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이재명 지사가 이끄는 경기도가 카카오 모빌리티를 정조준했다. 24일 카카오 모빌리티의 콜 몰아주기 논란을 제기하며 강력한 압박에 나서는 분위기다. 카카오 모빌리티가 가맹택시에 콜을 몰아주며 일반택시 기사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비판하는 한편 이 문제를 두고 플랫폼 기업 전반에 대한 문제제기로 끌어가려는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이재명 지사는 최근 배달의민족 등 민간 배달앱 업계의 플랫폼 전략을 비판하며 이를 소상공인 죽이기 프레임으로 끌고 가 공공 배달앱 출시라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다음 타킷은 카카오 모빌리티가 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콜 몰아주기 의혹 일부 확인" "사실무근"
서울 여의도에서 '온라인 플랫폼 시장독점 방지 대책 토론회’가 열린 가운데 경기도는 24일 지난 10일부터 열흘 간 경기도 내 7개 시군구 지역에서 115명의 지역 개인택시 사업자 콜 수를 조사한 결과 카카오 모빌리티의 콜 몰아주기 의혹이 일부 사실로 확인됐다 밝혔다.

카카오 모빌리티가 카카오T 블루택시에 콜을 몰아주고, 일반 택시에는 콜을 배제하고 있다는 의혹이다. 실제로 경기도의 조사 결과 카카오T 블루가 활동하는 지역에서 일반 택시의 콜은 기존과 비교해 크게 줄었다. 구리 48.7%, 성남 35.0%, 양주 29.8% 등으로 확인됐다. 평균 30%의 콜이 떨어진 셈이다. 반면 카카오T 블루가 운행하지 않는 지역에서 일반 택시의 콜은 카카오T 블루 출시 전과 비교해 차이가 없었다는 설명이다.

카카오 모빌리티는 즉각 반박했다. 25일 입장문을 통해 카카오 T 택시의 경기도 7개 지역 일반 개인 택시 기사당 일평균 수신 콜 수는 오히려 42% 늘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카카오 모빌리티가 경기도의 조사대상과 동일하게 일반 개인택시 기사를 대상으로 올해 2월부터 8월까지 카카오 T에서 발송된 ‘수신 콜 수’를 확인한 결과 기사당 일평균 수신 콜 수도 전체적으로 증가해 2월 대비 8월의 콜 수는 지역별로 최저 12.9%에서 최고 69.3% 증가했다는 설명이다. 7개 지역의 일평균으로는 42% 증가했다.

경기도의 조사와 정반대다. 카카오 모빌리티는 수신되는 콜과 실제 택시기사가 수락하는 배차 콜의 차이라 설명했다.

카카오 모빌리티는 "일반 택시 기사들은 수신되는 콜 중 선호하는 콜을 선택적으로 수락해 운행하고 있다. 따라서 플랫폼에서 충분히 많은 콜을 발송한다 하더라도 택시 기사가 선호하는 일부 콜만 골라서 운행한다면, 운행 완료한 콜 수는 낮게 나타날 수 밖에 없다"면서 "실제로 경기도가 조사한 7개 지역의 콜 수신 데이터를 확인한 결과, 올해 2월에서 8월까지 7개월간 기사 1명당 일평균 100개 이상의 콜이 발송되었음에도 실제 수락해 운행한 콜수는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나아가 카카오 모빌리티는 "택시사업자 또는 기사에게는 전체 수신 콜 수가 아닌 수락하여 운행한 콜 수만 제공되고 있기 때문에, 이번 실태조사에서도 앱에서 확인 가능한 ‘수락한 콜 수'만으로 분석이 이뤄졌을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기사가 ‘수락한 콜’ 수치만으로 일반 택시의 전체 콜 건수가 감소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콜 몰아주기는 없었고 오히려 카카오T 블루가 진출한 지역에서 일반 택시기사들에게 들어가는 콜 숫자가 늘어났으나, 기사들이 수락한 콜 수가 낮았다는 주장이다. 즉, 카카오 모빌리티가 일반 택시기사들에게 보내는 콜은 오히려 늘어났으나 막상 기사들이 콜을 제대로 받지 않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일반 택시기사들이 일종의 콜 거르기를 통해 단거리 운행을 기피하는 패턴도 일부 반영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럼에도 경기도는 콜 몰아주기 의혹을 살핀다며 기사들이 대다수의 콜을 거른 상태에서 콜을 '받은 것'만 집계했다는 비판이다.

