데다 지난달 잔액 규모가 9조원 안팎으로 추정되고 있는 만큼 올해 점유율은 더욱 높아졌을 것으로 관측된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퇴직연금 잔액이 지난달 9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라고 귀뜸했다.

저축은행이 퇴직연금 시장에서 영향력이 높아지면서 당초 퇴직연금 수익률 제고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하던 금융당국의 기대에도 부응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지난해 은행금리 하락했음에도, 저축은행 예·적금 편입으로 원리금보장형 수익률이 소폭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원리금보장형 상품의 전체 수익률은 1.77%로, 전년(1.56%) 대비 2.1%포인트 개선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