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의 가장 큰 시장들에서 신차 판매에서SUV차량이 차지하는 비율은 50%에 육박하고 있다.    출처= Auto Express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유럽의 자동차 회사들이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SUV차량을 너무 많이 판매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후변화와 싸우기 위해 유럽연합(EU)이 채택한 규정에 따르면 유럽의 자동차 제조회사들은 평균 탄소 배출량을 km당 95g으로 줄이지 않으면 제재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자동차 회사들이 이 기준을 달성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아직 전기차(EV)는 충분히 공급하기에 부족한데 SUV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컨설팅 그룹 자토 다이나믹스(Jato Dynamics)의 자동차 애널리스트 펠리페 무노즈는 "SUV는 자동차 회사의 매출과 수익성 증대에 효자 종목”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SUV 차량의 높은 탄소 배출량은 EU의 배출 기준을 달성하는데 장애물이다.

유럽의 가장 큰 시장들에서 신차 판매에서 SUV차량이 차지하는 비율은 50%에 육박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개빈 뉴섬 주지사는 지난 23일, 2035년까지 캘리포니아주에서 가솔린과 디젤 승용차 판매를 중단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유럽 규제당국은 이미 10년 전부터 자동차의 온실 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시작했다. EU는 처음에는 2015년까지 목표를 130g/km으로 정했다가 2020년까지 단계적으로 95g/km로 강화했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유럽에서 판매되는 모든 신차에 이 기준이 적용된다.

자동차 회사들은 이 기준에 맞추기 위해 자사의 자동차를 개조하기 시작했고, 게 되었다. 다임러, BMW등 고급 세단을 만드는 회사들은 소형차에 까지 그 기준을 맞추도록 조정했고, 다른 회사들도 엔진의 효율을 높이고 배기 가스를 줄였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취향은 반대로 가고 있다. 소비자들이 소형차보다 훨씬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SUV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면서 2017년부터 자동차에서 배출되는 탄소 배출량이 오히려 증가하기 시작한 것이다. 내년부터 유럽의 새 기준이 적용되는데, 자동차 회사들은 여전히 목표치와 거리가 멀다.

자동차 제조회사들은 초기 몇 년 동안 규제 면제를 이용하거나 엔진 효율을 증가시킴으로써 탄소 배출을 줄이려고 노력했지만, EU의 기준이 더 까다로워지면서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같은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는 압력이 높아졌다.

독일 자동차 회사들은 휘발유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은 경유 차량, 이른 바 ‘클린 디젤’ 차량의 개발로 돌파구를 찾으려 했지만 폭스바겐이 디젤 엔진에서 발생하는 유해한 미세 입자의 양을 감추기 위해 부정행위를 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소비자들은 이 기술에 등을 돌렸다.

그러나 적당한 가격의 전기차가 없다 보니 소비자들이 결국 다시 가솔린 차량을 찾기 시작했고, 이런 소비자들의 취향 변화와 자동차 회사의 SUV전략이 맞아떨어지면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반등을 촉발한 것이다.

EV의 판매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아직 유럽 시장의 7%에 머물러 있다.

다임러의 올라 칼레니우스 최고경영자(CEO)는 "우리 같은 대형 고급차 회사의 경우, 이 도전이 더욱 크게 다가온다”면서도 "그러나 우리는 2020년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거리 내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환경 단체들은 과연 자동차 제조회사들이 EU의 기준에 도달하려는 의지와 능력이 있는지 의심 의심하고 있다.

브뤼셀의 기후 로비 단체 ‘교통과 환경’(Transport and Environment)의 줄리아 폴리스카노바 전무는 "현재 업계에서는 규제가 너무 어렵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는데, 그 동안 배기가스 목표치 준수가 법의 허점과 조작을 통해 상당 부분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2015년 이후 유럽의 자동차 연료 사용 상황을 추적한 결과, 대부분의 회사들이 최근까지 전기 차와 하이브리드차 보급을 본격적으로 시작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 전기자동차는 전체 신차 판매에서 작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만약 자동차 회사들이 EU의 목표를 준수하지 못한다면 거액의 벌금뿐 아니라 회사의 평판에도 큰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친환경 시민단체인 국제청정교통위원회(International Council on Clean Transportation)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까지 EU의 목표를 달성한 회사는 푸조(Peugeot) 뿐이었다. 폭스바겐은 격차를 줄이지 않으면 2019년 세계 매출의 1.5%에 해당하는 35억 유로(4조 8000억원)의 벌금을 물게 된다. 목표치에서 거구로 더 멀어진 다임러도 최대 14억 유로(2조원)의 벌금을 물게 될 수 있다.

유럽위원회는 코로나 대유행에도 불구하고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은 지난 주, EU 집행기구가 2030년 자동차 이산화탄소 배출량 상한선을 기존 59.4g/km에서 47.5g/km으로 낮추는 방안을 제안할 것이라고 말했다.

힐데가드 뮐러 독일자동차공업협회 회장은 "업계가 새로운 2030년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현재 신차 판매의 4.3%에 머물러 있는 완전 전기자동차가 최소 60%까지 높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 자동차연구센터의 페르디난드 듀덴호퍼 소장은 "그런 속도가 쉽지는 않지만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앞으로 10년 내에 배터리 전기차 비중을 64%까지 끌어올리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도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