경기도의 조사에도 문제가 있다는 말이 나온다. 표본수가 너무 협소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카카오 모빌리티는 "경기도는 보도자료를 통해 카카오 T 블루 운행 7개 지역 및 비운행 5개 지역, 총 12개 지역 115명의 개인택시 사업자를 대상으로 이번 실태조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각 지역별로 평균 10명 이하를 대상으로 조사한 셈"이라면서 "해당 지역에서의 전반적인 콜 증감 수치를 파악하기에는 표본수가 너무 적고, 조사대상 범위 역시 개인택시로 한정되었다. 또한 운행 성향에 따른 개인차가 큰 개인택시 기사만을 조사대상으로 한정하여, 해당 결과가 전체를 대표한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카카오 모빌리티는 마지막으로 "택시 호출수 증감에 영향을 미치는 코로나19∙날씨∙재택근무 등 다양한 요인도 배제, 사실을 왜곡할 우려가 있다"면서 "카카오 T 블루는 택시서비스 발전을 위한 택시업계와 플랫폼 기업의 협력 모델"이라 강조했다.

사실 업계 일각, 특히 택시업계에서는 카카오 모빌리티가 콜 몰아주기를 한다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나온 바 있다. 카카오T 블루 가맹택시에는 콜을 몰아주고 앱을 통해 호출을 받는 일반택시는 콜에서 배제한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해 카카오 모빌리티는 관련 알고리즘을 영업상 이유로 밝힐 수 없으나, 콜 몰아주기는 없다고 주장하는 상황이다. 그 연장선에서 경기도의 발표와 카카오 모빌리티의 반론이 충돌하고 있다.

▲ 출처=카카오

프레임 싸움
업계에서는 이재명 지사의 플랫폼 비즈니스에 대한 비판을 두고 '선을 넘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지사와 경기도는 최근까지 배달의민족 등 플랫폼 업체들을 두고 소상공인의 고혈을 쥐어짜는 악덕기업이라는 프레임에 가둔 바 있다. 물론 일부 소상공인들이 배달앱 수수료를 두고 불만을 표하는 것은 사실이며, 이와 관련해 사회적 공론의 장을 마련하는 것은 고무적이다. 그러나 배달앱 시장의 지속적인 성장과 ICT 플랫폼 기업의 비전을 고려하면 지나치게 편중된 정책이라는 주장도 만만치않다.

무엇보다 유력 대선주자로 분류되는 광역지자체장이 민간 기업에 대한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점이 눈길을 끈다. 그나마 배달앱 업체들을 공격해 공공 배달앱을 출시한 사례가 반복되어 이번 사태를 기점으로 공공 택시앱이 다시 등장할 가능성이 낮다는 점은 다행이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이미 공공 택시앱은 각 지자체에서 시도했으나 실패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플랫폼 비즈니스 전체를 매도해 압박에 나서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카카오 모빌리티도 걱정이 많다. 카풀 논란에 시달린 후 택시와의 무조건 협력을 전제로 하는 모빌리티 선택지를 정부로부터 강요당한 상태에서, 이제는 고혈 쥐어짜기 논란까지 겹치자 곤혹스러운 눈치다.

특히 서비스 1주년을 맞이한 카카오T 블루가 승객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는 고무적인 상황에 터진 일이라 더욱 쓰라리다. 실제로 카카오모빌리티의 택시운송가맹사업 자회사인 KM솔루션이 모바일 리서치 오픈서베이에 의뢰해 수도권 거주 20세~40세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카카오 T 블루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3.8%가 서비스에 만족한다고 응답했으며, 불만족한다는 응답은 2%에 불과했다. 보통이라는 응답은 24.2%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정치권 발 프레임 싸움에 IT업계는 물론 경제계 전체가 휘말리는 씁쓸한 현상이 연속적으로 벌어지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